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열번째 행성은 없는가? - 1백50년 탐색 의외의 수확들
1841년 존 아담스는 천왕성의 궤도운동을 조사하던 중 상당한 양의 궤도오차가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아담스는 그의 계산을 그리니치 천문대에 제출했으나 나이가 너무 어리고 무명의 천문학자였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845년 프랑스의 르바리에 또한 이 오차에 주목하고 이것이 알려지지 않은 행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는 1846년 베를린 천문대에 자신의 생각을 보고했고, 1846년 9월 23일 갈레와 그의 조수인 다레스는 천왕성의 바깥에서 해왕성을 발견했다. 오늘날 아담스와 르바리에는 해왕성의 존재와 위치를 예언한 공로를 공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성공을 계기로 르바리에는 수성 궤도의 이동 문제에 집중했고, 불칸이라는 수성 안쪽 행성을 제안했다.
해왕성 발견 직후 르바리에는 알려지지 않은 행성이 더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나서 10월 10일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이 발견됐다. 그러나 해왕성과 트리톤을 합한 섭동력은 천왕성의 궤도 오차를 설명하기에 아직도 부족했다. 거기에다 해왕성의 궤도는 르바리에나 아담스가 예상한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이후 거의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해왕성 궤도 바깥에 있을 법한 행성의 궤도를 예상하고 관측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외교관 신분으로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1900년대 초에 평균밝기 11.67등급, 궤도 이심률 0.228(매우 큼)인 새로운 행성이 47.5AU 거리에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로웰은 자신이 이론적으로 예측한 행성을 ‘행성X’라고 이름짓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1916년 그가 사망하기까지 끝내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로웰은 1915년의 관측에서 이미 명왕성의 희미한 이미지를 담은 두 개의 사진 건판을 얻었으나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로웰은 행성 X를 찾기 위해 1천여개에 달하는 사진 건판을 촬영했는데, 여기에 5백15개의 소행성, 7백개의 변광성, 2개의 명왕성 이미지가 있었다.
1929년 12월 아마추어 천문가 크라이드 톰보가 행성 X 탐색에 나섰다. 톰보는 이듬해 1월 23일과 29일 두장의 사진을 얻었고 이들을 비교함으로써 명왕성을 찾아냈다. 톰보가 수백장의 비교 건판을 가지고 수백만개의 별을 동정한 결과였다. 이로써 행성 X에 대한 탐색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명왕성은 실망스럽게도 질량이 너무 작았다. 당시 계산으로는 크게 잡아도 지구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1979년에 발견된 위성 샤론을 통해 명왕성의 질량을 측정한 결과 샤론을 합해도 지구의 1천분의 1밖에 안된다).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봐서 행성 X는 그보다는 커야했다. 톰보는 또다시 13년 동안이나 관측을 계속해 행성X를 찾았다. 그는 천구의 북극에서 남위 50도에 이르는 거의 모든 하늘의 영역을 조사했고, 16-17등급, 어떤 경우는 18등급의 별까지 깡그리 조사했다. 그는 3만평방도에 이르는 하늘에서 9천만개의 이미지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톰보는 구상성단 1개, 산개성단 5개, 혜성 1개, 소행성 7백75개를 새로 발견했다. 그러나 행성 X는 없었다. 톰보는 “적어도 16.5등성 이상의 밝은 천체 중에서 알려지지 않은 행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명왕성 발견은 우연한 것이었지만, 이러한 톰보의 엄청난 작업을 보면 기회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온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톰보의 엄청난 작업으로 행성 X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는 듯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플란던은 천왕성과 해왕성의 위치를 다시 면밀히 검사했다. 해왕성의 예상궤도는 몇년 동안만 관측과 일치하고 천왕성은 공전주기 1회 동안만 정확히 일치했다.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났던 것이다. 이를 통해 1976년 플란던은 열번째 행성인 행성 X의 존재를 확신하게 됐다. 그리고 1978년 명왕성의 위성인 샤론의 발견으로 명왕성이 예상보다 훨씬 질량이 작다는 것이 밝혀지자, 이 열번째 행성의 존재를 더욱 확신했다. 그는 동료 해링턴과 해왕성의 위성계를 탐색했고, 1979년부터 1987년까지 탐색했지만 허사였다. 1977-84년 차알즈 고왈은 팔로마 천문대의 48인치 슈미트 망원경으로 철저히 관측한 결과, 황도대 3도 이내에는 20등성 이상의 밝은 행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행성 X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열번째 행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 속에서 천문학자들은 우리 태양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1992년에 명왕성 궤도 바깥에서 소행성 1992QB1이 발견됐고, 이어 1993년에는 다섯 개의 소행성이, 1994년에는 최소 12개의 소행성이 발견됐다. 계속된 관측으로 지금은 명왕성 바깥에 무수히 많은 소행성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를 카이퍼벨트라고 부른다.
