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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

한국이동통신 사장 서정욱 박사

 

서정욱 박사.


1934년생. 전기공학박사 국방과학연구소장, 대한전자공학회 회장, 과학기술처 차관, 한국과학기술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미래 엘리트를 위한 뗄레마띠끄' 등 여러 권의 정보통신 관련 책을 저술했다.
 

아마추어 무선 홀동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

 

초등학교 때 라디오에 취미를 붙여 매일 장사동 시장을 드나들던 일이 지금에까지 이어졌다. 부산 피난 시절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와중에도 무전기를 가지고 놀던 기억이 새롭다. 서울공대, 공군사관학교 교관을 거치면서 햄(ham)이라고 불리는 아마추어 무선 활동을 통해 한국을 전세계에 알렸던 일은 어쩌면 인생의 전주곡이었는 지 모른다.

미국 유학 시절 열렬한 아마추어무선가인 지도교수로부터 어릴 적 취미를 살려 엔지니어가 되는 인생을 배웠다. 안테나, 인공위성, 전파 등 전자기학 분야의 박사가 되어 한국에 돌아와 보니 할 일이 무척 많았다. 개발도상국가의 엔지니어란 스스로 할 일을 찾아야 하고, 남들이 기피하거나 안된다는 일을 떠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국방과학연구소 창설에 참여했던 것은 그런 뜻이었다.

1970년대에는 연구원도 시설도 전무했던 시절이다. 이런 여건에서 국산 통신전자 장비를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필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사례를 조사 분석한 후 우리 산업에 최초로 순기(lifecycling)관리기법을 도입해 휴대형, 차량탑재형, 항공탑재형 등 각종 무전기, 야전 전화기와 교환기, 레이더 등 군용통신장비들을 개발했다. 또한 한국통신으로 직장을 옮긴 후 전전자교환기, 주전산기 등을 탄생시켰다. 최근에 이뤘던 성과로는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셀룰러를 상용화했던 것을 들 수 있다.

그동안 광복, 동족상잔, 산업개발, WTO 출범, OECD 가입 등 한국사회는 엄청난 시대변화의 급류를 헤치고 왔다. 이 속에 살아온 삶은 낭만이란 찾아볼 수 없는 도전과 갈등이 교차하는 고행 고독의 길이었다. 그래도 보람이라면 과학기술분야에서 연구개발의 외길을 걸어온 것이다. 오늘의 필자가 있기까지 끈기와 용기를 불어준 것은 연구소, 대학, 제조기업 등에서 패기와 믿음으로 고락을 함께 나눈 동료 과학기술자들이다.
요즘 갈수록 빨라지는 기술변화 속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 엔지니어다. 누군가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했다. 그러나 "기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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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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