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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착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색깔의 과학

 

(그림1) 사람 망막의 위치와 구조


디스코텍에서는 파란 옷이 눈에 띈다 - 빨간색은 검게 사라져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때 빨간 꽃과 파란 꽃들이 만발한 꽃밭에 서있다고 가정해보자. 꽃을 가만히 바라보면 빨간 꽃들이 눈에 두드려져 보인다. 그러나 해가 점점 지면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빨간 꽃은 검게 보이면서 시야에서 사라지고 파란 꽃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림2) 빨간 꽃과 파란 꽃의 대비^밝을 때는 빨간 꽃이, 어두울 때는 파란 꽃이 눈에 잘 띈다 . 주변 밝기에 따라 망막 세포의 작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빨간색에 민감한 원추세포는 낮에 활성화되고, 파란색에 민감한 간상 세포는 밤에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극장이나 디스코텍에서 겪을 수 있다. 밝은 데 있다가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빨간 옷을 입은 친구는 검게 보이면서 눈에 잘 안 띈다. 반면 파란색 옷을 입은 친구의 옷이 갑자기 눈에 띄게 빛난다. 왜 그럴까.

사람 눈의 망막 세포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색깔을 지각하는 원추 모양의 세포(원추세포)로 주로 낮에 활발하게 활동한다. 다른 하나는 명암을 지각하는 막대기 모양의 세포(간상세포)인데, 원추세포와 달리 주로 밤에 활성화된다. 또 원추세포는 긴 파장(빨강)에, 그리고 간상세포는 짧은 파장(파랑)에 민감하다.
 

(그림3) 망막에 있는 3가지 빛 수용기


따라서 밝은 곳에서 빨간색이 눈에 잘 띄는 것은 원추세포의 작용 때문이고, 어두운 곳에서 파란색이 빛나보이는 것은 간상세포의 역할 때문이다. 그러나 어두운 곳에서 파란 꽃이 눈에 띈다고 해서 실제로 파란색으로 지각되는 것은 아니다(경험적으로 볼 때 보라색으로 느껴진다).
 

 (그림4) 색깔 지각 방법


원추세포는 어두운 곳에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간상세포는 단지 명암만 인지할 뿐 색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디스코텍에서 파란 옷을 입은 사람 눈에 잘 띄기는 하지만 파란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림5-1) 불꺼진 전구^이 전구를 응시하다 (그림5-2)의 빈 네모를 들려다보면 전구가 하얗게 빛난다.


섞을수록 밝아지는 빛의 조화-점묘화에 응용

보통 사람이 기억하는 색의 수는 수십 종류다. 뛰어난 화가는 1천 종류까지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많은 색은 모두 빨강, 노랑, 파랑(색의 3원색)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사실은 화가들이 경험적으로 터득한 내용이다.
 

(그림5-2) 빈 네모


그런데 생리학적으로 볼 때도 우리 눈에 3가지 빛 수용기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원추세포에는 3종류의 빛 수용기가 있다. 이들은 짧은 파장(파랑)에 민감한 세포(S), 중간 파장(녹색)에 민감한 세포(M), 그리고 긴 파장(빨강)에 민감한 세포(L)로 구성된다. 빛의 3원색(빨강, 녹색, 파랑) 이론을 처음 정립한 사람은 19세기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1821-1894)다.
 

(그림6-1) 가운데가 흐린 원^위의 원을 가만히 응시하면 가운데 흐린 부분이 사라진다.


이 세포들의 상대적인 흥분 정도에 따라 사람은 다양한 색깔을 지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파란색을 보는 것은 S가 M과 L에 비해 많이 흥분된 경우다. M과 L이 같은 정도로 흥분하고 S가 상대적으로 적게 흥분하면 노란색을 지각한다. 그림을 그릴 때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사용하고 싶다면 나름대로 다양한 색상을 혼합시키면서 마음에 드는 색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물감은 섞을수록 명도와 채도가 떨어지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모처럼 찾아낸 색깔이라도 어둡고 옅어진 탓에 산뜻한 느낌을 내기 어려워 실망할 수 있다.
 

(그림6-2) 둘레가 흐린 원^원의 가운데를 응시하면 주변의 흐린 부분이 사라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녹색을 예로 들어보자. 파란 물감과 노란 물감을 섞으면 녹색이 만들어진다. 또다른 방법으로 파란색과 노란색을 점으로 촘촘히 찍고 멀리서 보면 역시 녹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감을 섞은 경우에 비해 명도와 채도가 높아진 상태다.