또한 이 무렵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 보이저 1호와 2호가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게 됐고, 알려지지 않은 중력섭동의 원인 물체를 찾는 긴 역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나사는 우주선에 미치는 중력효과를 토대로 행성들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했다. 이때 측정된 행성들의 정확한 질량을 대입한 결과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위치 오차는 사라졌다. 행성 X를 찾으려는 긴 장정이 막을 내린 것이다. 열번째 행성은 이제 의미가 없어져 버렸지만, 천문학자들은 명왕성 바깥에서 새로운 소행성대를 찾아내 태양계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됐다.
② 수성 안쪽에도 행성이? - 일반상대론 나오자 사라져
영국의 천문학자 존 아담스와 함께 해왕성의 위치를 예언한 프랑스 수학자 르바리에는 1860년 한 강연에서 수성의 궤도가 약간씩 이동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수성 안쪽에 다른 행성이 있거나 소행성대가 수성궤도 안쪽에 존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르바리에에게 수성 안쪽에 행성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 것은 아마추어 천문가인 레카보였다. 레카보는 1859년 르바리에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1859년 3월 26일에 태양을 가로지르는 검은 점을 발견했다고 썼다. 레카보는 관측을 토대로 지름은 수성보다 작고 질량은 수성의 17분의 1인 천체가 있다고 계산했다. 르바리에가 보기에 이 천체는 수성 궤도의 이동량을 설명하기에 너무 작았지만, 수성 안쪽에 소행성대가 있고 이 천체가 이들 중 하나라면 설명될 수 있는 것이었다. 르바리에는 이 천체에 주목하게 됐고 이를 ‘불칸’(Vulcan)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미 취리히 태양흑점자료센터의 볼프 교수도 태양 표면에서 몇 개의 특별한 점(dots)무늬를 발견했고, 점무늬들의 패턴을 조사한 결과 수성 안쪽을 도는 두 개의 궤도에 딱 들어맞는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수성 안쪽의 행성이나 소행성대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태양이 개기일식으로 가려지는 때에 관측하거나 태양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것을 관측할 수밖에 없다. 마침 1860년 개기일식이 일어나자 르바리에는 국내외의 천문학자들을 동원해 불칸을 찾았다. 그러나 아무도 찾지 못했다.
불칸의 존재가 잊혀질 무렵 1875년 4월 4일 독일 천문학자 웨버는 태양에서 동그란 점을 발견했다. 르바리에가 예측한 궤도라면 그해 3월 3일에 통과해야 했다. 이 둥근 점무늬는 그리니치와 마드리드에서도 관측돼 신빙성을 높였다.
