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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오빠 논문연구소] 북극 온난화의 지표, 해빙

 

인류가 지금까지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전 지구에서는 기온이 전례 없이 극심하게 상승했습니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탄소가 산소와 결합하면서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외 기후학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온난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북극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극은 연평균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5배가량 빨리 상승하며, 지구온난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극의 온난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밝히기 위해 실제로 관측하거나 기후모델을 통해 예측하고 있습니다. 북극에서 온난화 현상이 가장 극심한 이유는 다양한 ‘기후 피드백(Climate Feedback) 효과’ 때문입니다. 북극에는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해빙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햇빛의 반사율이 감소해 온도가 더욱 상승하는 기후 피드백이 존재합니다. 기후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북극에 있는 다년빙은 향후 50년 이내에 사라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년빙은 여름철에도 녹지 않는, 두께가 두꺼운 해빙입니다.  
하지만 기후모델로는 온난화 진행 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북극의 모든 기후 피드백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후학자들은 북극의 온난화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밝혀내기 위해 기후 피드백 효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해빙 얇아져 온난화 가속
북극해는 아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둘러싸여 있는 바다입니다. 고위도에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햇빛을 적게 받으므로 매우 춥고 해수가 얼어 있습니다. 
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알베도라고 하는데 해빙 표면의 알베도는 약 50~70%로, 해양 표면(알베도 10% 미만)보다 훨씬 높습니다. 다시 말해 해빙은 대기를 통과해 지구 표면까지 도달하는 햇빛을 지구 바깥으로 반사시킵니다. 그래서 북극해 해빙은 북극의 기후를 차갑게 유지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다년빙은 두껍고 표면도 얼음으로 덮여 있어 햇빛을 잘 반사시킵니다. 그러나 최근 북극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해에 있는 다년빙이 줄어들고, 여름철에 해빙이 없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해빙으로 덮여 있었던 해양 표면이 대기에 드러나면서, 해양이 햇빛을 더 많이 받게 됩니다. 해빙의 두께가 얇아지면 얼음을 투과하는 빛의 양도 많아집니다. 북극해의 온난화가 가속되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해빙-알베도 피드백 효과’라고 부릅니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얼음 표면이 녹으면 해빙 위에 담수가 고이면서 작은 호수(융빙호)가 생깁니다. 물은 얼음보다 햇빛을 덜 반사시키기 때문에 융빙호 하부의 해빙이 훨씬 빨리 녹습니다. 이 또한 북극 온난화를 가속하는 원인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북극에서 지구온난화가 가장 극심한 이유가 바로 이 해빙-알베도 피드백 효과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현재 기후모델들은 해빙-알베도 피드백 효과를 고려해 미래 기후를 시뮬레이션 합니다. 
하지만 스트로브 교수팀은 실제로 관측한 북극 해빙의 감소 속도가 기후모델에서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래서 현재 다른 기후 피드백 효과가 북극해의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빙 감소→식물성 플랑크톤 증가→온난화
전 세계 기후학자들은 지구에서 탄소가 순환하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기존 기후모델에 해양 생태계-화학 모델을 결합한 ‘지구시스템 모델(Earth system model)’을 개발했습니다.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과 영양염(해수에 들어 있는 규소와 인, 질소 등 염류)까지도 고려한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2013년 IPCC 5차 보고서에서부터 미래 기후를 전망하는 데 활용됐습니다.  
필자가 속한 국종성 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팀은 지구시스템 모델을 이용한 기후변화 실험에서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이 기후변화에 반응할 때 북극 온난화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빛과 영양염, 물을 이용해 광합성을 합니다. 북극은 빛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장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가령 봄철에 해빙이 감소하면 햇빛이 많이 들어와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합니다. 현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해빙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북극해 식물성 플랑크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푸른색 계열의 가시광선(400~500nm)을 흡수합니다. 즉, 해양에서 푸른색 계열의 빛을 흡수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북극 온난화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번식을 왕성하게 하고, 햇빛의 흡수 비율을 높여 해빙이 녹는 현상을 가속화시킵니다. 우리 연구팀은 결국 해빙이 감소하면서 추가적인 해빙-알베도 피드백 효과가 나타나 북극 온난화를 증폭시키는 원인인 ‘북극해 해양 생지역학(biogeophysical) 피드백 효과’를 제시했습니다.doi:10.1073/pnas.1416884112

흥미롭게도 이산화탄소가 고정된 상태에서는 여름철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빙의 상호작용이 북극을 더욱 차갑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름철에는 해빙이 가장 적어 상대적으로 햇빛이 많이 들어옵니다. 햇빛이 북극해의 표층을 데우고 해빙이 녹으면서 담수가 해수 표층으로 유입돼 해수 표층의 밀도가 낮아집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북극해 표층은 심층과 잘 섞이지 않고, 결과적으로 표층에서 영양염이 더욱 부족해집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표층보다는 영양염이 상대적으로 많은 심층에서 훨씬 잘 자랍니다. 이때 해양으로 도달하는 햇빛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비교적 깊은 층에서 흡수하기 때문에 해빙이 존재하는 해양 표층에서는 빛을 흡수하는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우리 연구팀은 북극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정체돼 있기보다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빙 간 상호작용에 따라 북극해가 차갑게 유지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doi:10.1007/s00382-018-4450-6
스트로브 교수팀은 북극해에서 온난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다년빙이 감소해 결국 여름철 해빙이 소멸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여름철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빙 간 상호작용은 해빙이 소멸하면서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극 온난화가 중위도 기후에 영향

아직까지 지구시스템 모형을 이용해 기후 피드백 효과를 연구하는 분야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된 기후모델과 달리 지구시스템 모델을 이용한 연구는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구시스템 모델로 예상한 값은 실제 관측값과 오차가 존재합니다. 또한 북극해는 인류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관측 자료가 부족해 오차를 수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시스템 모델은 해양의 식물성 플랑크톤 분포 및 영양염 분포 시뮬레이션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세계 각지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해양 식생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나아가 해양 식생에 의한 기후 피드백 효과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북극의 해빙-알베도 피드백 효과뿐 아니라, 생태계가 물리적인 기후를 바꾸는 북극해 해양 생지역학 피드백 효과가 더해져 북극의 온난화가 가속화를 이해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북극에서의 온난화 가속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위도에 살고 있는 인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극 온난화는 겨울철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지역의 한파를 유발합니다. 인류가 내뿜은 이산화탄소가 기후 피드백 효과를 일으켜 우리 생활에 극심한 영향을 미치는 셈입니다. 
현재 북극해 기후 피드백 효과에 대한 연구는 기후학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연구 주제입니다. 기존에 알려진 기후 피드백 효과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지구시스템 모형을 이용한 해양 생지역학 피드백 연구는 북극해의 미래 기후를 전망하고 원인을 밝혀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임형규

POSTECH 환경공학부 박사과정 연구원이다. 지구시스템 모델을 이용해 기후변화가 북극해의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hglim@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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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임형규 연구원
  • 에디터

    이정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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