빛은 물감과 달리 섞일수록 명도와 채도가 높아진다. 사람이 점들을 바라볼 때 눈은 각 점들이 분출하는 파장을 인식한다. 이때 파랑과 노랑 두 종류의 파장은 섞여서 눈에서는 녹색으로 지각된다.
 

(그림7) 새장 안에 새 넣기^좌우 새를 천천히 응시한 후 빈 새장을 바라보면 보색을 띤 새가 나타난다


하지만 빛의 상태에서 혼합됐기 때문에 녹색은 물감을 섞었을 때에 비해 더 밝게 빛난다. 점묘화는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해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살린 그림이다.
 

(그림8) 녹색 사각형^사각형을 가만히 쳐다보면 주위가 녹색의 보색인 분홍색기를 띤다.


물질은 사라져도 보색은 남는다-망막이 피로해진 탓

옆의 전구를 속으로 천천히 20을 셀 때까지 응시하자. 그리고 빈 네모 안을 들여다 보라. 검은색과 보색, 즉 하얗게 빛나는 전구를 볼 수 있다.
또 녹색 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각형 주위가 녹색의 보색인 분홍색기를 띠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색을 계속 보고 있으면 그 색이 없어져도 보색이 망막에 남아있는 현상은 잔상 때문에 발생한다. 보색은 서로 섞였을 때 무채색(흰색, 회색, 검정색)으로 변하는 색이다.
 

(그림9) 태극기 만들기^이 그림을 쳐다보다 왼쪽 페이지(그림 5-2)의 빈 네모를 쳐다보면 본래 색채의 태극기가 보인다.


잔상 효과는 망막의 3가지 빛 수용기(S, M, L)가 피로해진 탓에 일어난다. 빨간색을 오래 들여다본 경우 보색인 청록색 잔상이 남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빨강에 민감한 세포(S)가 피로해지면 나머지 2가지 종류의 세포(M, L)가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된다. M은 녹색, L은 파란색을 지각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의 눈에는 청록색의 잔상이 남는다.
 

(그림10) 명도대비^가운데 회색 사각형이 주변 밝기에 따라 달라보인다. 검은색 배경의 왼쪽 사각형이 흰색 배경의 오른쪽 경우보다 밝게 보인다.


빨간색 앵무새를 천천히 20을 셀 때까지 응시한 후 빈 새장을 바라본다. 새장에는 어느새 청록색의 앵무새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왼쪽의 녹색 새를 응시한 후 빈 새장을 바라보면 분홍색 새가 나타날 것이다.

 

(그림11) 색채대비^같은 색상인 가운데 빨간사각형이 주변 색채에 따라 달라보인다.


미술전람회 벽이 흰색으로 칠해진 이유-같은 작품이라도 보다 선명하게

밤에 차도 중앙선에 사람이 서있으면 엇갈려 달려오는 자동차 불빛 때문에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칠판에 쓰여 있는 글씨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변의 밝기에 따라 실체가 달라보이는 사례다(명도대비).

명도는 흰색에서 검정색까지의 범위를 나누어 단계를 매긴 값이다. 그런데 같은 명도를 가진 회색이라도 주위의 명도가 틀릴 경우 실제 명도와 다르게 보인다. 색깔 역시 배경색에 따라 달라보인다(색채대비).

이런 현상을 이해한다면 미술전람회에서 벽이 흰색으로 칠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흰색은 명도가 가장 높은 무채색이다. 따라서 작품들의 색채는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윤곽선에 보색을 사용함으로써 색을 보다 더 생생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림12) 차도에서 사라지는 사람^밤에 차도 중앙선에서 사람이 서있을 때 양쪽에서 불빛을 비치면서 차 안에서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쪽 자동차 불빛으로 인해 사람이 밝게 변한 상태에서 맞은편 불빛이 배경으로 비춰지면 사람과 주변 간의 명도 차이가 줄어든다. 그 결과 사람이 잘 안보인다. 명도대비의 한 예다.


이 효과들은 망막에 있는 세포들이 '외측억제'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외측억제란 한 세포가 반응할 때 그 옆에 있는 세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검은색에 둘러싸인 회색 도형의 경우 망막 세포의 일부는 회색을 바라보지만, 다른 일부는 배경으로부터 오는 파장을 인지한다. 이때 배경을 보는 망막 세포는 회색 도형을 보는 세포를 더욱 흥분시켜 도형은 더욱 뚜렷해보인다. 반대로 흰색 배경을 바라보는 세포는 회색 도형을 보는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같은 회색이라도 상대적으로 흐려보인다. 명도대비는 원추세포, 그리고 색채대비는 간상세포에서 다양한 외측억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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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은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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