1878년 7월 29일 또한번의 개기일식이 일어났고, 수성 안쪽의 행성을 찾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두명의 관측자가 수성 안쪽을 도는 행성으로밖에 볼 수 없는 작은 원반을 찾아냈다. 이때 미시간 대학의 천문학 교수인 왓슨은 자신이 2개의 행성을 새로 발견했다고 믿었다. 또한 루이스 스위프트(1992년에 돌아온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공동발견자)도 불칸이라고 생각되는 행성을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왓슨의 것과도 다르고, 르바리에나 레카보의 것과도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그 뿐, 이후 아무도 불칸을 다시 보지 못했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까지 여러 번의 개기일식에서 불칸을 찾으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해 수성 궤도의 이동이 상대론적 효과라는 것을 밝혔다. 뉴턴역학에서는 행성의 자전이 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일반상대론에서는 수성의 자전속도가 중력효과에 영향을 미쳐 수성의 근일점을 이동시킨다고 풀이했다. 때문에 수성 안쪽을 도는 다른 행성을 가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1929년 에르빈 프로인트리히는 수마트라에서 개기일식을 이용해 정밀 관측을 시도했으나 태양 주변에서는 아무런 특이한 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주장한 불칸은 무엇이었을까. 학자들은 레카보가 본 것은 아마도 지구 근접 소행성(NEO)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행성이 태양 앞을 통과하는 것을 불칸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소행성들은 당시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스위프트와 왓슨은 개기일식 촬영에서 몇몇 별을 잘못 동정(同定)해서 불칸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 1970-1971년 사이 몇몇의 천문학자들이 개기일식 도중 태양 주변에서 몇 개의 희미한 천체를 검출했다고 보고하면서 불칸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되살아나는 듯했으나 많은 학자들은 이것도 희미한 혜성이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③ 명왕성은 행성이 아닌가? - 카이퍼벨트 내의 소행성 왕초
명왕성은 워낙 멀리 있고 크기도 작고 희미해서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명왕성은 첫눈에 다른 8개의 행성과는 구별된다. 태양으로부터 평균거리가 39.44AU이지만, 근일점거리 43억2천만km, 원일점거리 73억6천만km로 궤도가 매우 찌그러져 있다. 때문에 일정 기간에는 해왕성의 궤도 안쪽으로 들어온다. 1979년에 해왕성 안쪽으로 들어와서 올해 2월에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까지 명왕성은 실상 8번째 행성이었다. 황도면과의 기울기 또한 특이하다. 다른 행성들이 7도 이내의 궤도면 기울기를 가진 것과 달리 명왕성의 궤도 기울기는 무려 17도나 된다.
태양계 외곽에 있는 행성들은 대체로 목성과 같이 질량이 큰 거대행성들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이들이다. 그러나 명왕성은 위성 샤론까지 합쳐도 질량이 지구의 1천분의 1도 안된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명왕성이 애초에 해왕성의 위성이었다가 떨어져 나온 것이거나, 혜성이 궤도가 변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지난 1992년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소행성들 때문이었다. 1950년 경 미국의 천문학자 카이퍼는 명왕성 바깥에 혜성과 같은 성분을 띤 작은 천체들이 무수히 많이 있을지 모른다는 제안을 했다. 이들은 목성과 화성사이의 소행성대처럼 거대한 소행성의 띠를 이루면서 인력에 이끌려 태양 쪽으로 끌려들어와 혜성이 된다고 보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30-1백AU 사이의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소행성들이 수십여개가 발견됐다. 카이퍼벨트의 존재를 확인한 것을 계기로 과학자들은 명왕성이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천체의 우두머리 격에 해당하는 천체라고 확신하게 됐다.
