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무언가에 ‘입덕’하게 된 순간이 있나요? 입덕은 ‘들 입(入)’자와 일본어 ‘오타쿠(한국식 발음으로 오덕후)’의 ‘덕’이라는 음절을 합쳐 만든 말로 ‘무언가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는 뜻인데요. 기자는 입시로 힘겨워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홀린 듯이 ‘인피니트’라는 아이돌에 입덕했습니다. 이후 사진 모으기, 앨범 모으기 등 일명 ‘덕질’을 시작했죠.
그리고 전지적 독자위원회(전독위) 4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최정원(닉네임 Garden, 경기 이목중 3학년) 님은 4년 전쯤 ‘우주’에 입덕하게 됐다고 합니다. 정원 님 역시 아주 우연한 기회로 말이죠. 2024년 1월 30일 과학동아 공식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정원 님의 글을 함께 읽으며 여러분만의 입덕 순간을 떠올려보시죠.
내가 우주 덕후가 된 이유, 나비 성운
안녕하세요. Garden입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과학보다는 사회를 사랑하던, 과학책은 읽더라도 생물 쪽만 편식해서 읽던 사람이었는데요. 2020년에 이 책을 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바로 이지유 작가님이 쓰신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라는 책입니다. 갑자기 왜 그 책을 읽게 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책을 읽고 처음으로 천문학자라는 꿈을 가지게 됐습니다. 꿈에 대한 세부 계획은 계속 바뀌고 있지만 우주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만큼은 변하지 않아요.
책을 읽으며 여러 천체를 알게 됐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제가 관심을 가졌던 천체는 NGC 6302, 나비 성운이었습니다. 이 성운이 저를 우주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봐도 무방하죠. NGC 6302라는 이름에서 NGC는 ‘New General Catalogue of Nebulae and Clusters of Stars(성운과 성단의 새로운 일반 목록)’의 줄임말로, 1888년 덴마크 천문학자인 욘 드레위에르가 영국의 천문학자 존 허셜이 정리해 둔 천체 목록을 깔끔하게 가다듬으면서 만든 분류체계입니다. NGC 뒤에 붙은 숫자는 추가된 순서로 매겨진 번호입니다. 나비 성운은 6302번째로 NGC 목록에 추가된 천체인 셈이죠.
NGC 6302는 전갈자리 방면으로 약 3400광년 떨어진 행성상성운입니다. 행성상성운은 백색왜성 또는 백색왜성으로 진화하는 별 주변에 형성된 팽창하는 고리 형태의 성운이에요. 여기서 백색왜성은 태양 정도의 질량과 지구 정도의 부피를 가지며 밀도가 매우 높은 별을 뜻해요. 중간 이하의 질량을 가진 항성, 예를 들면 태양과 같은 별들이 수명을 다한 뒤 남은 잔해를 말하죠. 백색왜성의 특징은 항성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표면층 물질을 행성상성운으로 방출한다는 점입니다. 정리해 보면 행성상성운은 거의 죽기 직전 또는 죽은 작은 별 주변에 형성된, 팽창하는 고리 형태의 가스 성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 이제 다시 나비 성운으로 돌아가서! NGC 6302가 나비 성운이라 불리는 이유는 성운이 마치 나비 모양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양쪽으로 펼쳐진 성운이 날개 모양과 유사하죠. 그렇다면 NGC 6302는 왜 나비 모양을 갖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나비 성운이 양극성 행성상성운이기 때문입니다. 양극성 행성상성운은 중심별의 양쪽에 두 개의 돌출부가 있는 성운의 일종입니다. 나비 성운의 중심에는 백색왜성이 자신의 외부층을 우주로 방출하기 시작할 때 형성되는 먼지 원반이 있고, 이 먼지 원반의 가스가 확장되며 날개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나비 성운의 먼지 원반은 규산염, 탄산염, 석영, 물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굉장히 특이한 화학적 구성일 뿐만 아니라, 애초에 태양계 외부에서 탄산염이 발견된 것이 최초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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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성운에 대해 글을 쓰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주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아직까지 인류가 밝혀낸 것도 많지 않은데 우리는 왜 우주를 탐구할까. 저는 그 이유가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주의 구성원으로서 우주의 법칙에 의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주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그 거대한 우주가 도대체 어떤 질서 아래 작동하고 있는지 안다면 나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깨달음은 결국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할 거라 생각합니다.
글을 마치며 ‘TMI’를 방출하자면 저는 방탄소년단 팬입니다. 제가 방탄소년단에 입덕하게 된 계기도 사실은 우주 때문입니다! 우주와 관련된 노래들을 막 찾아 듣다가 방탄소년단의 ‘소우주’라는 노래를 듣고 방탄소년단에 빠지게 됐거든요. 우주가 또 다른 입덕을 시켜준 거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우주 노래 속 가사는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이라는 구절인데요. 이 구절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장 깊은 밤, 즉 시련이 있을 때 저희가 더 빛날 수 있다는 의미가 정말 좋아서입니다. 우리 모두 시련 속에도 우리는 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을 믿고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