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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아직은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계절. 이른 오전, 사람이 별로 없는 수영장을 찾는다. 햇볕 가득한 푸른 수영장에 발을 담그면 다양한 자극이 온몸을 스친다. 수면에서 반짝거리는 윤슬, 멀리서 들려오는 찰박거리는 물소리, 온몸을 짜릿하게 감싸는 서늘한 감촉, 그리고 코끝에 선연한 수영장의 냄새.
수영장에서 나는 냄새를 대개 ‘락스 냄새’라고 부른다. 수영장 물을 소독하기 위해 쓰는 락스가 냄새의 근원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락스 자체는 거의 향을 내지 않는다. 락스같은 염소계 표백제를 물에 풀면, 물속 박테리아를 파괴하는 차아염소산(HOCl)과 차아염소산염 이온(ClO-)이 만들어진다. 반응성 강한 이 물질들이 물속 오염물질과 반응하면서 살균작용이 일어난다.
살균작용 결과 ‘클로라민계 물질(Chloramines)’이 만들어진다. 클로라민은 질소 원자에 수소와 염소 원자가 붙은 형태의 물질을 일컫는다. 염소가 몇개 붙어 있는 지에 따라 ‘모노클로라민(NH2Cl)’ ‘디클로라민(NHCl2)’ ‘트리클로라민(NCl3)’으로 나뉜다. 수영장 냄새의 주범은 트리클로라민이다. 결국 수영장에서 우리가 맡는 냄새는 락스의 냄새가 아니라 락스가 반응한 후 만들어진 부산물의 냄새인 셈이다.
수영장에서 클로라민이 만들어지는 주 원인은 차아염소산과 암모니아(NH3) 사이의 반응이다. 사용자들이 수영장에서 땀과 소변을 더 많이 배출할수록, 그래서 수영장이 더러워질수록 냄새가 더욱 심해진다. 즐거운 추억에 찬물을 끼얹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수영장에서 소변이 마려울 때는 트리클로라민의 화학반응을 생각하며 화장실에 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