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출신 유명 화가 피카소의 그림을 닮은 모양의 달팽이가 공개됐어요. 국제 연체동물학자팀은 4월 23일 A. 피카소(Anauchen Picasso)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초소형 달팽이 종 연구를 공개했습니다.
A. 피카소는 태국, 캄보디아 등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살아요. 크기는 종에 따라 3~5mm 정도로 달팽이 중에서도 무척 작은 초소형 달팽이예요.
A. 피카소의 가장 큰 특징은 등껍질 모양입니다. 보통 달팽이는 부드러운 곡선의 소용돌이 모양 등껍질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A. 피카소의 등껍질은 소용돌이의 바깥 부분이 직각에 가깝게 꺾여 있습니다. 다른 달팽이한테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우 드문 형태죠. A. 피카소는 석회암 틈에 잘 들어가는데, 석회암의 각진 틈새로 쉽게 이동하기 위한 모습으로 추정돼요. 연구팀은 “대상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재해석하는 예술 양식 ‘입체주의’ 같다”며 입체주의의 대표 화가인 피카소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또 A. 피카소는 등껍질 입구에 이빨 같은 돌기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종은 입구가 위쪽이나 아래쪽을 향해 나 있기도 하죠. 이는 포식자가 등껍질 안쪽까지 쉽게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특한 구조예요.
한편 연구팀이 분석한 A. 피카소의 등껍질 일부는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이 1980년대부터 보관한 것들이에요. 연구팀은 A. 피카소가 살았던 장소들은 산림 개발 등으로 파괴됐을 것으로 추측했어요.
연구를 이끈 헝가리 농업연구센터 바르나 팔-게르게이 교수는 “A. 피카소는 원래 300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발견될 만큼 널리 퍼져 있었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환경 파괴는 달팽이들의 삶에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