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얼굴을 알아보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얼굴이 친숙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메릴랜드 주 소재 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매리 베닝거는 최근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구별해내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한 가지 가능성은 사람들이 타인의 얼굴 특징(눈 코 입 등)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각 특징간의 조화를 찾고 이것을 자신의 기억 속에 보존된 인상의 특징들과 비교하는 것이다.
베닝거는 '스파이'지에 실린 유명 인사 얼굴사진을 20명의 사람에게 보여 주었다. 그 결과 소련의 무용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미국 배우 앤소니 홉킨스, 미국 가수 셰어와 최근 실각된 파키스탄의 전 수상 베나지르 부토가 그들에게 매우 흡사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얼굴은 과연 닮았을까? 컴퓨터로 눈 코 얼굴폭 등 16가지 안면 특징을 비교 분석 해 보았더니 별로 닮은 데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베닝거는 다시 90명의 사람을 동원해 같은 실험을 해보았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자료를 통해 베닝거는 우리가 닮았다고 생각한 얼굴이 실제로는 전혀 안 닮은 얼굴-적어도 안면분석치로는-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범죄가 일어났을 때 그 주변의 목격자들이 범인을 정확히 그려내지 못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