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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초전도체 발견 10년

제3의 산업혁명 가능할까

올해로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된지 1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3월 미국 휴스턴에서는 축제를 방불하는 초전도 학술회의가 개최됐다.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함으로써 1987년 노벨상을 받은 뮐러, 초전도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를 밝힌 BCS이론을 만들어 1972년 노벨상을 받은 슈리퍼 등 세계적인 초전도 연구학자들이 모였다. 슈리퍼는 지난 6월 초 아태이론물리센터 개소식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대중강연을 가진 바 있다.

이 회의를 주관한 사람은 액체질소의 기화온도(77K)이상에서 처음으로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한 대만계 미국물리학자 P.추였다. 이 회의에서 단연 관심이 집중된 것은 고온 초전도현상이 왜 일어나고, 그 성질은 무엇이며, 어떤 응용이 가능한지였다.

저항 없어지고 마이너스효과 발생

왜 세상사람들은 고온 초전도체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세계적으로 막대한 인력과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고온 초전도체의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해 잘 활용만 한다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전도체는 1911년 처음 발견됐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온네스(Onnes)는 기체헬륨을 압축해 절대온도 4도(4K, 즉-269C)의 액체헬륨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액체헬륨을 이용해 수은을 절대온도 0도에 가깝게 냉각시킬 수 있었는데, 수은의 전기저항이 액체헬륨의 기화온도인 4.2K 근처에서 급격히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전기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현상이다.

초전도현상의 또 다른 특징은 1933년 독일사람 마이스너와 오센펠트에 의해 발견됐다. 그들은 초전도 현상이 단순히 저항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초전도체 내부의 자기장을 밖으로 내보내는 현상임을 알아냈다. 이와 같은 자기 반발 효과를 '마이스(Meissner)효과라고 부른다.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두면 자석에서 발생되는 자기장이 초전도체 내부에 침투하게 된다. 그러나 초전도체는 보통물질과 달리 자기장을 배척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자석은 초전도체 위에 떠 있을 수 밖에 없다. 초전도체 사진들을 보면 자석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이와 같은 원리 때문이다.

초전도체는 주위의 온도가 올라가면 초전도의 성질을 잃는다. 따라서 자석은 더이상 떠 있지 못한다. 그러므로 초전도상태는 어떤 특정한 온도(임계온도)이하에서만 형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고 내부에 자기장이 존재하지 못하는 성질을 가진 초전도물질은 금속, 유기물질, 세라믹 등에서 1천종이상 발견됐다. 그러나 실용화된 것은 니오브-티탄 합금과 니오브-주석 합금등 5-6종에 불과하다.

실용적인 초전도체를 만드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우선 저온으로 냉각하기 위해 사용되는 액체헬륨이 매우 비싸다. 또한 액체헬륨은 가벼워서 대기 중에는 별로 남아있지않다. 그나마 오클라호마지방 근처의 유전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초전도체를 실용하기 위해서는 액체헬륨의 기화온도인 4K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초전토체를 찾아야 한다.
 

미국 페르미연구소에 있는 양성자 가속기.빨간색 가속기는 1백50GeV로 가속하고,아래 노란색 가속기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1천GeV로 가속한다.
 

10년 전 30K 고온 초전도체 발견돼

1911년 초전도현상이 발견된 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비교적 값싼 냉매인 액체질소로 냉각이 가능한 온도, 즉77K이상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물질은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 이러한 믿음은 7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야 깨졌다.

1986년 9월 IBM의 베드노르츠와 뮐러는 30K근처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란탄계열(LaBaCuo)의 초전도체를 개하고, 1987년 대만계미국 과학자 추박사가 77K이상에서 초전도 현상으로보이는 물질을 개발해냈다. 그것들이 바로 유명한 산회물계 고온 초전도체들이다. 현재 고온 초전도체 주목박고 있는 것은 임계온도 30K인 란틴계, 90k인 이트륨계, 비스무트 산하물계 임계온도1백34K인 수은계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초전도체 연구는 고온초전도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인 아니다. 국내에서 처음 초전도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82년 헬륨액화기를 표준과학원에서 도입하면서부터다. 그후 1987년 서울대 김정구교수팀에 의해 국내 최초로 고온 초전도체가 합성됐다. 이때 제조된 시료는 액체질소 온도보다 낮은 55K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으나 곧이어 90K급으로 올라가게 됐다. 이어 부산대, 포항공대에서, 잇따라 초전도체 합성에 성공했다.

특히 포항공대에서 독특한 방법으로 개발한 시료는 그 특성이 매우 뛰어나 세계 제일의 질을 가지고 있다. 이 제조비법을 이용하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임계온도가 높은 수은계 1223(Hg-1223) 단일상을 제조할 수 있다. 고온고압에서 제조된 이 초전도체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개발한 것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세계의 유명학술지에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그동안의 국내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고온초전도체의 신호검출장치 개발, 고온초전도 마이크로파 필터를 이용한 통신용 공용기 개발, 초전도 박막을 이용한 마이크로파 특성소자 개발, 고온초전도 장선 제조 등을 들 수 있다.
 

