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뤘던 학생들은 과학탐구영역이 어렵다는 말을 한다.그 원인을 따져보고 앞으로 과학공부의 방향을 세워보자.
96년 5월 국립교육평가원은 '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해설'이라는 자료에서 출제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되돌아보면 우선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학교에서 학습된 보편적인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또한 가능한 한 문제상황 중심의 통합교과적 소재로부터 출제한다고 했다.단순한 기억력이나 암기력보다는 사고력을 평가하고,얼마나 빨리 푸느냐보다 역량이 얼마나 되느냐를 알아보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1월 13일에 출제된 수리탐구영역Ⅱ에서의 과학탐구 문제들은 그런 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전체적으로 볼 때 문항수는 전년에 비해 30%정도 늘어났고 시간은 10%정도 늘었다.문항당 배분시간이 적기 때문에 세트 문제가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출제범위를 살펴보면 과I상(생물),과II하(지구과학),물리,화학등 각 과목에서 고르게 출제됐음을 알 수 있다(표1).
그러나 학생들의 말처럼 이번 수능문제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평소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거나,이를 응용하는 훈련이 돼 있지 않은 것이 1차적인 원인이다.또한 이번 수능은 얼마나 폭넓게 과학지식을 쌓았는가를 묻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나 참고서에 얽매여 공부했다면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평가요소 중에서 자료해석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래프,가설,최신 첨단사진 자료 등이 폭넓게 사용된 점들이다.흔히 생활주변에서 발견되는 일이나 환경오염을 염두에 두고 출제한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교통사고로 길에 쏟아진 질산을 중화하는 문제가 여기에 속한다.작년에 해양오염에 관한 문제가 나온 것을 상기하면 환경오염과 과학을 연관시키는 문제는 꾸준히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번에 출제된 몇가지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앞으로의 출제 경향과 학습대책을 생각해 보자.
[예제]교과서 밖의 풍부한 과학지식 필요
20.(가)는 카메라에 짙은 색유리를 대고 촬영한 태양 사진이고,(나)는 인터넷에서 입수한 그 날의 X선 태양 사진이다.
위의 사진에서 알수 있는 내용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가)는 채충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②코로나의 활동 지역이 (나)에 나타나 있다.
③(가)에는 (나)보다 온도가 낮은 지역이 잘 나타나 있다.
④X선 사진 중앙의 밝은 지역은 (가)의 흑점과 관련이 있다.
⑤연속된 시간의 태양 사진이 얻어지면 태양의 자전 속도를 구할 수 있다.
[해설]
인문,자연,예체능계 문제다.그림 (가)는 광구를 찍은 모습이다.중심부는 밝지만 가장자리로 갈수록 어둡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태양 얼굴의 가장자리에서는 광구면과 대단히 작은 각을 이루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이 광구의 하층부까지 이르지 못한다.이 때문에 온도가 낮은 광구의 상층부만 보이므로 어둡게 나타난다.이러한 현상을 주연감광이라고 한다.
중심부의 흑점은 주위보다 온도가 1천~2천K 정도 낮아 어둡다.태양의 자전주기는 시간변화를 두고 찍은 태양사진에서 흑점의 위치가 변하는 정도로부터 구할 수 있다.
X선은 파장이 매우 짧은 전자기파이기 때문에 높은 온도를 가진 물체에서 방출된다.따라서 태양에서는 온도가 1백만K이상 되는 코로나에서나 X선이 방출된다.그림(나)와 같이 X선으로 본 태양의 모습이 고르지 못한 거은 코로나의 온도와 밀도가 영역에 따라 일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X선 사진에서 특히 어둡게 보이는 영역을 코로나 구멍이라고 부른다.이 부분은 코로나의 온도와 밀도가 낮은 부분이다.흑점 주변에서 X선이 강하게 방출되는 것으로 보아 흑점은 코로나의 활동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암시한다.
채층은 평상시에는 볼 수 없다.채층은 개기일식 때 달이 태양의 광구를 가리는 순간,수초 동안 광구 바깥쪽에 나타나는 붉은색 층이다.채층은 온도가 4천5백-2만K정도로 X선이 거의 방출되지 않는다.정답은 ①번이다.
이 문제는 광구,채층,코로나 등 태양활동에 관한 이해력을 측정하는 자료해석 문제다.주어진 자료가 매우 새롭고,전자기파와 태양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면 풀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다행히 주어진 지문에 확실하게 틀린 것이 있어서 감각적으로 답을 찾아낸 수험생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지구과학 문제 중 가장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수업 중 배운 지식만으로 해결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보여진다.평소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과학잡지나 참고자료들을 많이 본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이다.교과서만 암기해선 안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수 있다.
