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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에 ‘전세’ 사는 육지소라게와 ‘바다 밤톨’ 성게

까다롭게 집 고르는 '발 달린'소라

“어머, 너희 집 예쁘다. 어디서 찾았니?”
육지소라게(뭍집게) 2마리가 새로 구한 집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게와 가재, 새우 같은 갑각류 중에서 가장 특이한 녀석은 역시 ‘발 달린 소라’다. 소라를 들어 뒤집으면 안에 작은 게가 보인다. 대부분의 소라게는 바다에서 살지만 육지소라게는 변형된 아가미가 있어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육지에서 산다.



소라게는 일반 게와는 달리 몸이 기다랗고 부드럽다. 몸이 연약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살지 않고 빈 고둥 껍데기를 집으로 삼는다. 몸 뒷부분을 그 안에 집어넣고 달팽이처럼 껍데기를 이고 다니는 것이다. 소라게도 게처럼 다리가 10개인데, 앞에 있는 3쌍은 밖으로 나와 있지만 나머지는 껍데기 안에 숨어 있다. 소중한 집을 단단히 붙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집도 계속 쓰는 건 아니다. 몸집이 자라면 헌 집을 버리고 새 집을 구한다.

소라게가 이사하는 일은 무척 힘이 든다. 작아진 집에서 빠져나올 때 체력이 많이 들 뿐 아니라, 헌 집에서 나온 소라게가 새 집으로 이동하다가 천적에게 발각되면 대부분은 잡혀 먹힌다. 그들은 이사 갈 집을 낮 동안 미리 봐뒀다가 어두워지면 재빨리 이사한다.소라게들은 좋은 껍데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기도 한다. 껍데기가 클수록 더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이나 짝을 놓고 싸움이 벌어졌을 때, 더 큰 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작은 게가 큰 게를 쫓을 수 있다. 하지만 천적을 만났을 때는 껍데기 안으로 쑥 들어가 커다란 집게발로 입구를 가린다. 집게발이 몸을 보호하려고 집을 닫는 대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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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처럼 생겼지만 ‘위아래’ 있는 성게

온몸에 가시가 빽빽한 고슴도치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걸까. 아니면 누가 커다란 공에 못을 수백 개나 박았을까. 이것의 정체는 공처럼 둥근 몸에 수많은 가시가 방사형으로 돋아나 있는 성게다. 극피동물문(門)에 속하는 무척추동물인 성게는 해삼과 불가사리의 ‘사촌’이다. 성게는 물속에서 아름다운 가시를 곤두세우고 대롱 같이 생긴 발(관족)을 흔들면서 아주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동그란 밤톨처럼 생겼지만 성게는 위아래를 구분할 수 있다. 성게의 몸 아래쪽 가운데에는 입이, 위쪽 가운데에는 항문이 있기 때문이다. 입에는 석회질 이빨이 5개 튀어 나와 해조류와 동물 시체 같은 먹이를 갉아 먹는다.

성게는 가시마다 구상 관절이 있어 가시를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수평 방향으로 회전시킬 수 있다. 가시를 움직여 몸을 보호하거나 비좁은 바위틈 사이를 지나간다. 성게는 가시 사이사이에 차극이라는 방어 무기가 있다. 차극은 세 갈래 난 집게를 닮았는데, 움직이는 대 위에 붙어 있다. 성게는 차극으로 몸에 들러붙는 해조류 같은 ‘불청객’을 떼어낸다. 또는 바늘처럼 콕콕 찌르기도 한다.

가시가 나지 않은 곳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기도 하다. 구멍에서는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관족이 나오는데, 물의 압력으로 움직인다. 관족 끝에는 빨판(흡반)이 달려 있어 성게는 관족을 이용해 바위에 들러붙거나 바다 밑을 기어다니면서 먹이를 구한다. 그뿐 아니라 관족은 화학물질을 감지하고 물에서 산소를 흡수한다. 성게 가운데 유럽, 서아프리카에 사는 프삼메키누스 밀리아리스(Psammechinus miliaris)는 얕은 바다에서 햇빛을 가리는 데 쓸 해조류나 조개껍데기를 붙들기 위해 관족을 사용한다.


 

201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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