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동아일보사 과학동아가 주최한 'SF영화 한마당'이 악천후 속에서도 2천5백여명이 참석,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첫날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집중호우가 계속돼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폭우를 뚫고 삼삼오오 짝을 이룬 관람객들이 속속 행사장(고려대 인촌기념관)에 도착해 자리를 메웠다. 3일 내내 비가 내렸지만 행사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의 수가 늘어 SF영화에 대한 독자들의 커다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을 비롯해 방학을 맞은 중고생과 대학생, 그리고 'SF소설가' 라고 자처하는 50대 후반의 중년 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석했다.
과학동아 김두희 편집장의 개회사에 이어 시작된 첫날 행사 주제는 '무한하게 펼쳐진 미지의 세계, 우주'. 영화 '콘택트'와 '제5원소'가 상영됐고, 중간에 '과학과 과학소설(SF)'이란 제목으로 박석재박사(천문대 천문정보연구실장)의 특강이 진행됐다.
박박사는 "언론사에서 SF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 이라고 말하고 "SF의 미래가 곧 과학기술의 미래인 만큼 앞으로는 SF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이 강의에서는 달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비롯해 다양한 천문 얘기가 쉽고 흥미롭게 다뤄져 눈길을 끌었다.
둘째날 주제는 '미래를 화면에서 실현하는 특수효과', 모든 종류의 특수 효과가 실현됐다고 평가받는 영화 '로스트 인 스페이스' 그리고 인간의 내면 세계를 환상적으로 화면에서 실현시킨 '스피어'와 함께 이번 행가 프로그래머인 박상준씨(SF해설가)의 강의가 진행됐다.
"SF와 특수효과를 뜻하는 SFX는 다른 말인데, 철자가 비슷한 탓에 사람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로 시작된 강의에서는 특수효과가 영화의 역사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아울러 특수 효과 촬영 기범에 대해 본인이 직접 편집한 비디오물을 상영해 흥미를 더했다.
마지막날 주제는 '유전공학은 디스토피아를 만들것인가'. '가타가'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가 방영되고, 정재승씨(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신경과학 전공)가 특강을 맡았다. 정재승씨는 유전자 이상 질환자를 촬영한 수십 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준 후 "생각보다 유전병에 걸린 사람의 수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함께 영화평이 이어졌다. "영화에서 다뤄진 내용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 있다"는 설명을 계기로 유전공학이 앞으로 인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3일간 상영된 6편의 영화는 모두 영화계에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최근의 작품들로 선정됐다. 특히 '스파이' '가타카'그리고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는 뛰어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아 제때 영화를 못본 사람들이 많은 작품이었다. 이번 행사는 영화 자체는 물론 국내 SF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된 특강이 큰 관심을 끈 자리였다. 일부러 특강 시간에 맞춰 오는 참석자가 적지 않았고, SBS방송국과 대학 학보사, 그리고 개인적으로 찾아온 SF매니아들이 강사들과 대화를 나누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행사는 한국야쿠르트와 고려대학교가 후원하고,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콜롬비아 트라이스타, 대우시네마, 녹색극장, 대흥기획, 현진영화기획이 필름을 무료로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