[예제2]하나의 상황을 여러 각도 해석
〔44-46〕오징어는 외투강 안에 물을 담고 있다가 적을 만나면 외투강을 싸고 있는 근육을 수축함으로써 출수공으로 물을 분사시켜 재빨리 도피한다.이러한 도피행동에는 근육에 전달되는 신경신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다음 그래프는 오징어의 축색돌기에 자극을 주고 ${Na}^{+}$과 ${K}^{+}$의 출입에 의한 축색막 안팎의 전위치를 시간에 따라 기록한 것이다.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44.위 그래프에 나타난 각 시기에 대한 설명 중 맞는 것은?
①'가'시기에는 ${K}^{+}$이 축색막 안쪽보다 바깥쪽에 더 많다.
②'나'시기에는 ${Na}^{+}$이 축색막 안쪽으로 이동한다.
③'다'시기에는 축색막 안팎으로 이온의 이동이 없다.
④'라'시기에는 ${K}^{+}$이 축색막 안쪽으로 이동한다.
⑤'라'시기에는 ${Na}^{+}$이 축색막 안쪽으로 이동한다.
45.축색 돌기의 세포막 부분은 1㎠당 전기용량이 1.0×${10}^{-6}$패럿인 축전기의 역할을 한다고 하자.위 그래프를 이용하여 뉴런이 자극을 받을 때 축색막을 통하여 1㎠당 이동하는 ${Na}^{+}$의 몰 수를 구하면?단,전자1몰의 전하량을 1패러데이라고 하며,1패러데이는 약9.6×10⁴클롬이다.
①1.0×${10}^{-3}$몰 ②1.0×${10}^{-6}$몰 ③1.0×${10}^{-9}$몰
④1.0×${10}^{-12}$몰 ⑤1.0×${10}^{-15}$몰
46.다음 그래프는 오징어가 외투강 안에 있는 물을 급속히 분사하며 도망갈 때,오징어 속력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그린 것이다.오징어의 최대 순간 속력을 추정하기 위해,오징어의 질량 외에 꼭 필요한 정보를 아래(보기)에서 모두 고른다면?
보기
ㄱ.오징어 축색돌기가 외투강을 싸고 있는 근육에 전달한 전기 에너지
ㄴ.오징어가 분사한 물의 평균 분사 속력
ㄷ.오징어가 분사한 물의 총질량
①ㄱ ②ㄴ ③ㄱ,ㄴ ④ㄴ,ㄷ ⑤ㄱ,ㄴ,ㄷ
[해설]
자연계 세트문제로 적을 만난 오징어가 도망가는 하나의 상황을 설정했다.그런 다음 뉴런의 흥분전도의 원리 이해(과I상),전기적인 양을 화학적인 양으로의 변환(화학),운동량보존법칙의 이해(물리)등을 묻고 있다.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문제다.
(44번) 휴지기의 뉴런막은 ${Na}^{+}$에 대해 투과성이 없으면,${K}^{+}$은 자유롭게 투과된다.일반적으로 휴지상태의 세포는 세포막이 ATP에너지를 써서 ${Na}^{+}$을 세포밖으로 내보내는 나트륨 펌프가 작동한다.이 때문에 막 외부에는 ${Na}^{+}$이 훨씬 높은 비율로 존재한다.그래서 바깥쪽은 양(+)전하,안쪽은 음(-)전하를 띠고 분극함으로써 일정한 막전위를 유지한다.
신경이 흥분하면 그 부분의 ${Na}^{+}$에 대한 투과성이 갑자기 커진다.이 때문에 세포밖으로부터 많은 양의 ${Na}^{+}$이 세포막 안으로 들어와('나' 시기)막전위가 바뀌는 탈분극이 일어난다.${Na}^{+}$이 막 안으로 들어오면 확산에 의해 그 옆의 막도 탈분극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탈분극은 신경돌기를 따라 이동해 흥분의 전도가 이루어진다.
'라'시기에는 ${K}^{+}$이축색막 바깥쪽으로 이동한다.탈분극이 이동함에 따라 세포막의 투과성이 원상태로 돌아가고 나트륨 펌프가 작동하여 ${Na}^{+}$이 세포밖으로 방출되면서 원래의 휴지전위상태로 회복된다.답은②번이다.
(45)번 대전량Q=CV=1.0×${10}^{-6}$×〔0.03-(-0.07)〕=1.0×${10}^{-7}$쿨롬.전지 1몰이 이동하면 1패러데이의 전하량이 이동하게 되므로 대전량을 전자 1몰당 전하량9.6×10⁴쿨룸으로 나누면 이동한 몰 수=$\frac{1.0×{10}^{-7}}{9.6×10⁴}$=1.0×${10}^{-12}$답은④번이다.
