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의 제작지원을 받았습니다.
맞닿아있는 금속에 온도 차이를 주면 전류가 발생한다. 이를 ‘열전 효과’라고 부른다. 이 현상을 이용하면 온도 차이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공장에서 버려지는 열(폐열)을 에너지로 바꿔 탄소 발생을 줄일 수도 있다. 이런 꿈 같은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2월 1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연구동에서, 김동환 DGIST 융합연구원 나노융합연구부 부장과 김정민 나노융합연구부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이들은 DGIST 융합연구원 소재원천연구본부 Kim’s Lab에서 혁신 소재 연구를 하고 있다. Kim’s Lab은 김 부장과 김 연구원의 성에서 따온 이름이다.
“Kim’s Lab은 연구실 밖으로 나오는 기술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열전 소자를 들고 다니고, 모든 집과 공장에 열전 기술이 적용된 세상을 꿈꿉니다.”
Kim’s Lab은 열전 효과를 이용한 첨단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논문이나 특허 위주의 혁신 소재 연구에서 벗어나, 부품을 만들고 이 부품을 활용한 시스템 연구까지 함께하고 있다. 열전 기술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열전 에너지 변환 효율은 현재 10% 미만인 수준이다.
효율을 높이려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열은 잘 전달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잘 전달시키는 소재. 그런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물질의 열전도도와 전기전도도는 비례하기 때문이다. 금속은 열전도도와 전기도도가 둘 다 높고, 세라믹은 열전도도와 전기도도가 둘 다 낮다.
Kim’s Lab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 물질을 나노 수준으로 작게 만들어, 높은 전기전도는 유지하되 열전도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한다. 동시에 새로운 물질도 개발하고 있다.
Kim’s Lab은 국책 과제로 열전 에너지 부품 및 시스템을 연구한다. 연구 장소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슬래브 생산라인이다. 기다란 철판 ‘슬래브’의 복사열은 무려 1000℃에 육박한다. 지금까지는 이 열이 그냥 버려졌지만 Kim’s Lab이 개발한 열전기술이 곧 광양제철소에 적용돼, 슬래브에서 나오는 복사열을 전기에너지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중희토 사용 반의 반으로 줄인다
‘중희토 저감 영구자석’도 연구 주제다. 중희토는 희귀 금속인 희토류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무거운 원소를 뜻한다. 단기적으로는 영구자석에 사용하는 중희토 양을 줄이는 것이 목표고, 장기적으로는 아예 중희토를 쓰지 않는 것이 목표다. 중희토는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는데, 중국이 수출을 줄일 때마다 산업의 불안정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희토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구동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엔 경희토(가벼운 희토류) 네오디뮴(Nd)과 중희토(무거운 희토류) 터븀(Tb), 디스프로슘(Dy)이 들어있다. 중희토를 섞어 만든 자석은 고온에서도 자성을 잃지 않는다. 중희토 원소가 자석의 원자 정렬구조를 단단하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영구자석에 들어가는 중희토의 양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자석에서 필요한 자리에만 중희토를 넣는 ‘입계확산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입계확산 기술은 자석 입자와 입자 사이 길을 따라 중희토가 퍼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Kim’s Lab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온에서 입계확산 실험을 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현재는 기존 기술보다 3분의 1 정도 중희토 사용량을 줄이는 수준인데, 이를 5분의 1로 더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중희토를 아예 쓰지 않는 고효율의 자석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하고 있다. Kim’s Lab이 주목하는 방식은 자석의 일반 구조를 찌그러트려 물리적으로 원자를 가지런히 정렬시키는 ‘열간변형 기술’이다.
Kim’s Lab의 열전 연구와 중희토 저감 영구자석 연구는 환경과의 공생을 향한다. 2050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 글로벌 캠페인 ‘RE100’ 등 미래를 위한 과학에 Kim’s Lab이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