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을 놓고 전세계 2천여개의 인터넷방송을 여행하는 것이말로 네티즌만의 즐거움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욕의 재즈음악방송과 러시아 대중음악방송을 듣는 것, 내 친구가 만들고 출연하는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방송의 매력이다.
앞으로 인터넷방송을 모르면 ‘왕따’가 될지 모른다. 기존의 방송에서 흉내낼 수 없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을 연 무차별방송(MCB, 203.255. 83.203/mcb)은 이름부터 자유롭다. 이곳은 ‘깨는 소리, 깨는 방송’을 내세우는 오디오 전문 인터넷방송국이다. 스타들과의 채팅이나 음악 위주에서 탈피해, 사이버섹스, 인터넷뮤지션 등 주제별로 웹사이트를 소개하는 쿨, 음악과 수다로 진행하는 ‘EO는 버블검을 씹는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직접 취재해 보도하는 ‘니 멋대로 해라’ 등과 같은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VTV(www.vtv.co.kr)는 ‘내 친구가 나오는 방송’을 꿈꾸는 곳이다. 실제로 찾아가 보면 친구처럼 부담이 없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소박하게 홈 비디오로 제작한 “Sigemi, 그땐 재미었쥐…”는 어처구니없게 보이지만 각색된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자연스런 맛이 있다. 인디펜턴트 록 페스티벌인 ‘소란 98’에서는 황신혜 밴드, 가리온, 코코어, 원더버드, 레이니 썬, 앤, 갱톨릭와 같은 그룹들의 뮤직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이게 방송인가 싶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것이 인터넷 방송의 특징이다.
하지만 문제 또한 없지 않다. 나인포유(Nine4u, www.nine4u.com)는 9개의 채널을 통해 24시간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인터넷 음악방송이다. 나인(Nine)은 시 음악 연극 등을 주관하는 아홉 여신을 뜻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기존의 공중파 방송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본의 대중음악을 버젓이 틀고 있다. 규제가 없는 인터넷방송의 특권이다.
물론 인터넷방송에는 기존의 방송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KBS, MBC, SBS 등과 같은 공중파 방송, YTN, Sports30, MTV, KMTV, MBN, 대교방송과 같은 케이블 TV가 인터넷을 통해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거원에서 만든 제트라디오를 이용하면 러시아, 칠레, 뉴욕, 일본 등 전세계 인터넷 라디오방송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방송의 백미는 소박하게 프로그램을 만든 독립방송국들이다.
현재 인터넷 방송의 시청취자는 인터넷 사용자의 60%에 이르고 있다. 이중에서 독립방송에 접속하는 네티즌은 10%이지만, 기존 공중파와 경쟁해 이 정도의 시청취율을 얻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소수, 마니아들을 위한 인터넷방송
인터넷방송을 뜻하는 영어는 꽤 다양하다. 인터넷 브로드캐스트(Internet Broadcast), 포인트캐스트(Pointcast), 웹캐스트(Webcast), 인터캐스트(Intercast) 등. 그러나 그 의미를 간추리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오디오, 비디오, 멀티미디어 컨텐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인터넷방송은 기존의 공중파 방송이나 케이블방송과 차이가 많다. 방송은 일방적으로 시청자에게 찾아가지만, 인터넷방송은 보고자 하는 사람이 선택해야 비로소 그 내용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방송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는 소수집단, 혹은 마니아들이 주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 방송은 방송(broadcast)이 아닌 ‘협송’(narrowcast)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방송의 멀티미디어 컨텐츠는 그 구성이 기존의 방송물과 같기 때문에 ‘방송’으로 불리는 듯하다. 인터넷방송의 동영상 컨텐츠는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토크쇼,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매체가 방송이기 때문이다.
인터넷방송은 전세계적으로 2천여개에 이른다. 대표적으로는 MSNBC(www.msnbc.com)와 CNET (www.cnet.com)을 들 수 있다. MSNBC는 컴퓨터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방송사인 NBC, 케이블 방송인 ESPN이 연합해 설립했고, CNET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컴퓨터 관련회사들이 투자해 만든 곳이다. 이 밖에도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하는 FirstTV(www.first-tv.com), 방송과 웹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ZDTV (www.zdtv.com)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1997년 7월 7일 메가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 만든 m2TV(www.m2station.com)이 그 시초. 지금은 30여개로 늘어났다. 특히 최근에는 1주일에 하나의 방송이 생길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아마 갖추어야 할 방송장비가 간단한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인터넷 방송장비는 컴퓨터, 마이크, 카메라, 편집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된다. 고가 장비를 쓰지 않는다면 3백만원으로도 족하다. 그러나 서버컴퓨터용 소프트웨어와 전용선 사용료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혼자 방송국을 차리기엔 아직은 부담이 크다.
인터넷방송을 보려면
방송의 핵심은 스트리밍이라는 기술에 있다. 이것은 TV영상 비디오 등의 동영상과 음성을 인터넷을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것이 리얼플레이어와 스트림웍스라는 프로그램이다. 또 국내에서 개발한 액션미디어라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려면 이런 방송시청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된다.
가장 인기가 높은 소프트웨어는 리얼플레이어. 이것은 무료 배포판(베타버전)을 인터넷(www.real.com/ products/player/index.html)을 통해 얻거나 국내 PC통신의 인터넷 관련 공개자료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다음 필요한 것이 어디에 인터넷 방송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 외국의 것은 리얼 플레이어에서 제공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나라 인터넷 방송은 한국인터넷방송국네트워크(KWN, www.koreawebcast.net)에 들어가거나 매주 월요일 동아일보에 소개되는 인터넷방송 시간표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