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때로는 고통 자체보다도 더 큰 정신적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옥스포드와 캐나다의 과학자들이 ‘사이언스’ 최신호에 밝힌 연구에 따르면, 뇌에는 고통을 예감하는 특정부위가 존재해 이 부위를 자극하면 고통이나 근심을 유발할 수 있고 행동의 변화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2명의 지원자에게 서로 다른 정도의 고통을 가한 후 자기공명단층촬영을 이용해 뇌의 활동을 모니터링했다. 고통은 통증을 느낄 정도의 뜨거움, 따뜻함, 보통의 세 수준으로 나뉘어 왼손에 가해졌다. 또한 고통을 주기 전에는 서로 다른 색깔의 등을 켜 실험자들이 고통의 정도를 예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실험이 반복될수록 가장 뜨거움을 의미하는 파란색 불이 들어오면, 고통 자체를 관장하는 뇌의 부위와 가깝기는 하나 이와는 다른 부분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의 연구에서도 뇌의 활동이 변화한다는 것은 포착했지만 이는 고통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통의 예견만으로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뇌가 이처럼 기능한다는 사실은 인간이 고통을 미리 피하려 한다는 진화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고통스런 경험에 대해 뇌가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의 몸을 준비상태로 만드는지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의 리더인 가티 박사는 예를 들어 편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편두통이 시작된다는 단서가 나타나면 그 예감으로 편두통이 더 악화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고통 자체를 감소시키지는 못해도 고통을 예감함으로써 유발되는 정신적 손상과 충격은 조절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