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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용치료

경직된 몸 풀어주고 억제된 욕구 발산

화요일 오후 국립정신병원 무용치료실. 15명 내외의 정신분열증·깊은 우울증·불안신경증·약물중독자 환자들이 모여 무용치료를 받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각자의 환상과 환청, 불안, 사고 속에 깊이 빠져들어 현실감각이 부족할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 이들의 신체 형태는 대체로 움츠러져 있고, 유연성이 부족하며, 공간 지각이 부족할 뿐 아니라 신체의 특정 부분만 사용한다(신체 전체의 움직임보다 두손만 움직인다).

무용치료는 신체 움직임을 사용해 인격의 병적인 면을 변화시키는 치료법이다. 보통 정신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는 것. 그러나 부작용으로 인해 신체가 경직되고 움직임이 소극적이며 표정이 굳어버리기 쉽다. 무용치료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내부의 문제를 신체로 표현하고, 움직임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인식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굳은 얼굴을 웃게 하고 자신의 문제점을 중화시키는데 효과적이다.
 

무용치료


‘말라’에 익숙해진 마음

그러나 신체에는 항상 이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숨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한쪽 세계로만 도망쳐서 제한되고 일방적인 성격으로 변해버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숨기고, 경시하고, 흐지부지 뭉게버리는데 익숙하다. 무용치료는 바로 이 억제된 부분을 춤으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닫힌 마음을 열게 만든다.

무용치료의 역사적 사례는 중세부터 발견된다. 질병·전쟁·기아·홍수·죽음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서불안은 중세인들을 히스테리컬한 상태로 몰고갔다. 이 정신상태는 광란적인 춤을 통해 발산됐다.

16-17세기 이탈리아에서는 독거미에 물린 우울증 환자들이 수없이 많았는데, 타란텔라란 춤을 추어야만 치료가 가능했다고 한다. 이 춤은 강한 리듬에 맞춰 반복적으로 도약하는 격렬한 움직임으로 이뤄졌다. 춤을 추는 동안 일종의 최면상태에 빠져들어 엑스타시를 느낌으로써 우울증이 치료된 효과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세기의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은 무용치료 면에서 커다란 의미를 던진 춤을 구사했다. 즉 자연의 움직임·바람·파도 그리고 생명체의 본능적인 움직임과 아이들의 자연스런 동작을 춤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내적인 요인을 적극적으로 끌어냈다.

무용치료가 학문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20세기 중반 미국의 정신과학계에서 이뤄졌다. 1958년 개인병원을 설립한 블랑쉬와 에넌이 신경질 환자에 대해 무용치료가 미치는 효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1965년 미국에서는 정식으로 무용요법협회가 설립되고 20여년 뒤인 1984년 독일에서 비슷한 모임이 생기면서 무용치료는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무용치료는 환자가 아주 쉽고 흥미롭게 동작의 원리를 깨닫게 한다. 우선 신체를 자각시키기 위해 몸의 각 부분과 관절을 하나하나 돌리고 음악에 맞추어 재미있게 만지게 한다. 다음은 공간 이해 단계다. 좌우와 전후, 높고 낮음, 멀고 가까움을 눈을 감고 느끼게 한다. 셋째 에너지를 인식시킨다.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 예를 들어 무거운 빨래를 짤 때와 작은 나사못을 돌릴 때 힘과 속도는 어떨까를 인식시킨다.

마지막으로 사람 간의 관계를 실감하게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 접촉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무용치료에서는 우선 2명씩 짝을 이뤄 눈과 눈을 보며 음악에 맞추어 신체의 각 관절부분으로 원을 돌리게 한다. 그리고 공간에서 각자 걸어다니며 손이나 신체 부분으로 상대를 만지게 한다.

또 걸음의 방향에 변화를 주다가 상대방에게 체중을 맡겨 기대게 한다.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여러 사람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일을 한다. 여기서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이끈다는 점을 느낀다. 이 과정들을 통해 환자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안정감을 주고 받으며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
 

서로 패려하는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무용치료의 한 방법이다


보이지 않는 씨앗 전달하기

말 없이 동작으로만 의사를 전달하는 마임(mime)도 무용치료의 중요한 형태다. 마임은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동작으로 수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마루에 두껍게 깔린 카펫을 말아서 정리하게 한다든지, 작은 수건을 접어 보게 한다든지, 또는 아주 섬세하고 작은 씨앗 같은 것을 계속 옆사람에게 전달시키는 동작들이다. 물론 실제 사물은 없이 동작만 취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움직임을 어떻게 달리해야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느끼고, 아주 작고 미묘한 움직임이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자각할 수 있다.

무용치료는 그 적용범위가 자폐아, 비행청소년, 정신장애자, 노인까지 다양하다. 이 치료법으로 지금까지 갇히고 억눌렸던 감정을 자유롭게 만들고 갈등을 밖으로 표출하게 한다. 그 결과 자기 삶과 바깥 세계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사회 속에서 소신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병원의 약물이 한사람의 살아가는 방법이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는 없다. 스스로의 신체 움직임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면에서 무용치료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문의: (02)592-1042
 

199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류분순 무용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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