프랑스에서 개발한 비스무트 산화물계의 초전도체.
 

전기통조림도 가능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된 당시 언론에서는 고온초전도를 '제2의전기',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며 특집으로 다륐다. 그리고 물리학이란 어렵고 골치 아픈 학문이라 여기던 일반 대중들도 이 놀라운 물질에 관하여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초전도는 저온이나 고온이나 응용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초전도는 주로 전기저항이 없다는 특성을 이용해 에너지 손실없이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다는 특징과 높은 자장이 자석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다. 초전도발전기는 에너지 손실을 현재보다 40%나 줄일수 있어 선진국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현재 2백MW급의 초전도 발전기를 개발 중에 있다. 초전도자기에너지저장소(SMES)는 초전도 코일에 매우 큰 전류가 흐를 때 형성되는 자기장 내에 에너기를 저장하는 장치로, 일종의 '전기 통조림'이다. 저온 초전도체를 이용한 1MWh규모의 SMES는 이미 응용이 가능하다.

초전도선을 이용한 송전도 연구가 많이 되는 분야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서울시에서 사용하는 전류를 지름 5cm의 초전도 전선으로 실어 운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핵융합 발전이나 가속기는 잘 알려진 초전도 응용 사례다.

교통분야 역시 초전도의 응용이 앞으로 유망한 분야다. 전자석을 이용하는 현재의 자기부상열차는 1cm정도 뜨는데 비해, 초전도를 이용하면 10cm정도 부상할 수 있어 시속 5백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초전도를 이용한 통신이 첩보전에 쓰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보통의 전파를 이용한 위성간의 통신은 전리층을 뚫고 들어 오기 때문에 지상에서 도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초전도를 응용한 전파는 전리층을 뚫지 못해 지상에서 염탐할 수 없다. 초전도를 이용하면 테라(10에12승)Hz의 주파수 영역을 이용할 수 있는데, 재래식 금속은 이 주파수에서 열에 의해 녹아버린다.

이 밖에도 초전도는 초전도양자간섭장치(SQUID)를 만들어 사람의 심장이나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장을 측정할 수 있고, 조셉슨소자를 이용해 여러가지 검출기와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지닌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1994년 서울을 방문한 세계적인 고온 초전도체 연구자인 추박사는 "훌륭한 물리학자가 되려면 누구나 예외없이 일생에 한번은 초전도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초전도 물리학은 심오한 학문이다. 만약 자연의 신비를 풀어나가는데 삶을 바치고 싶은 젊은이들이 있다면 꼭 연구하기를 권장하고픈 분야다.

초전도현상을 설명하는 BCS이론

고온에서는 설명 못해
 

초전도체에는 전자들이 쌍을 이루며 이동하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초전도는 완전 도체의 성질과 반자성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성질은 왜 생긴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초전도현상은 발견된지 46년이 지나도록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1957년 미국의 바딘(J.Bardeen), 쿠퍼(L.N.Cooper), 슈리퍼(J.R.Schrieffer)가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해냈다. 바로 발견자의 이름 첫 자를 딴 BCS이론이다.

일반적으로 도체 내부에서 움직이는 전자들은 서로 밀쳐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전하가 같기 때문에 쿨롱 반발력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전도데서는 전자들 사이에 마치 인력이 작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 전자들이 쌍을 이루며 움직인다.

초전도체에서는 전자가 지나가면 도체 내의 양이온 원자들이 움직이는 전자쪽으로 쿨롱 전기력에 의해 약간 끌리게 된다. 그래서 다른쪽에 있는 전자들이 양이온 원자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먼저 지나간 전자쪽으로 끌려오는데, 이는 마치 먼저 지나간 전자가 +전하 를 띤 것으로 보이는 효과다. 그래서 먼저 지나간 전자와 나중에 따라온 전자가 하나의 쌍을 이루며 이동하는데, 이를 '쿠퍼 전자쌍'이라고 한다.

결국 쿠퍼 전자쌍 때문에 전류가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흐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쁜 도체일수록 초전도가 잘 나타난다는 점이다. 전도성이 좋은 금, 백금, 은에서는 아직 초전도가 발견되지 않았다.

쿠퍼 전자쌍들은 보통의 전자들의 움직임에 비해 에너지가 낮아 흩어지지 않고 움직인다. 그러나 온도가 올라가면 전자들의 에너지가높아져 전자쌍은 깨진다. 이 때문에 고온에서 초전도현상이 일어나기가 어렵다.

저온 초전도에서는 전자 사이의 거리가 약 1천Å인데, 고온 초전도에서는 10Å이하다. 이를 힘으로 환산해 보면 쿨롱 반발력을 이겨낼 1만배 정도의 인력이 고온 초전도에서 필요한 셈이다. 어떤 강력한 힘이 고온에서 전자들을 잡아당기는 것일까. 현재까지 고온 초전도체에서는 쿠퍼쌍이 원인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무엇이 1만배 이상의 인력을 만들어내는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알면 노벨상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199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성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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