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 ‘웹캠’(webca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웹캠이란 웹과 카메라, 또는 캠코더의 합성어로, 일정한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것을 말한다.
웹캠을 이용하면 단 한사람의 웹사이트 운영자에 의해 텔레비전 방송국이 세워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에베레스트산의 날씨 변화를 관찰하거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폭발지역을 관찰하는데 웹캠은 매우 유용하다. 이같은 점에 착안해 일부 보안업체에서는 보안 취약지역을 원격지에서 감시하는 웹보안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웹캠이 촉발한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세계가 또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전까지 주로 실외에 설치돼 있던 카메라가 서서히 개인의 은밀한 방 안으로, 그것도 자진해서 설치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웹캠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제니퍼 링글리가 운영하는 ‘제니캠’이란 이름의 사이트. 필라델피아의 디킨슨 대학을 졸업하고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이 여성은, 자신의 방에 캠코더를 설치해 놓고 방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을 전세계에 생중계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매 3분마다 한번씩 카메라 화면을 정지 그림으로 잡아 올린다. 여기에 올라오는 장면은 그녀가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전화를 거는 등 일상적인 모습이 대부분. 그러나 가끔은 아주 은밀한 개인적 행동, 이를 테면 옷을 갈아 입거나, 심지어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는 모습까지도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몸뚱이를 공개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그녀의 말 것처럼, 웹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여느 포르노 사이트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제니캠은 그녀가 “웹에서 24시간 살고 싶어서” 개설한 사이트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행위를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그녀는 가상공간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찰자들에게 ‘현실의 인간이 현실의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살피고자 했다. 인터넷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올 여름 내내 미국 언론에 오르내린 ‘제니캠 현상’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