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뿌려져 있는 많은 별들은 홀로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별들은 마치 남녀가 한쌍을 이루며 살아가듯 짝별을 가지고 있다. 어떤 별은 둘 이상의 별들과 어울려 있기도 하다.
하나의 짝별을 가지고 있는 별을 가리켜 ‘이중성’이라 하며, 여러 개가 모여 있는 것은 ‘다중성’이라고 한다. 함께 살고 있는 별들을 잘 관찰하면 별의 크기나 질량, 표면 온도 등 다양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북두칠성에 숨겨진 별
밤하늘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별의 무리는 아마 ‘북두칠성’일 것이다. 국자 모양을 하고 있는 북두칠성은 큰곰자리에 속해있는 별들로 큰곰의 엉덩이와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또한 북극성 가까이에서 천구의 북극을 중심으로 돌기 때문에 일년 내내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을 조금 더 눈여겨 보면 별이 일곱 개가 아니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국자 모양의 손잡이 끝에서 두 번째 별인 미자르(Mizar)를 잘 보면 그 옆에 조금 더 약한 빛을 내는 ‘알코르’(Alcor)를 찾을 수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이 두 별을 ‘어머니와 젖먹이’라고도 불렀다. 눈이 좋은 사람만이 두 별을 구분해 볼 수 있어서 옛날 아라비아에서는 군인들의 시력검사용 별로 쓰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두 개의 별이 서로 가까이 있는 것을 ‘이중성’ 또는 ‘쌍성’이라고 한다.
천체망원경으로 미자르를 좀더 확대해서 살펴보면 미자르 옆에는 알코르 외에 또다른 어두운 별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미자르는 알코르와 또 하나의 별을 포함하는 삼중성이 되는 것일까? 실제로 미자르와 알코르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들이다. 우연히 우리가 바라보기에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위치해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러한 이중성을 ‘광학적 이중성’이라고 한다.
반면 망원경을 통해 관측된 미자르 옆의 별은 미자르와 서로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주고받고 있는 실제로도 가까이 있는 이중성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서로의 질량중심을 회전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를 관측하게 되면 서로의 상대적인 위치가 바뀌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별의 질량, 반지름, 밀도, 표면 온도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얻어낼 수 있다.
별들이 모여 사는 여러 방법
이중성을 이루고 있는 별 중에서 밝은 별을 ‘주성’이라 하며, 짝이 되는 주성보다 어두운 별을 ‘동반성’ 또는 ‘반성’이라고 부른다. 만약 이러한 이중성 중 하나에 행성계가 있다면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은 하늘에 2개의 태양이 떠 있는 광경을 목격할 것이다.
망원경으로 보았을 때 두 개의 별로 분리돼 보이며 서로 돌고 있는 이중성을 ‘안시 연성’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안시 연성은 약 6만5천개가 넘는다. 안시 연성의 두 별이 서로 한 바퀴씩 도는 ‘궤도운동’의 주기는 1년에서부터 수천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안시 연성이 서로 둘레를 도는 것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같은 이중성을 수년 또는 수백년에 걸쳐 관측해야 한다. 이렇게 길고 끈질긴 관측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이 별들의 궤도운동 주기, 별의 크기 등 별의 물리적 특징을 밝혀낼 수 있다.
두 별이 너무 가까워 망원경에서도 두 별로 분리돼 보이지 않지만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보면 연성으로 나타나는 이중성도 있다. 이러한 이중성을 ‘분광 연성’이라 하는데, 별빛에서 나오는 스펙트럼을 찍어 그 변화를 관측함으로써 반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분광 연성의 한 별이 다른 별의 주위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몇시간에서 몇달로 매우 짧다. 공전주기가 이렇게 짧다는 것이 바로 두 별이 매우 가까이 있다는 증거다.
