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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경으로 즐기는 달나라 여행

방아찧는 토끼가 곰보빵으로 변신한다

날씨가 좋다면 매일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달. 흔히 보이기 때문에 관측하는데 소홀하기 쉽지만 맨눈이 아닌 쌍안경으로 본다면 흥미진진한 세계가 펼쳐진다. 지구의 하나뿐인 위성이자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을 새롭게 즐겨보자.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저녁 노을마저 떠날 채비를 할 무렵, 홀연히 초승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심결에 “눈썹 같은 초승달이 떴다”고 말하지만 이 달은 이미 아침해를 뒤따라 떴다가 낮 동안 하늘을 가로질러 해가 지면서 잠시 밝게 빛나는 것뿐이다. 초승달은 이내 해를 좇아 서쪽 지평선 너머로 져버린다.

달 모양에 따라 달의 나이인 월령 이 달라진다. 월령은 음력날짜와 정확히 같지 않기 때문에 천문달 력이나 역서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달 모양 을 통해 월령을 짐작할 수 있다.


월령을 통해 모양을 안다

초승달은 이후 어떻게 변해 갈까. 날이 갈수록 달 모양이 점점 커진다. 눈썹 모양의 달이 나타난지 일주일 후에는 상현 반달이 되고, 다시 약 일주일이 지나면 이번에는 동그란 보름달이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모양이 작아지기 시작한다. 일주일 후에는 다시 하현 반달이 되고 또 한주가 지나면 아주 가는 그믐달이 돼 새벽 동쪽하늘에 걸린다. 그 후에는 하루 이틀 정도 보이지 않다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모양 변화는 달이 지구주위를 도는 위성이며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해 빛나기 때문이다.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된다.

달의 나이, 다시 말해 월령을 알면 그 모습을 더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월령은 어떻게 정해질까. 달이 태양과 같은 방향에 왔을 때 지구에서는 달을 볼 수가 없는데, 이때가 바로 삭이다. 삭이 된 후 시간을 하루 단위로 나타낸 것을 월령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삭으로부터 3일이 지난 다음 하늘에 보이는 달을 월령 3일의 달이라고 한다. 이때는 예쁜 초승달의 모습을 한다. 월령 7일쯤이면 상현 반달에 이른다.

삭으로부터 다시 삭까지를 1삭망월이라고 부르는데, 이 시간은 평균 29일 12시간 44분 가량이다. 그래서 월령은 0에서부터 29.5일까지 나타난다. 흔히 둥근 보름달은 월령 14.8일인 달을 말한다. 또한 월령은 음력 날짜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고 1-2일 정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오늘의 월령이 얼마나 될까는 천문 달력이나 역서에 잘 나와 있으므로 참조하면 된다. 어느 정도 월령에 익숙해지면, 반대로 하늘에 떠있는 달 모양만 보고도 월령을 짐작할 수 있을 뿐더러 음력 날짜도 가늠해볼 수 있다.

달의 지형. 달에는 크레이터를 비롯해 바다, 산맥, 대륙, 계곡 등 다양한 지형이 나타난다. 쌍안경으로 달을 보면 바다나 대륙에 곰보처럼 생긴 크레이터를 수없이 확인할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 클라비우스 크레이터, 플라토 크레이터, 무지개 만, 알프스 계곡 등이 쌍안경으로 즐길 만한 대표적인 지형이다.


구경 50mm로 지름 10km 구덩이 본다

맨눈으로 보름달을 보면 우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절로 생각난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옥토끼의 전설. 하지만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달로 향하는 순간 토끼는 사라지고 새로운 달나라가 펼쳐진다.

천체망원경으로 달 표면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수한 크레이터(운석구덩이)로 덮여 곰보빵처럼 생긴 모습에 놀랐을 것이다. 크고 작은 크레이터 가운데는 작은 쌍안경으로도 잘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이 여럿 있다. 어떤 것들을 볼 수 있을까.

멀리 있는 두 물체가 서로 가까이 있을 때 이들을 분리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을 ‘분해능’이라고 한다. 망원경은 렌즈 또는 반사경의 지름이 커질수록 분해능이 좋아진다. 이론적으로 구경 50mm이면 달 표면에서 10km 지름의 크레이터나 폭 5백m 정도의 골짜기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의 쌍안경이 30-50mm 정도의 렌즈를 사용한다. 이 정도면 달의 아름다운 지형 여러곳을 둘러볼 수 있다.

달에서 초보자도 맨눈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 토끼를 상상할 수 있는 ‘바다’다. 이 지역은 현무암질의 용암 대지로 어두운 색을 띤다. 17세기 초 관측자들은 이 지역이 물로 차있으리라 생각해 바다라고 잘못 이름지었다. 바다는 대부분 커다란 원형이며 가장자리에는 여러 산맥이 둥그렇게 감싸듯이 발달해 있다.

달의 산맥은 지구의 산맥보다 웅장하다. 특히 ‘비의 바다’ 가장자리에 있는 산맥은 바다를 형성시킨 크레이터 테두리 중의 일부라고 하는데 운석의 충돌 후 용암이 흘러들 때 이 부분은 잠기지 않고 산맥으로 남은 것이다. 이 외에도 달의 내부 압력으로 표면이 들뜨거나 겹쳐져 산맥을 만들기도 했다.

