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5번째 주기를 맞은 태양은 이전에 태양물리학자들이 내놓은 예측보다 훨씬 강하게 활동 중이다. 흑점의 수가 예상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세계를 강타한 강력한 지자기폭풍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왜 태양 주기 예측은 쉽지 않을까. 이 질문의 답을 좇다 보면 태양이 그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천체임을 알게 된다. 태양 내외부에 숨겨진 의문들을 알아봤다.
평균 11년? 예측하기 까다로운 태양 주기
2020년 9월 15일(현지 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공동 의장을 맡은 ‘25번째 태양 주기 예측 위원회’는 태양이 공식적으로 25번째 주기에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NOAA는 “태양의 24번째 주기와 25번째 주기 사이 ‘태양 극소기’가 2019년 12월에 지나갔다”며, “이후 태양 활동이 꾸준히 증가하며 25번째 주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문제는 극대기 예측이었다. 2019년 12월, 위원회는 25번째 주기를 예측하면서 2025년 7월에 최대 흑점 수 115개 정도의 극대기가 올 거라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로 4년이 지나면서, 예측보다 훨씬 강한 태양 활동이 관찰됐다. 예측이 빗나갔다는 점이 명확해지자 위원회는 2023년 2월에 수정된 예측을 발표했다. 현재 위원회는 25번째 태양 주기의 극대기는 2024년 1~10월이며, 최대 흑점 수는 137~173개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한다. 태양 연구자들의 골머리를 썩이는 태양 주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예측할까.
“태양 주기는 NASA와 NOAA가 모집한 ‘태양 주기 예측 위원회’에서 진행합니다. 전 세계 태양 연구자들의 관측과 예측을 모아서 내놓죠. 그런데 항상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8월 1일, 대전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만난 김연한 태양우주환경그룹 책임연구원이 설명했다.
태양 주기는 1852년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루돌프 볼프가 1755년 2월에 시작하는 주기를 ‘1번째 주기’로 명명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는 흑점의 개수나 크기와 함께 태양 활동이 주기적으로 변동한다는 점을 관찰했다. 흑점 수가 많아질수록 태양 활동도 강해졌는데, 흑점 수는 평균 11년 주기로 변했다. 이 11년이 태양 주기가 됐다. 태양 주기가 시작되는 극소기에는 흑점 발생을 포함해 태양 활동이 약해진다. 태양 주기의 중간인 태양 극대기에는 흑점 수도 많아질뿐더러, 플레어 폭발, 코로나질량방출(CME) 등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태양 활동도 늘어난다.
지금까지 인류는 269년 동안 25번의 태양 주기를 겪었다. 태양 주기가 확립되기 전에도 역사적으로 남아있는 흑점 관측 자료를 모으면 꽤 긴 시기의 주기 데이터가 모인다. 그럼에도 태양 주기 예측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24번째 주기 예측 위원회는 두 가지 예측 결과를 내놨다. 12명의 위원회 중 11명이 예측 결과를 최종 투표로 정했는데, 6대 5로 의견이 갈라진 것이다. “각각 2011년 10월에 극대기가 올 거라는 예측과, 2012년 8월에 극대기가 올 거라는 두 예측이 나왔습니다. 위원회의 연구자들끼리 끝까지 의견의 통일을 이루지 못했던 거죠.” 결과는? 24번째 주기의 극대기는 2014년 4월에 찾아왔다. 두 예측보다 길게는 2년 6개월 가까이 늦어진 것이다.
극대기 시기에 태양이 밝게 보인다.
태양을 들여다보는 핵심 키워드 자기장
왜 이렇게 태양 주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일까. 태양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는 ‘자기장’이다. 태양 주기가 태양 자기장과 함께 변화하기 때문이다. 태양 자기장을 만드는 원인은 플라스마의 대류 운동이다. 태양 표면인 ‘광구’ 바로 아래엔 플라스마가 대류를 일으키며 내부 에너지를 바깥으로 전하는 대류층이 있다. 플라스마는 이온화돼 전하를 띤 대기 원자다. 대류층에서 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위아래로 움직이면 극 방향의 자기장이 유도된다. 태양에서 자기장이 형성되는 과정을 ‘태양 다이나모’라고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태양의 자기장에 ‘차등회전’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일이 복잡해진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태양도 초속 약 2000m의 속도로 자전한다. 차이점은, 태양은 플라스마 상태의 유체여서 자전속도가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 차등회전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태양의 자전주기는 적도에서 약 25.6일이며, 극지방에서는 33.5일이다.
