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생체 인식 여권 나온다

2005년부터 얼굴·홍채·지문인식 출입국 관리 체계 도입

재미 사업가 김씨. 한국행 비행기가 도쿄에서 벌써 네시간째 연착이다. 세시간 뒤 한국측 파트너와 중요한 회의가 잡혀있다.

‘시간이 빠듯하겠는걸.’ 가까스로 잡아탄 비행기 속에서도 쏜살같이 입국 심사대로 달려야겠다는 생각 뿐. 게이트가 열리자 마자 입국 심사대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못가 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아뿔사!’ 입국 심사대 앞에는 수속을 기다리는 입국객들이 이미 장사진을 이루고 있던 것. 심사대의 세관원들도 쏟아져 들어오는 입국자들이 들이대는 여권을 대조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가끔씩 실제로 벌어지는 이같은 상황이 조만간 국내 공항에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국제 공항의 출입국 관리와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항운영 개선에 관한 방안을 마련하고 생체인식시스템 도입, 전자통관 시행 등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추진 방안에 따르면 2005년 말까지 여권 조회와 눈대중으로 진위여부를 판별했던 현행 심사 방식 대신 바코드나 생체인식칩, 신체 특징을 이용하는 새로운 출입국 심사제도가 도입된다.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출입국 대기 시간과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됨은 물론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출입국 관리도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1시간 이상 걸리고 있는 평균 출입국 통과시간이 2005년부터 각각 50분과 40분으로 크게 단축된다. 또 위조여권을 소지하고 국내에 들어오려는 외국인들의 입국시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국내 바이오메트릭스(생체인식)전문가와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종합적인 구축 방안을 마련 중이다.

생체인식 출입국 관리는 대세?

사실 생체인식기술을 이용한 출입국 관리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여러나라에서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9·11테러 이전부터 생체인식 출입국 관리 기술을 연구해왔던 미국은 사건이 터지자 서둘러 상용화에 들어갔다. ‘국경보안 강화 및 비자 개혁법’이 발효되는 내년 10월부터는 자신의 생체정보가 수록된 여권과 비자를 소지한 사람만이 미국 땅을 밟을 수 있다.

또 얼마전 영국이 히드로 국제공항에 홍채인식기술을 이용한 여권 조회 시스템을 도입키로 결정한데 이어 독일 의회도 출입국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여권에 생체정보 기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지난 7월 총회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생체인식 표준을 국제여권 표준에 적용키로 하면서 새로운 출입국 관리체계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미국의 입국 심사 강화방침에 따라 내년중 생체인식형 전자여권제의 도입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일본 젠니쿠(ANA)항공과 신도쿄국제공항, NTT데이터는 이달부터 얼굴 인증기술을 이용한 탑승수속 자동화시스템을 시범 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채와 지문, 얼굴로 판별


입국 절차를 밟기 위해 가다리고 있는 이용객들. 2005년부터 공항 출입국 절차가 대폭 간소화 된다.


새 출입국 관리시스템에 적용될 ‘다중생체인식’기술은 지금까지 개발된 홍채와 지문,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합한 인증방식이다. 다중생체인식 기술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까닭은 각각의 생체 인식기술들의 오류율이 의외로 높기 때문. 홍채나 지문, 얼굴 형태 중 하나만을 가지고는 위조 위험이나 인식 오류의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때문에 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한 인식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 각각의 특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상호 보완성을 강화하려는 연구들이 시작됐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지문, 얼굴, 홍채, 정맥 등 다양한 신체 특징을 동시에 인식해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문과 홍채, 또는 얼굴과 지문, 얼굴과 음성처럼 여러가지 신체적 특성을 한꺼번에 감지해 본인임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인식기술은 얼굴 판독이 불가능하거나 지문이 없는 경우, 자동 초점의 한계 때문에 홍채 촬영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침해 우려도

생체정보는 도난, 분실, 위조의 위험이 적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개인 인증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인증 수단으로 상용화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실용화를 위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에서 신체 정보 채취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정부나 기업이 개인 신체 정보를 다른 목적을 위해 악용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의 요소가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이는 기우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멀리서 이동하는 사람의 홍채정보를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지난 11월 4일 보도했다. 문제는 이같은 기술이 군사용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일반 국민의 일상을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덫’이 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점이다.

생체인식기술을 도입하기에 앞서 사회적 합의와 공공적인 감시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 법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