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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터뷰] 인류의 질문에 답하는 곳, IBS 중이온 가속기연구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궁금한 것들이 계속 생겨날 겁니다. 그런 질문들을 연구하기 위해 중이온가속기를 짓는 겁니다. 미래에 연구자가 된 여러분이 궁금증을 푸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권면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자문위원(전 가속기구축사업단장)의 말에 과학동아 독자들의 눈이 빛났다. 4월 21일 오전 10시, 대전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엔 과학동아 독자 10명이 모였다. 3월호 특집 기사인 ‘인류 염원 담아 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한발’’과 연계해 기획된 랩투어였다. 특집 기사를 읽고 랩투어에 응모해 선발된 독자 10명은 이날 중이온가속기연구소가 건설 중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권 전 단장이 중이온가속기를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할 열쇠’로 소개한 이유는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중이온가속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수소, 헬륨 등보다 무거운 원자를 빠르게 가속한 다음 표적물질에 충돌시킨다. 그러면 희귀한 동위원소가 마치 폭죽 터지듯 생성된다. 희귀동위원소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부터 별의 진화과정을 규명하는 연구, 신소재 개발, 암 치료에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랩투어에 참여한 독자들도 입자물리학자를 꿈꾸는 중학생부터 십수 년간 반도체 업계에 몸 담은 엔지니어까지 다양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제각기 달랐지만 라온에 대한 큰 기대와 호기심만큼은 모두의 공통분모였다. 

 

 

‘행진하는 듯한’ 가속모듈을 직접 보는 행운

 

오전 첫 일정은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중이온가속기의 활용 분야와 원리, 라온의 전체 구조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라온이 발견할 것으로 기대하는 119번째 원소에 대한 질문부터 과학자의 마음가짐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김 부장은 과학자를 꿈꾸고 있는 독자들에게 “과학자가 되기 위해선 큰 결심과 주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과학에 흥미를 잃지 않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랩투어가 진행됐다. 김 부장은 “터널 구역을 볼 수 있는 시기에 랩투어가 진행돼서 정말 행운”이라며 “빔 출력이 시작되면 방사선이 발생해 접근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터널 구역 중에서도 초전도 가속모듈이 줄지어 늘어선 광경을 마주한 순간은 랩투어의 하이라이트였다. 

 

초전도 가속모듈은 중이온가속기에서 입자(빔)를 빠르게 가속하는 핵심 장치다. 라온의 저에너지 가속구간에는 이런 초전도 가속모듈이 56개 줄지어 있다. 2022년 10월 7일, 라온이 저에너지 가속구간 첫 번째 빔 인출 시험에 성공했을 때 빔이 지나간 곳도 여기다. 독자들은 이곳에서 ‘셀카타임’을 가지며 라온에 온 것을 기념했다. 박해진 독자(대전 한빛고 1)는 “가속모듈이 행진하는 것처럼 줄지어 있는 모습이 웅장해 인상깊다”고 말했다.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전체 면적이 축구장 137개와 맞먹어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연구시설’로 꼽힌다. 랩투어를 통해 독자들은 이런 라온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이 곳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신재호 독자(서울 역삼중 1)는 “연구원들이 다양한 장치를 직접 작동시키며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모습에서 후배 과학자들을 위한 노력이 엿보여 감동적이었다”며 “미래에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연구하는 과학자가 돼,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랩투어 뒷이야기

 

만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권면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자문위원(전 가속기구축사업단장)과 함께한 식사시간 이후, 신재호 독자가 “입자물리학자가 꿈인 학생인데, 혹시 인터뷰를 해주실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권 전 단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5월 10일, 이들의 인터뷰가 화상으로 진행됐다. 현재와 미래의 과학자가 나눈 이야기를 살짝 공개한다.

 

 

 

Q. 서울대를 졸업하시고, 미국 조지아대에서 핵융합 연구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학생활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내 이력을 다 알고 있네요? 보안에 민감한 핵융합 연구의 특성상, 외국인은 연구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어요. 미국에서 하던 연구를 한국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컸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연구기반이 잘 닦여 있지 않았던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조만간 한국도 핵융합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잘 하지 못하는 연구분야에 몸담는다면 외국에 오래 머무는 방법도 있겠죠. 하지만 외국에서 배운 지식을 국내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을 해준다면 좋겠습니다. 

 

Q. 조국을 위해 돌아올 결심을 하신 게 대단하십니다. 중이온가속기에 관심이 많고, 연구자가 꿈인 친구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시고 싶으세요?

 

한국에 중이온가속기가 생기면서 그간 해외에 가야 할 수 있었던 연구를 국내에서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핵물리, 입자물리, 재료,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연구를 하고 싶다면 중이온가속기를 어떻게 활용할지 잘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저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자들에게도 많이 물어보길 바라요. 여러분의 연구에 우리를 잘 활용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비는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호기심 많은 젊은 연구자들의 몫이겠죠. 

 

Q. 제 꿈은 입자물리학자가 돼서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과학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뭘까요?

 

아주 큰 꿈입니다. 틀림없이 될 거고요. 과학자에게는 호기심이 중요합니다. 호기심을 잃어버리면 기초과학자란 직업은 재미가 없어지죠. 또 한 가지 꼭 필요한 덕목이 바로 윤리적인 기준입니다. 과학기술은 다양하고 새로운 것, 그리고 때론 위험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올바른 것을 연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그걸 풀어나가는 능력이 중요하고, 또 내 연구 결과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나아가 온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될지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202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김소연, 이수린 기자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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