급기야 올해 초 국제천문연맹(IAU)은 이러한 명왕성을 행성으로 불러야할지를 놓고 천문학자들을 통해 전자메일 투표에 들어가려고 했다. 일부 국제천문연맹 과학자들은 명왕성을 ‘소행성 10000’으로 불러 소행성 중에서도 기념할 만한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자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학자들은 해왕성 바깥의 천체들을 대표한다는 뜻으로 ‘해왕성 역외 천체(Trans-Neptune Object) 1호’로 부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그리 의미를 얻지 못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논의에 불과했다. 이시우 교수(전 서울대 천문학과)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행성을 말할 때는 명왕성은 아예 제쳐두고 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한다. 이미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며,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볼 때 카이퍼벨트의 천체라는 것에 이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시우 교수는 “만일 명왕성이 궤도를 약간만 달리 잡아 태양 가까이로 오게 됐다면 아마 혜성이 돼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천문연맹은 지난 2월 명왕성을 소행성으로 재분류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명왕성을 계속해서 행성(Planet)으로 부르기로 했다. 천문학자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아홉 행성의 막내로써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전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④ 또다른 태양계가 있다 - 지구 같은 행성 있을 수도
지난 4월초 사상 최초로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3개의 행성이 이루는 외부행성계가 공식 확인됐다. 입실론 안드로메다 주위에서 목성과 같이 두꺼운 대기층을 지닌 세 개의 행성이 확인된 것이다. 입실론 안드로메다(안드로메다자리의 입실론 별이라는 뜻)는 지구에서 44광년 떨어진 매우 가깝고 밝은 별로 여름과 가을에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이 별은 지난 1996년 이미 한개의 행성을 거느린 별로 알려져 왔다. 과학자들은 그 동안 더욱 면밀한 관측을 통해 중심의 항성에 중력섭동을 미치는 행성이 두 개나 더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입실론 안드로메다의 행성계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중심별이 특이한 별이 아니라 태양과 비슷한 진화과정을 겪고 있는 별이라는 점이다.
PRS1257+12같은 별에서도 여러개의 행성이 이루는 행성계가 발견됐으나 이 중심별은 일생을 거의 마친 펄사이기 때문에 행성계로서 주목을 끌지 못했다. 펄사는 초신성의 잔해로 여겨지는 중성자별이 고속으로 자전하면서 전파나 X선을 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입실론 안드로메다는 30억년 정도 진화(태양의 3분의 2)한 것으로 생각돼 이 행성계는 우리 태양계와 일반적 특성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행성계에서 지구와 같은 크기와 환경을 가진 행성이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가장 안쪽의 행성은 거리 8백만km(0.06AU)에서 약 4.6일의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크기는 목성의 4분의 3정도로 목성보다 약간 작다. 두 번째 행성은 0.83AU거리에서 공전주기 2백42일로 질량은 목성의 2배 정도로 크다. 세 번째 행성은 2.5AU 거리에서 공전주기 4년으로 질량은 목성의 4배나 되는 무거운 행성이다. 행성들의 예상 표면 온도는 안쪽 행성부터 각각 1370, 365, 210K에 이른다.
이 행성계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곤란하다는 평이다. 어떻게 목성 크기의 행성들이 2.5AU 안에서 행성계를 이루는지가 의문인 것이다. 제시된 시나리오는 이들이 먼저 4AU 바깥에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태양계의 형성과정이나 다른 이론적인 연구에 바탕해서 볼 때 목성과 같은 거대행성의 경우 4AU 바깥에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이들 세 개의 행성은 다른 네 번째의 알려지지 않은 천체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내부로 끌려들어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네 번째 천체는 또다른 거대 행성이거나 주위를 지나던 항성이거나 혹은 아직 행성으로 형성되지 않은 단계의 물질로 된 디스크일 수도 있다. 학자들은 좀더 자세한 시나리오는 이들 행성들의 조성과 성질들이 더 자세히 알려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⑤ 외계 생명체는 어디에 - 물과 유기분자 있는 곳 유력 후보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의 구성은 물과 유기분자가 기본이 된다. 유기분자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를 제외한 탄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때문에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는 노력은 물과 유기분자를 찾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물론 화학자들은 우주의 외계생명체는 규소화합물로 이루어져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규소는 탄소와 마찬가지로 주기율표상의 제4족에 속하는 원소로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을 만들뿐만 아니라 화합물이 안정적인 구조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자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규소는 탄소에 비교가 되지 않고, 여러 측면에서 규소는 생체의 물질대사에 장애를 갖고 있어서 아직까지 탄소화합물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은 유기분자가 용해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매질의 역할을 한다. 일단 유기분자들은 우주에 매우 흔하다. 물만 있다면 이들이 물 속에 용해돼 다양한 유기분자로 합성되고 생명체로 자라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어떤 행성이나 위성에 물이 발견되면 먼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루나 프로스펙터의 관측으로 달의 극 부근에 얼음 형태의 물이 약 1백억t 가량 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생명체의 존재를 점쳤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계 생명체의 탐색에서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는 곳은 우리 태양계의 천체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않고 있다. 수성은 대기가 없고 태양에 너무 가까워 지표는 엄청난 고온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다. 금성은 대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구름층이 태양의 자외선은 막아 일단 안정적인 환경일 것으로 보이지만, 온실 효과로 인해 5백℃ 이상의 고온 상태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정도의 온도에서는 유기분자들이 곧 분해되고 만다.
