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인터넷을 가정에서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단 고비를 넘기고 인터넷이 홈소프트웨어와 결합된다면 우리의 가정 정보화는 획기적인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요즈음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슈 중 ‘교육 정보화’ 라는 주제가 있다. 필자는 과연 이런 이름으로 준비되고 있는 교육 개혁이 무엇인지 교육부의 전문위원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그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새롭게 시도될 교육 개혁의 1차적 대상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그렇다면 교육 정보화의 출발은 홈소프트웨어가 지향하는 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교육공간이 학교를 벗어나 가정에 까지 미치게 하고, ‘즐기는 행위’ 자체에서 교육 효과를 달성한다는 것은 우리가 홈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 인터넷이 결합된다면 아마도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홈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제대로 된 만남’
처음 홈PC라는 용어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홈PC가 일반 PC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라는 비판부터 “과연 홈PC가 성공할 것인가” 라는 의문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홈PC 시장은 컴퓨터 판매회사들이 점령해야 할 가장 큰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홈PC가 자리잡으면서 우리의 가정 생활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문화 생활이나 학습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컴퓨터 통신 서비스나 인터넷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또 지금까지 컴퓨터의 소외 계층이었던 주부에게도 컴퓨터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홈PC의 득세는 홈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가족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킬 만큼 다양한 종류의 홈소프트웨어가 없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다. 전통적으로 개인용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는 혼자서 쓰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은 개인 혼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익숙해져 있고, 이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는 편이다.
현재는 판매가 잘 되는 어린이용과 언어 학습용에 편중돼 있어서 다른 연령층이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은 적당한 제품을 찾기 힘들다.
이같은 홈소프트웨어의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현재 대부분의 홈소프트웨어가 보관돼 있는 CD롬 매체의 단점을 인터넷이 해소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은 모든 종류의 소프트웨어에 해당된다.
한 가정에서 어린이를 위한 학습 도구로서 백과사전 CD롬을 하나 구입했다고 하자. 백과사전 CD롬은 정보의 양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싸다. 그러나 그 정보는 백과사전 CD롬을 개발한 회사가 구축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로부터 사온 것이며, 가격이 비싼 것은 정보를 가공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과사전 CD롬은 새롭게 등장하는 정보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백과사전 정보를 개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들이 충분히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통신이며, 인터넷이 그 구체적인 해결 방법인 것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엔카르타 백과사전 CD롬 구입자로 하여금 인터넷에서 추가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제공해 돈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머지 않아 인터넷 사용에 대한 요금결제가 가능해지면 사용자는 필요할 때 가장 최신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만 지출하면 된다.
이때 공급자는 유통업체를 배제하고 직접 사용자와 접촉이 가능해 가격을 낮춰도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 통신의 쌍방향 전달 기능을 이용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사용자별로 개별화된 서비스도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리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교육, 오락, 통신이 결합된 홈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보안, 사용료 징수 속도 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되면 가계부 프로그램도 온라인 뱅킹이나 쇼핑 기능과 연계되기 위해 인터넷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인터넷은 사용해야 한다
시간과 지리를 극복해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교육은 학교나 전문 교육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며, 평생에 걸쳐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분야의 교육이 가능해진다. 그것도 학습자 중심의 융통성 있는 교육을 말이다.
미국의 대학 중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받고 학위를 따는 서비스 제공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는 대학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 교육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물론 이런 급격한 변화에 대한 사회적 관습적 저항이 있겠지만 교육 환경이나 방법의 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인간적 접촉이 적어지는 문제는 있겠지만 교통 문제, 지역간 격차 문제 등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교육은 홈소프트웨어와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인터넷 신기술들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인터넷 상에서도 메뉴나 대화 상자와 같은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기능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이나 대화성 게임도 구현이 가능하게 됐다.
올 가을에 발표되는 넷스케이프 4.0에는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다. 그러고 보면 어린이부터 성인 교육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통한 홈소프트웨어의 위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물론 각종 매체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아직 인터넷은 보편화되지 못했고,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두려움이나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일반인이 바로 인터넷을 활용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정보가 영어로 돼 있는 것에 따른 언어 장벽이다. 인터넷을 보면서 영어를 바로 한글로 번역하여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아직은 번역 기술도 완전하지 않아서 큰 효과가 없는 편이다.
또 회사에서 네트워크로 접속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전화선을 이용한 접속은 속도도 너무 느리고, 접속 장애도 잦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케이블TV 망을 이용하거나 전화선용 고속 모뎀이 등장하는 것인데, 이런 해결책이 보편화되려면 1-2년이 필요할 것이다.