차등회전의 결과 극 방향 자기장이 적도 방향으로 당겨지면서 수평 방향 자기장이 생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기력선이 서로 꼬이고 상호작용한 결과 극 자기장의 방향이 반대로 뒤집힌다. 처음 남북 방향이었던 극 방향의 자기장이 북남 방향이 되는 것이다. 방향이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이 11년이다. 정리하면 대류 운동이 만든 자기장에 차등회전이라는 변수가 엮이며 자기력선이 서로 꼬였다가 방향이 뒤집히는 과정이 태양 주기인 셈이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태양 주기를 예측했다. 하나는 쌓인 관측 자료를 분석해 태양 주기를 파악해 미래에 외삽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앞서 설명한 태양 자기장에 관한 이론을 중심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흑점 생성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한계가 있다. 그동안 쌓인 관측 자료로 태양 주기에 여러 짧고 긴 다양한 주기가 섞여 있다는 점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관측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태양 자기장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태양 자기장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나오고 있다. 5월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제프리 바실 영국 에든버러대 수학과 연구원팀이 발표한 이론이 한 예다. 연구팀은 NASA의 슈퍼컴퓨터로 광구 근처와 플라스마의 운동 패턴을 시뮬레이션했다. doi: 10.1038/s41586-024-07315-1 그 결과 태양 자기장이 만들어지는 위치는 기존에 알려졌던 것처럼 표면 아래 약 20만 km의 대류층 경계가 아닌 약 3만 5000km 아래의 표층과 가까운 지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장이 표면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진다고 가정하면 태양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진동 패턴도 더 넓게 설명할 수 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태양 주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많은 학자들이 최선을 다할 뿐이죠.” 김 책임연구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열역학 법칙을 배반하는 코로나
이제 광구를 떠나 태양 바깥으로 나가보자. 가장 하부 대기인 광구, 채층부터 시작해 하부 대기와 상부 대기를 구분 짓는 천이영역을 지나면, 태양의 외부 대기인 ‘코로나’가 나타난다. 이곳이 태양의 또 다른 의문점이 숨겨진 장소다.
코로나는 플라스마로 이뤄진 태양의 가장 바깥 대기로, 개기일식 때 관찰된 모습이 왕관처럼 보여서 같은 의미의 라틴어 ‘Corona’에서 이름을 땄다. 코로나는 태양과 태양 바깥의 행성 간 공간을 이어주는 위치로, CME처럼 우주날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정확한 범위는 달라지나, 연구자들은 대개 태양 반지름의 1.5~30배에 달하는 범위에서 코로나를 관측한다.
이런 코로나에는 태양물리학계가 풀지 못한 두 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다. 김 연구원이 “현재 태양물리학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이라고 묘사한 두 문제는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에 관한 미스터리다. 첫 번째, 태양 최상층 대기인 코로나가 태양 표면인 광구보다 훨씬 뜨겁다는 점이다. 광구의 온도는 약 5800K인데, 코로나는 이 온도의 200배인 100만~300만 K에 달한다. 두 번째는 코로나를 통해 태양 밖으로 빠져나가는 물질의 속도다. 광구에서 태양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물질의 속도는 초속 수십 km 정도인데, 코로나 높이로 가면 수백 km로 빨라진다. CME가 발생하면 이 속도는 초속 1000km에 다다르기도 한다. 에너지원인 태양 중심에서 멀어진 물질은 온도가 내려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둘 다 겉보기에는 기존의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현상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여기서도 자기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하나는 ‘자기유체파동’이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다. 자기장과 플라스마가 섞인 광구에서 교란이 일어나면 여러 종류의 자기유체파동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깥으로 퍼지다가 코로나에 도달하면 매질의 변화로 파동의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코로나를 가열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자기재연결’이다. 코로나 부근에서 에너지가 축적된 자기력선이 변화하면서 자기재연결이 일어나면 코로나에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이론이다.
“현재는 두 가지 모두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변화에 기여한다고 추측되지만, 어떤 원인이 어느 만큼 더 기여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김 책임연구원이 설명했다.
복잡한 태양 자기장을 이해하는 ‘알파-오메가 효과’
미스터리, 관측하면 풀릴까, 코로나그래프
코로나의 이상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들을 검증하려면 더 많은 코로나 관측 자료가 모여야 한다. 코로나 물질이 어디서 뜨거워지고 빨라지는지, 온도와 속도를 측정해야 코로나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밝히기 위해 KASI가 NASA와 공동 개발한 국제우주정거장용 코로나그래프 ‘CODEX’가 오는 10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될 예정이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을 가려 태양 가장 바깥 대기인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다. 코로나는 태양 광구에 비해 약 100만 배 정도 어둡기 때문에 태양 빛을 가려 관측한다. 그렇게 하면 태양 반경 3~10배에 이르는 지역에 넓게 퍼진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다. CODEX는 특히 밀도만 관측할 수 있었던 기존 코로나그래프와 다르게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자료는 태양풍 가속을 비롯한 코로나 의문점들을 풀 실마리가 된다.
25번째 태양 주기의 극대기를 겪고 있는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태양 탐사의 열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당장 오는 12월 24일에는 NASA에서 발사한 파커 태양탐사선의 태양 접근이 예정돼 있다. CODEX부터 파커 탐사선까지, 다음 파트에서는 태양을 향한 탐사 노력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