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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면색과 실제 색이 다른 이유

눈으로 보는 색, 모니터로 보는 색, 프린트 돼 나오는 색이 왜 모두 조금씩 다를까. 그 이유는 바로 색 재현의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을 통해 사물을 인지한다. 그 중 시각이 70%를 차지하고 여기서 다시 70%를 차지하는 것이 색이다. 지금은 컬러 TV지만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흑백이었다. 따라서 당시 TV로 한일전 축구를 시청할 때면 혼란이 일었다. 한국은 붉은색, 일본은 푸른색의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가지 색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명도가 비슷해 흑백TV 화면상으로는 양 팀이 거의 구별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영상은 흑백에서 컬러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2차원 영상에서 3차원 영상으로 바뀌고 있다.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할 때나 통신판매로 물건을 구입할 때 컬러 영상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화면상의 옷을 주문했을 때 배달된 실제 옷의 색이 화면에서 본 것과 달랐던 것을 경험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RGB와 CMY

화면상으로 보는 환자의 얼굴 색이나 옷의 색깔, TV에 비춰진 축구선수의 유니폼 색깔 등은 모두 빨간색(Red), 초록색(Green), 파란색(Blue)의 3가지 색이 혼합된 것이다. 이 3가지색 즉 RGB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면 많은 다른 색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빨간색과 초록색을 같은 비율로 섞으면 노란색(Yellow)이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을 빛의 3원색이라고 한다(그림1).


(그림1)모니터 색 재현의 원리^모니터의 색은 실제 색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제조회사가 다르면 재현해내는 색도 조금씩 다르다. 왜냐하면 모니터에 합성된 색은 RGB 신호에 대한 삼원색 빛의 혼합량에 따라 변하는데 그 흔한 비율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가 그림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3가지색이 기본이다. 이것을 색의 3원색이라고 한다.

빛 3원색의 빨간색과 색 3원색의 빨간색은 자세히 보면 다르다. 색 3원색의 빨간색은 정확히는 마젠타(Magenta)라는 색으로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을 때 나오는 색이다. 또 색의 3원색의 파란색도 빛의 3원색의 파란색이 아니고 하늘색에 가까운데 정확히는 시안(Cyan)이라고 하며 파란색과 초록색을 섞었을 때 만들어진다. 따라서 색의 3원색은 시안(Cyan), 마젠타(Magenta), 노랑(Yellow)이다(그림2). 정리하면 빛의 3원색은 RGB이며 색의 3원색은 CMY이다. TV나 모니터, 무대 조명 등에서는 RGB를 합성하여 색을 내며 인쇄나 도색, 염색 등은 CMY를 이용하여 색을 나타낸다. 한마디로 TV모니터의 색과 인쇄돼 나오는 프린터의 색은 다르다는 얘기다.


(그림2) 우리 눈에 보이는 색^우리 눈에 보이는 옷의 색은 안료입자가 어떤 빛을 반사하고 흡수하는 지에 달린 것이다. 예를 들어 마젠타는 빨강과 파랑을 반사하고 초록색을 흡수할 때 나타난다.


5원색이 아닌 3원색인 이유

색은 빛의 각 파장이 시각 기관에 다른 영향을 주면서 느껴진다. 즉 가시광선 중에서 파장이 가장 긴 부분은 빨갛게, 가장 짧은 부분은 파랗게 느낀다. 색합성 또는 색재현도 시각기관의 특성을 이용한다. 두 개의 원판 중 왼쪽은 반으로 나눠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채우고 오른쪽 원판은 노란색으로 채운다. 이 때 왼쪽 원판을 회전시키면 두 원판은 같은 색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두 원판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 분포는 다르지만 눈은 같은 색으로 느낀다는 말이다. 이 현상을 메타메리즘이라 부르며 이를 이용해서 색합성 혹은 색재현이 이루어진다(그림3).


(그림3) 메타메리즘^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이뤄진 팽이를 회전시키면 팽이는 노란색으로 보인다. 팽이의 원판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 분포는 다르지만 눈은 같은 색으로 느낀다. 이를 메타메리즘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람 눈에 같은 색으로 보이는 빛도 실제로는 여러 파장 분포를 가질 수 있다.


사람 눈의 시각 기관에는 원추세포(혹은 추상세포)라고 하는 색을 감지하는 3종류의 원뿔 모양의 세포가 있는데 각각 다른 파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람은 세 원추세포가 빛에 따라 반응하는 신호의 비율에 따라 색을 느낀다. 따라서 사람 눈에는 같은 색으로 보여도 실제 빛은 여러 파장 분포를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왜 원색은 두 색이 아니고 삼색일까. 그리고 삼원색이 왜 다른 색은 안되고 RGB, 혹은 CMY일까. 국제 조명위원회(CIE)에서 만든 좌표계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색이 표시돼 있다(그림4). 말굽 모양으로 굽은 곡선이 순수한 단일 파장 즉 무지개 색이다. 이 색들을 합성하면 다른 색들이 만들어지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색은 이 말굽 모양의 도형 안에 있다. 그림에서 곡선의 오른쪽 끝 R로 표시된 부분이 빨강이고 반시계방향으로 빨주노초파남보의 색을 띤다. 두 빛을 합성하면 합성된 빛의 색은 두 빛의 위치를 연결한 직선 상에 위치한다. 예를 들어 파랑과 빨강을 합성하면 (그림3)에서 B와 G를 연결한 직선 상에 위치하며 파랑이 많으면 B에 가깝게, 빨강이 많으면 R에 가깝게 위치한다. 파랑과 빨간빛의 세기가 같으면 마젠타색이 나온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파랑(B)과 초록(G) 그리고 초록(G)과 빨강(R)을 같은 양만큼 섞으면 각각 시안, 노랑이 나온다.


