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이 짧고 투과력이 강한 응용분야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감마선. 하루에 한번꼴로 거대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우주감마선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근 천문학자들은 주기적으로 깜짝쇼를 펼치는 우주공간의 감마선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주 짧은 순간, 수초 동안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분출하고 사라지는 감마선 분출현상은 거의 하루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또 감마선이 한번 나타난 곳은 다시 감마선 분출을 볼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감마선이 10초동안 분출할 때의 에너지는 태양이 일생동안(약 1백억년) 내뿜는 에너지의 수천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감마선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감마선을 X선과 같이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 정도로 알고 있다. 감마선의 특징은 파장이 짧으면서 투과력이 아주 센 독특한 전자기파다. 또한 에너지 강도가 매우 높아 암을 치료한다든가 살균제 또는 절단재료(감마나이프)로 활용이 기대된다.
문제는 우주공간에서 분출되는 감마선. 인류가 우주공간에서 오는 감마선을 포착하기 시작한 것은 3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감마선은 지구 대기권에 대부분이 흡수돼 지상에서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검출하려면 지구대기권 밖으로 나가야 한다. NASA(미국항공우주국)는 91년부터 우주 감마선을 관측하기 위해 감마선 관측위성(GROS)을 띄워 '신비의 에너지선'을 추적하고 있다. 이 위성을 콤프턴천문대라고 부른다.
GROS가 관측한 바에 따르면 2년 동안 6백번 정도의 감마선분출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거의 하루에 1번꼴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우주공간에 흩뿌려진 셈이다. 만약 인류가 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위기'란 말 자체가 무색해질 것이다.
왜 감마선은 분출되는 것일까. 근원은 어디일까. 별들이 충돌할 때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초신성이 폭발할 때 나오는 빛일까. 우리은하 내에 감마선 분출원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주 먼 우주공간에서 오는 것일까. 천문학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탄 우슬리(감마선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계산한 사람)는 중성자별(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밀도가 크고 크기가 작은 별, 태양과 같은 별이 서울시만하게 작아진 것으로 생각하면 됨)이 충돌하면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바로 감마선 분출의 첫번째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중성자별에 모래를 떨어뜨린다면 1백만톤의 TNT가 폭발하는 에너지를 분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게가 엇비슷한 중성자별을 중성자별 위에 떨어뜨려봐라. 감마선분출을 설명할 수 있을만큼의 에너지는 충분히 생성될 것이다."
우슬리는 또다른 용의자도 주목하고 있다. 거대별들이 블랙홀이 되면서 감마선을 분출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블랙홀이 형성되는 순간 아주 고온으로 가열된 일부 물질은 감마선 형태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감마선 분출의 진원지가 우리은하내에 국한된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지만(그만한 에너지가 전달되려면 거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아주 먼 거리의 퀘이사에서도 감마선 분출이 관측되는 것이 보고되기도 한다.
우주공간에는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감마선도 더욱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튼 우주 감마선의 실체가 밝혀지면 우리의 에너지 개념은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