(46)운동량보존법칙을 적용해 푼다. ${m}_{오}$${V}_{오}$=${m}_{물}$${V}_{물}$⇒${V}_{오}$=$\frac{{m}_{물}{V}_{물}}{{m}_{오}}$
따라서 오징어의 질량,물의 질량,물의 평균분사속력만 알면 오징어의 최대순간속력을 구할 수 있다.답은④번이다.
이 문제는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체를 소재로 삼았다.여기에 생물,화학,물리의 개념들을 물어봤다.언뜻 통합문제인 듯 보이나 소재만 공통적일 뿐 각기 고유의 지식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풀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각 과목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 체계가 없으면 풀 수 없는 문제다.이와 비슷한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몸구게가 30kg인 타조가 시속 50km 속력으로 달리고 있다.이 타조가 가진 운동 에너지는 얼마인가?이 타조가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주로 소모하는 영양소는 무엇인가?그렇다면 이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개념은 무엇일까.
하나의 소재로부터 다양하게 질문하는 문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앞서 국립교육평가원의 기본방향을 말해듯이 통합적 소재를 이용한 문제는 앞으로도 출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그러나 평소 기본개념을 잘 알고 있다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번 수능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혈액에 관해 묻는 문제도 소재를 떼어놓고 생각하면 생물에서 배운 기본지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다.또 최근 화성운석이 화제가 됐듯이 운석구덩이에 대해 묻는 문제도 지구과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면 된다.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제3]과학잡지도 소재로 등장
〔7〕녹말,지방,단백질은'입→위→소장'을 지나는 동안,각 부위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에 의해서 분류된다.아래 그래프는 각 부위에 따라 영양소가 분해되는 상태를 나타낸 것이다.
녹말,지방,단백질이 모두 들어 있는 시험관에 충분한 양의 침,위액,소장액을 넣고 pH를 2-3으로 맞추어 36℃에서 30분간 처리하였다.영양소가 분해되는 상태를 시간(t)에 따라 바르게 나타낸 그래프는?
〔23-24〕철수는 최근에 발행된 과학잡지에서 다음글을 읽었다.
지난 20여년 간에 걸쳐 수행된 호수의 생태계 조사에 의하면,대부분의 지역에서 산성비는 호숫물의 pH에 큰 영향을 미쳐 왔으며 호수에 분포된 생물의 개체수와 호숫물의 pH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그러나 주성분이 CaCO₃인 석회암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호숫물의 pH와 호수에 분포된 생물의 개체수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
24.산성비로 pH가 낮아진 호수에서 생물의 개체수가 감소되는 직접적인 원인을 가장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생물의 체온이 올라가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에
②생물의 운동력이 떨어져 이동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③생물의 체액을 순환시키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④세포가 모여 조직을 형성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⑤세포의 생명현상에 관계하는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앞의 두 문제는 인문,자연,예체능 수리탐구문제이다.주어진 상황이나 질문의 방향은 다르지만 효소의 기능과 작용을 묻는다는 점에서 같다.24번 문제는 교과서에서 직접 다뤄지는 것이 아니지만 7번 문제를 제대로 이해한 수험생이면 쉽게 풀 수 있다.효소는 각기 고유의 온도조건이나 pH조건을 가진다.따라서 호숫물의 pH가 변해 생명현상에 관계되는 효소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생물의 개체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문제는 '과학잡지'에서 뽑은 글을 지문으로 사용하고 있다. 앞서 예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폭넓은 지식과 응용력을 묻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수능공부
이번 수능은 앞으로 수리탐구영역을 공부할 때 암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수능이 거듭될수록 창의력과 응용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많아진다는 점은 공부의 방법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말해준다.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수능을 대비해야 할까.
우선 각 과목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지식체계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이것이 모든 것의 밑바탕이 된다.이해력과 응용력,창의력도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나오지 않는다.또한 통합적인 소재에서 다양하게 문제를 풀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세트문제가 많아진다는 것은 통합과학적인 문제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나 통합과학적인 문제도 해부해 보면 개별과목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세번째로는 과학과 관련된 생활 주변의 소재나 시사적인 소재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환경오염과 중화제,교통사고와 수혈,운석,호수의 생태 등은 잘 알다시피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내용들이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공부를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소 과학잡지등 참고자료를 많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교과서는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신 자료들이 부족하다. 그러나 신문이다 잡지에는 자연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현상이나 문제,새로운 연구이론 등 풍부한 과학적인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다.수능에서는 최근 얼마나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이번 수능이 너무 어렵다고 겁먹지 말자.또한 평소 학교에서 행해지는 각종 수업과 실험이 착실한 기초가 된다는 점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