이밖에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 적고, 인터넷이 야기시키는 문화적 사회적 혼란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후자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노출된다거나, 지금까지 불법으로 간주되던 것이 인터넷이라는 가상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는 등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지금까지의 컴퓨터 관련 기술과는 약간 다른 면이 있으며,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생활에 침투해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
몇 가지의 핵심 기술이 개발되고, 그것을 활용한 저렴한 하드웨어가 판매돼야 하며, 우리나라의 통신 시설과 서비스, 그리고 관련 인프라가 개선돼야 하는데, 현재의 추세라면 상당 부분이 적어도 내년 말까지 해결될 것이다.
초등학생도 만드는 인터넷 홈페이지
교육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홈소프트웨어를 하나만 선택하라면 필자는 어린이용 저작 도구를 꼽겠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어린이용 워드프로세서를 말하는데, 이는 저작도구를 활용하기 충분하지 않은 여건에서 유효하다.
워드프로세서나 탁상출판 소프트웨어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종이에 인쇄해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도구는 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까지 모든 정보는 종이에 인쇄돼야 효과가 있었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정보는 화면에 표시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종이에 인쇄되지 않고 컴퓨터에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면 프로그램에 의한 대화성(interactivity)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의 장점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일부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었던 편집 작업을 워드프로세서로 처리하게 된 것처럼 멀티미디어 홈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작업을 아주 쉽게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는 없을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멋있는 모양이 되도록 글과 그림을 배치하고 소리를 넣는 등 전달하려는 정보가 잘 전달되로록 하는 작업이 저작이며, 초보자도 쉽게 저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가 저작 도구다. 지금은 초등학생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취급되지만, 내년쯤이면 그런 것은 아무런 흥미도 일으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홈페이지 저작 도구들이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이런 저작 도구를 사용한다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영화 혹은 드라마를 만들거나 책을 쓰고 편집하는 행위와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저작 활동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엄청나지 않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모든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돼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고, 어린이들이 저작 도구를 이용해 열린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과학동아와 한글과컴퓨터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홈소프트웨어공모전에는 잘 꾸며진 가족 인터넷 홈페이지나 인터넷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도 응모할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을 기대한다.
가상동물원 : 동물에 대한 자료조사가 숙제라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세계의 동물들에 대한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정리해 놓은 인터넷 사이트가 있으니까 말이다. 화면은 전자 동물원에 속한 동물 색인 페이지인데, 이것을 보면 인터넷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의 방대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http://netvet.wustl.edu/ssi.htm).
가정을 위한 정보주소록 : 인터넷 디렉토리 서비스로 유명한 야후(Yahoo)가 가정에서 필요한 정보주소록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들르면 인터넷 초보자도 아주 쉽게 어린이, 교육, 오락, 취미 등 주제별로 정리된 다양한 정보 주소들을 살펴볼 수 있다.(http://www.yahooligans.com/).
인터넷 유치원 : 가정과 어린이를 위한, 한글로 된 홈페이지는 별로 없다. 이제부터 부지런히 구축해야 한다. 화면은 웹인터내셔널이 구축한 인터넷 유치원 사이트. 아직은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http://www.webi.co.kr/kid/).
어린이를 위한 인터넷 잡지 : 화면은 어린이를 위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정리해 알려주는 인터넷 잡지의 한 부분이다. 화려한 그림으로 가볼 만한 홈페이지들을 추천한다(http://www.splash.com/april/graphic/vsmain.htm).
몽골 유물 관람 : 먼 외국에 있는 박물관까지 가지 않아도 세계의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화면은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아 예술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들을 인터넷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특히 이 홈페이지는 '퀵타임 VR'이라는 가상현실 기법을 사용해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사방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화면 왼쪽이 고분의 내부 그림인데, 원하는 위치를 선택하면 그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오른쪽에 나타난다. 그 아래에서 퀵타임 VR 보기를 선택하면 마우스로 시야를 3백60도 회전시켜 볼 수 있다
(http://sfasian.apple.com/Mongolia/Tour/TourA.htm).
LG소프트웨어의 가정용 워드프로세서 '종이와 연필 그리고 물감'
LG소프트웨어가 국내 처음으로 초등학생용 문서 편집기인 홈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해 발표했다. 지난 1년간 약 5억원을 투입해 만든 '종이와 연필 그리고 물감' 은 기본적인 문서편집기능 외에 초등학생이 주사용층임을 감안해 다양한 조각그림, 예쁜 문서틀 등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도움말이 음성으로 지원되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또한 홈워드에는 재미있는 그림 그리기 기능이 내장돼 있어서 이 기능을 이용하면 직접 하얀 도화지 위에 크래파스를 이용한 것처럼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컴퓨터를 이제 막 접하기 시작한 어린이들이나 주부들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생일잔치 카드나 육아일기 등 자신이 원하는 문서를 겁내지 않고 직접 만들 수 있어 컴퓨터와 친숙해지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사용환경은 윈도95 전용.
멀티미디어 저작도구를 막바로 만지기 어려운 사용자라면 이같은 어린이 워드프로세서로 '감' 을 잡는 것도 가정에서 컴퓨터를 익히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