목성에는 1979년 보이저 1, 2호가 극미량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또한 목성에는 메탄이나 암모니아와 같은 유기물이 존재하고 번개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문학자들은 목성에서 살아가는 고등생물체를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유기물 고분자로 이루어진 원시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토성, 천왕성, 해왕성 같은 태양계 외각의 행성들은 목성과 마찬가지로 대기중에 메탄, 암모니아 등 유기물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극한 환경이지만 원시생명체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들다.
태양계 내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위성들도 존재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다. 에우로파에는 대기중에 산소가 포함돼 있고, 표면의 얼음층 아래로 액체상태의 물이 유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돼 생명체 탐색의 적지로 꼽힌다. 또한 토성의 위성 타이탄은 표면온도가 매우 낮기는 하지만(-179℃), 얼음이나 지하수 형태로 다량의 물이 존재하고 대기중에 질소와 메탄이 많아 저온생물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태양계에서 생명체의 존재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화성이다. 화성에는 대기가 있고 극관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물이 있다. 그러나 화성에서도 아직까지 생명체 존재의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1976년에 화성 표면에 착륙한 바이킹 탐사선에서 이루어진 생명체 존재 확인 실험이나 1997년 패스파인더의 탐사에서도 생명체 존재의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화성표면에는 과거에 강과 호수, 바다가 있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패스파인더가 찍은 화성표면 사진에서도 과거에 물이 흘렀던 흔적으로 생각되는 지형적 특성들이 발견됐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태고의 화성은 원시지구처럼 생명체를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1996년 NASA의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이는 남극의 운석에서 화성생명체의 간접증거인 다환식방향족 탄화수소군 PAHs를 발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흔적을 태양계 밖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외계 행성의 발견이 이를 뒷받침한다. 카네기 연구소의 웨서릴과 펜실베이니어 주립대의 캐스팅은 가상의 행성들이 모(母)항성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을 때 액체상태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전형적인 행성계에서는 물을 함유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적어도 한 개 또는 두 개 정도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외계 행성계를 거느린 펄사 PSR B1257+12는 3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지만, 이들 행성들은 모두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가까이 있고, 펄사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으므로 행성은 매우 뜨거울 것으로 예상돼 생명체가 살고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행성계를 발견한 펜실베이니어 대학의 울즈크잔은 더 멀리 제 4의 행성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관측결과를 얻었다.
또한 지난 4월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입실론 안드로메다 주위에서 확인한 행성계는 우리 태양계와 거의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어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개의 행성은 0.6AU에서 2.5AU 사이에 분포하며 이들 이외에 발견되지 않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과 비슷한 진화단계에 있는 항성 주변의 행성계의 발견을 계기로 우주 공간에 지구와 같은 환경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20여개의 외계 행성이 확인된 것으로 볼 때 행성은 매우 흔한 존재이고, 그만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장소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외계행성이 있다면 이들 속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생명이 발생하고 진화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찾아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