두 별이 서로 돌다 보면 달이 태양을 가리듯 한 별이 다른 별을 가리는 ‘식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식현상을 일으키는 이중성을 ‘식연성’이라 한다. 이런 이중성은 밝은 별(주성)과 어두운 별(반성)이 서로 같이 보일 때, 반성이 주성 뒤로 숨을 때, 또는 반성이 앞으로 나와 있을 때에 따라 겉보기 밝기가 변화한다. 두 별이 서로 돌고 있다고 해서 모두 식연성이 되지는 않고, 두 별이 도는 공전 궤도면이 우리가 보는 쪽으로 향하고 있어야 식을 일으킨다.
아버지가 잘못 만든 망원경?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관측하고 있노라면 이중성은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별임을 알 수 있다. 밤하늘의 별들 중 거의 절반 이상이 이중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수는 매우 많다. 마치 음과 양이 조화롭게 짝을 이루듯 우주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별들도 제각각의 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중성은 때때로 망원경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쓰이기도 한다. 망원경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 중에는 ‘분해능’이라는 것이 있는데, 가까이 붙어있는 물체를 분리해 볼 수 있는 능력을 각도로 표시한 것이다. 망원경의 구경이 커질수록 분해능은 커지지만 같은 구경이라 할지라도 망원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한 분해능이 좋더라도 한쪽 별이 너무 밝은 경우는 어두운 별의 별빛이 밝은 별의 별빛에 파묻혀버리기 때문에 관측이 힘들다.
밝기 차이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발견된 경우가 ‘시리우스B’별이다. 오리온자리 아래에 있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 유명하다. 이 시리우스 또한 이중성으로 시리우스B는 시리우스의 반성인 것이다. 이를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알반 클라크 부자(父子)이다.
원래 알반 클라크는 초상화가였지만 우연히 천문학에 빠져들어 렌즈 연마에 몰두하게 됐다. 그는 솜씨가 좋아 그가 만든 망원경은 이중성 관측에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고 점점 더 큰 구경의 망원경을 만들게 됐다. 1862년에는 마침내 구경 4백70mm의 당시로서는 큰 망원경을 만들었는데, 그의 아들이 이 망원경의 성능 조사를 위해 망원경을 시리우스로 향했다. 이때 그는 시리우스 옆에 바늘로 콕 찍어놓은 듯이 작고 희미한 점을 발견하고는 아버지가 망원경을 잘못 만들어 렌즈에 흠집이 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렌즈를 조사해 봐도 흠집은 없었고, 그는 결국 희미한 점이 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 시리우스의 밝은 빛에 가려 볼 수 없었던 시리우스의 반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리하여 알반 클라크의 망원경은 더욱 유명해졌고, 이후에는 구경이 1m나 되는 대형 망원경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이중성 모음
이중성의 여왕 알비레오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중성 중의 하나로, 백조자리에서 백조의 부리에 해당하는 별이다. 3.1등급의 별과 5.1등급의 별이 34초 떨어져 있다. 투명한 토파즈같은 노란색을 띤 주성과 사파이어빛 연푸른 반성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20 배 정도의 쌍안경에서는 떨어질듯 말듯 절묘하게 분리된 모습이 설레임을 가득 안겨준다.
길잡이 별 북극성
북극성은 생각보다 그리 밝지 않은 2등성 별이다. 1780년에 허셜은 북극성이 이중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는데, 9등급의 어두운 별이 북극성과 2천AU(천문단위,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 떨어진 채 북극성 주위를 돌고 있다. 구경 80mm 망원경이면 어렵지 않게 이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여섯 형제별 캐스터
쌍둥이자리의 형 카스트로의 머리에 해당하는 별. 2.9등급의 별이 1.9등급의 별 주위를 3초 떨어진 채 4백-5백년 주기로 돌고 있다. 이 두 별(카스트로A, 카스트로B)은 각각 또다른 반성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또다른 반성인 카스트로C도 이중성이므로 카스트로는 총 6중성계로 이루어진 특이한 별이다.
별들의 4중주 트라페지움
오리온대성운의 한복판에서 발견할 수 있는 4중성. 마치 야구장을 연상시키듯 마름모꼴로 모여있는 모습이 친근하다. 이들은 오리온 대성운의 물질들을 원료로 갓 태어난 아기별들이다. 작은 망원경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