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초에 우려했던 항생제에 대한 내성(耐性)이 이제 악몽으로 살아나고 있다.
아기의 죽음
"새벽 2시 한병원에서 이질에 걸린 두살된 아기가 죽었다. 간호원들의 극진한 보살핌과 의사들의 고단위 항생제 처방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죽은 것이다. 이 병원에서는 이런식으로 아기의 3분의2가 죽었다."
이상은 지난 70년대에 항생제의 무분별한 과다사용이 가져올 피해에 대해 우려했던 시나리오였다.
당시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데 성공,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생김에 따라 어린 아기들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 때문에 덧없이 죽어가리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최근에 어느정도는 사실로 실증되고 있는 것이다. 갓난아기는 모유나 우유 이유식 등을 통해서 항생제에 접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먹이 연쇄과정에서 찾아볼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항생제를 1년에 3천만 파운드가 생산된다. 항생제는 치료제로 쓰이는 양보다 동물사료에 쓰이는 양이 더 많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외의 지역에서도 비슷하여 개발도상국에서는 한층 더 위험하게도 의사의 처방이 없이도 항생제가 치료제로 마구 사용된다. 사실 보통의 감기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항생제가 쓸모없지만 아직도 감기약으로 처방되는 수가 많다. WHO에 따르면 미국에서조차 의사들의 60% 가량이 감기약에 항생제처방을 하고 있다는것이다. 이러한 항생제 남용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치료제를 통해서건, 식품을 통해서건 항생제의 과다사용은 인체내에 내성이생긴 박테리아를 심각하게 증가시켰다. 임질이나 결핵, 뇌막염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현저한 내성을 갖게 됐다. 보다 최근에 문제가 된것으로는 위험한 내장질환을 가져오는 살모넬라 박테리아이다. '살모넬로시스'(Salmonellosis)라고 불리우는 식중독은 고열을 일으키며 사람을 죽게하는 경우도 있다.
결핵, 임질, 뇌막염, 살모넬라
멕시코의 한 실험실에서 보고한것을 보면 살모넬라 박테리아의 5분의 1가량은 8종 이상의 항생제에 대해 무감각했다. (즉 내성이 생겼다)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한 질병연구센터에서도 살모넬라식중독 가운데 4분의1가량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에 의해 생겨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쇠고기 때문에 생긴 식중독은 소들이 '클로르테트라사이클린'이 첨가된 사료를 먹었기 때문인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사료에 첨가되는 항생제는 종류가 워낙 많은데다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도 종류가 많아서 식중독의 원인규명이 어렵게 돼있다.
박테리아는 분열할때 내성이 생긴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유전한다.
뿐만아니라 박테리아는 단순히 접촉을 통해 다른 박테리아에 영향을 주어 항생제의 내성은 쉽게 전파가 된다. 따라서 이미 수십년동안 광범하게 쓰여진 항생제때문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는 현재 당장 항생제를 모두 폐기처분한다해도 우리의 건강을 계속 위협하는 존재로 살아 남을 것이다.
닭의 사료에 가장 많이 쓰여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 덴마크의 미생물학자 'A.오제니'박사는 양계장에서 '에세르시아 콜리'(Ecsherichia Coli)라는 박테리아의 내성을 조사했다. 닭의 사료에는 어느나라에서나 항생제가 가장 많이 들어있다. 2천1백96개의 균주(菌株)를 뽑아내 실험해보니 한개의 예외도 없이 '테트라사이클린'이나 '스트렙토마이신' 그리고 '설파나미드'에 내성을 나타냈다.
그런데 상업용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닭에서 뽑아낸 균주는 '스트렙토마이신'과 '설파나미드'에 대해 내성이 없었고 오직 '테트라사이클린'에 대해서만 균주의 6%가량이 내성을 보였다. 가정에서 키우는 닭은 항생제가 들어있는 사료를 먹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같은 차이를 가져온것이라고 '오제니'박사는 말했다.
E. Coli박테리아는 무해한것이지만 이것의 변형이 장(腸)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특히 어린아이나 여행자를 괴롭혔다.
'런던'의 공중보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아이에게서 뽑아낸 세균의 약 반이 한개 또는 그 이상의 항생제 약품에 내성을 보였다. 이것은 장염으로 설사를 하는 아기들에게 항생제치료가 어렵게 돼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이것을 처음아기의 죽음을 서술한 것과 같은 비극이 항생제이외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인도네시아에서 아기들이 많이 당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장티브스나 기타 설사 병의 1차 치료로 값싼 '클로르앰페니콜' 이라는 항생제를 많이 쓰고 있는데 이미 환자의 3분의 1가량이 내성을 보여 치료가 어렵게 돼가고 있다.
내성 박테리아 피하는 길
학자들은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있다. 하수처리장에서 살균소독을 하면 겨우 1천분의 1, 성적이 좋을때는 1백분의1 정도의 박테리아가 죽는다.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는 이상하게도 보통의 박테리아보다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보통의 박테리아보다 3~4배 증식력이 빠르다. 그 이유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내성 박테리아는 천문학적 숫자로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 빠른 시일안에 그 수를 줄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강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치료나 사료용으로 쓰이는 항생제의 양을 줄이는 것 뿐이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클로르앰페니콜'을 아주 특수한 환자에게만 사용한다.
이렇게 해서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내성빈도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소나 닭, 돼지, 양 같은 동물의 사료에 또한 채소에 뿌리는 농약에서 될수록 항생제를 줄이는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미국인의 식탁에 거의 단골로 놓이는 샐러드에도 항생제는 들어있다. 채소가운데 겨우 양파만이 비교적 깨끗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생산증가'만을 고려해서 항생제를 남용한다면 당장의 작은 이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우리의 장래, 나아가 우리의 후손들은 계산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