바다를 제외한 지역으로 바다보다 밝은 색조를 띠는 고지대를 ‘대륙’이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각양각색의 크레이터가 빽빽하게 모여있다. 대륙에 분포된 암석은 칼슘과 알루미늄이 많아 더 밝다. 물론 대륙이 바다보다 더 밝게 보이는 이유는 평평한 바다보다 울퉁불퉁한 대륙의 표면적이 넓어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달의 계곡을 잘 들여다보려면 쌍안경을 흔들리지 않게 잘 고정시키는 것이 좋다. 작은 것부터 폭 30km에 길이가 5백km나 되는 거대한 것까지 표면에 널려 있다. 운석이 달에 비스듬히 충돌해 표면을 깎아내면서 생기거나, 충돌할 때 튀어나온 바위 덩어리가 표면을 긁고 지나가면서 생겼다. 알프스 계곡과 레이타 계곡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외에도 거대한 빛줄기를 볼 수 있다. 광조라고도 하는데 운석이 충돌해 크레이터를 만들 때 사방으로 튀어나간 물질이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쌓인 것을 말한다. 광조는 특정 크레이터에만 잘 발달해 있는데,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보름달에 가까워지면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듯한 빛줄기 무늬를 드러낸다. 케플러, 코페르니쿠스, 티코 크레이터에서 특히 잘 보인다.

크레이터가 둥근 이유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 실제로는 원형인데 탐사선이 옆에서 찍어 찌그러져 보인다.


반세기 전 만하더라도 달의 크레이터가 화산활동에 의한 분화구인지 운석 충돌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만약 운석 충돌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운석이 비스듬히 떨어지므로 크레이터도 타원형이 돼야 한다. 왜 달 표면의 모든 구덩이가 대부분 둥근 모양을 하는지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충돌현상이란 던져진 돌멩이가 모래판에 떨어질 때와 같은 경우다. 그럴 때 수직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좀처럼 원형의 흔적이 생기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달 표면에 떨어지는 운석의 속도에서 찾을 수 있다.

LA 다저스에서 활약중인 박찬호 투수는 시속 1백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린다. 가끔 제구력이 나빠지면 땅바닥에 부딪히는 공을 던지기도 하지만. 이때 땅과 비스듬히 부딪혀 튀어나가는 공은 타원 모양의 패인 흔적을 만들 것이다. 박찬호 선수의 공 스피드를 초속으로 환산하면 초속 42m 가량 된다.

만약 엄청난 강속구가 초속 12km로 달 표면에 던져진다면, 이 공은 표면을 튀어나가지 않고 깊숙이 박혀 버릴 것이다. 이 속도가 달에 떨어지는 운석의 평균속도다. 정지하기 전 마지막 수초 동안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충격파로 전환되고 이 충격파는 엄청난 열에너지로 바뀌어 순간적인 폭발현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마치 땅속에 묻힌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이 둥근 모양의 흔적을 남긴다.

바로잡는 관측상식 4

1. 달은 자전과 공전주기가 같아 지구에서는 한쪽 면만 볼 수 있다. 우리가 보는 달의 앞면은 1/3이 바다지만, 뒷면에는 대부분이 크레이터고 바다 지역은 1/40에 불과하다.

2. 달의 한쪽 면만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달의 절반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칭동이란 현상으로 인해 지구에서는 달 전체 표면의 59% 정도를 볼 수 있다. 칭동은 달의 공전궤도가 타원이고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달이 상하 좌우로 서서히 진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같은 모양의 달사진이라도 가장자리 경계가 달라지는 것은 칭동 때문이다.

3. 보름달은 반달일 때보다 무려 열배나 밝다. 망원경으로 보름달을 볼 때는 눈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물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거나 필터를 사용한다.

4. 처음으로 달을 보는 사람들 가운데는 보름달일 때 달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달의 여러 지형을 관측하기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보름일때는 달이 정면으로 태양빛을 받기 때문에 지형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아 지형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태양빛이 비스듬히 비추어질 때가 달의 지형에 그림자가 생겨서 보기 쉽다. 특히 달의 어두운 경계부분 지형이 두드러져 보인다.

관측명소 베스트 5

(1)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 (지름 93km, 깊이 3천7백60m, 중앙 봉우리 1백20m, 관찰하기 좋은 월령 9-24일)
달의 적도 바로 위쪽 ‘폭풍의 바다’에 있으며 크레이터 가운데에는 1백20m 높이의 봉우리가 솟아있다. 보름달일 때는 크레이터 주위로 길게 뻗어나가는 여러 갈래의 빛줄기(광조)가 뚜렷이 보인다.


(2) 클라비우스 크레이터 (지름 2백25km, 월령 8-23일)
클라비우스는 달의 앞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크레이터다. 안쪽에는 작은 크레이터가 줄지어있다.


(3) 플라토 크레이터 (지름 1백1km, 깊이 1천m, 월령 8-23일)
‘비의 바다’ 북쪽 해안에 어둡고 평평한 바닥을 한 크레이터다. 가장자리 벽이 뚜렷이 보인다. 원래 둥근 모양이지만 달의 가장자리에 있어 타원형처럼 보인다.


(4) 무지개 만 (지름 2백60km, 월령 9-24일)
‘비의 바다’ 가장자리에 있는 무지개 만은 반쯤 잠식된 커다란 크레이터의 일부인데 ‘유라 산맥’의 높은 산이 해안을 끼고 둥그렇게 둘러쳐져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바닥은 어둡고 평탄한데다 여러 개의 줄무늬 기복이 가로로 걸쳐 마치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처럼 보인다.

(5)알프스 계곡 (길이 1백80km, 월령 7-22일)
달에도‘알프스 산맥’이 있고 그 속에 알프스 계곡이 숨어있다. 계곡은‘비의 바다’북동 해안에 있으며 바로 옆에 플라토가 있다. 알프스 계곡은 거대한 산맥을 자를듯이 어두운 줄기 모양으로 걸쳐 있기 때문에 상현이 돼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면 쉽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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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故박승철 외
  • 김지현 아마추어 천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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