(그림4)국제조명위원회가 만든 색도도^평면상에 색상과 채도를 나타낼 수 있는 좌표계이다. 중앙부분에 색을 띠지 않는 무채색이 위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말굽모양의 곡선을 따라 색상별로 자리가 정해진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색이 이 색도도 안에 들어있다.


빛을 혼합하면 색은 말굽 모양의 안쪽에 위치한다. 곡선상의 색이 가장 순수한 색, 즉 채도가 높은 색이며 안쪽으로 갈수록 채도가 낮아져 무채색에 가깝게 된다. 다시 정리하면 두 빛을 합성하면 두 빛의 색의 위치를 연결한 직선상의 색을 나타내며, 세 빛을 합성하면 세 빛의 위치를 연결한 삼각형 안의 색을 나타내게 된다.

합성된 빛의 색은 세 빛의 세기의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세 빛의 비율이 같으면 흰색, 혹은 밝은 색(W)이 된다. 자 이제 왜 빛의 3원색이 RGB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3원색의 조건은 세 빛의 색이 만드는 삼각형이 가장 커야 된다. 그래야 가능한 한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조건에 가장 합당한 색이 빨강, 초록, 파랑, 즉 RGB라는 것은 (그림4)에서 한눈에 알 수 있다. 물론 3원색 외에 시안(C)이나 노랑(Y)을 섞어 4원색 또는 5원색을 사용하면 표현할 수 있는 색이 증가하기는 하겠지만 3원색만으로도 대부분의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비용을 더 들이고 번거롭게 5원색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빛은 더하고 색은 빼라

그런데 인쇄에서는 왜 RGB가 아닌 CMY를 사용할까. 물체는 조명을 받아서 흡수하며 그 중 특정한 파장의 빛만 반사해 색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빨간 물체는 빨강(R)이외의 파장은 모두 흡수한다. 따라서 이 물체에서 나오는 빛은 조명에서 빨강 이외의 색을 뺀 셈이다. 이것을 빛의 가법혼합에 대비해서 감법혼합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유로 무레의 3원색은 흐니색 조명에서 빨강(R), 초록(G), 파랑(B)을 각각 뺀 색이다.

색좌표에서 두 빛을 혼합하면 두색을 연결한 직선 상에 오는데 반해 색을 빼면 반대쪽 직선에 위치한다. 흰색에서 빨강을 빼면 빨강의 반대쪽 색은 시안(C)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흰색에서 초록(G), 파랑(B)을 빼면 각각 마젠타(M), 노랑(Y)이 된다. 따라서 인쇄, 도색 등에 쓰이는 염료나 페인트 등에는 CMY의 3원색을 사용한다. 프린터의 컬러잉크는 이 세가지 색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인쇄에서는 K라고 표시하는 검은색을 같이 사용한다. 물론 CMY의 3원색을 적절히 섞으면 검은색을 만들 수는 있으나 CMY의 페인트나 컬러 잉크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검은 전용색을 추가해 CMYK를 사용한다. 컴퓨터에서 보여지는 색과 인쇄됐을 때 보여지는 색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컴퓨터 화면에서 보여지는 색채는 가법혼색이고 프린터에서 출력되는 색채는 감법혼색이기 때문이다.

빨갛게 익은 사과의 색을 모니터에서 재현하는 일이 뭐 그리 어렵겠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눈이 느끼는 사과 색을 그대로 컴퓨터 모니터에서 재현해내고 이를 다시 프린트했을 때 차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치 독립적’인 색재현 방법이 동원된다. 즉 사과에 의해 반사된 태양광 스펙트럼이 사람 눈에 일으키는 자극들과 일치되는 모니터 삼원빛의 혼합량 RGB를 알아내야 하는데, 이는 모니터마다 다르다.

또 이렇게 구한 RGB가 단순한 수학적 공식에 의해 CMYK로 바뀌어 프린터로 보내지면 색영역의 차이 때문에 나타내지 못하는 색들이 생기게 되므로 프린터에 따라 다른 값으로 바꾸어 출력하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잡지의 경우 은색이나 금색 표지를 하려고 할 때는 인쇄소에 별색 용지를 따로 요청하는데, 이는 컴퓨터에서 그 색을 만들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친 후에도 출력시 CMY판으로 만들어질 때 또 다시 보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작업과 보정을 거치느니 인쇄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안료로 미리 만들어진 색지의 색을 지정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최근에 컴퓨터의 보급이 활발해지며, 이러한 상이한 혼색체계에서 일관된 색채를 유지하기 위한 연구와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디지털 카메라로 입력한 화면을 모니터에 띄우고 다시 이것을 프린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색채의 편차를 완전히 해결한 제품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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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박승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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