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난이도
어김없이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7월 8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도 올랐고, 향후 5년 내로 0.5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무더위에 실내에서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없는 동물들은 어떻게 견딜까.
체온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 땀
살면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정온동물은 모두 온도 조절 능력을 갖고 있다.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지방의 구조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생명체의 생리현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한 번 열에 의해 변성되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동물은 체온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않으려 저마다의 전략을 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땀을 흘리는 것이다. 땀은 매우 효과적인 체온 유지 방법이다. 액체상태로 배출된 땀은 피부에서 기체로 증발한다. 액체가 기체로 증발하기 위해서는 열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에너지는 피부의 체온으로 충당한다. 즉 몸의 열을 빼앗아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식물도 땀을 흘릴 수는 없지만,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내부 온도를 조절한다. 흔히 ‘증산 작용’이라 부르는 현상인데, 잎에 있는 기공을 통해 수증기를 배출하면서 기화열을 통해 온도 상승을 막는다. 증산 작용은 물을 지속적으로 배출해 뿌리에서 더 많은 수분을 끌어올리는 삼투압 조절 역할도 한다.
그런가 하면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동물도 있다.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변온동물이 대표적이고, 열대지방에 사는 코끼리 등 일부 포유류도 땀샘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몸에 물을 뿌리거나 진흙을 묻혀 땀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땀을 흘리지 않는 동물들이 더위를 피하는 데 마냥 불리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경우 반대로 두꺼운 피부로 수분 증발을 막아 체내에 충분한 물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한다. 물은 비열(1g의 온도를 1도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 높아 온도 변화가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의 표면적을 늘리는 것도 유용한 전략이 된다. 열대지방에 사는 코끼리의 경우 더위를 잘 견딜 수 있는 외형으로 진화했다. 대표적인 증거가 커다란 귀다. 외부 환경과 맞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몸의 열을 더 빨리 식힐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이런 진화를 영국의 생물학자 조엘 알렌과 독일의 동물학자 카를 베르그만의 이론에서 만들어진 ‘알렌 베르그만 법칙’으로 설명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더운 지역에 사는 동물은 돌출 부위가 크고 몸의 상대적인 크기는 작다. 즉 몸의 표면적을 늘리는 방법으로 체온을 조절하도록 진화했다.
강렬한 자외선 막는 생합성 차단제
강한 자외선(UV)도 한여름 야외활동을 하는 동물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자외선은 4월부터 9월 사이에 강해지는데,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DNA에 손상을 일으킨다. DNA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리미딘(Pyrimidine) 계열 염기인 시토신(C)과 티민(T)이 서로 공유결합을 이루는 피리미딘 이량체를 형성한다. 염기가 이량체로 되면 DNA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자외선을 발암물질 1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들은 몸 전체를 빽빽하게 덮고 있는 털을 이용해 자외선을 일차적으로 막아낸다. 일부 자외선은 털을 투과하기도 하는데, 이는 표피에 존재하는 색소인 멜라닌에 흡수된다.
자외선의 영향을 크게 받는 극지방 동물인 북극곰과 황제펭귄은 흰 털 아래에 멜라닌 색소가 풍부한 짙은 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
털이 없어 강한 자외선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동물은 체내에서 자외선 차단물질을 직접 합성해내기도 한다. 한 예로 하마는 육상에 올라왔을 때 자외선을 막기 위해 피부에서 자외선 차단물질이 포함된 끈적한 분비물을 낸다. 여기에는 ‘히포수도릭산(hipposudoric acid)’이라는 색소가 들어있어 분비물은 분홍색이나 붉은색을 띤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연구팀은 제브라피시가 가두솔(gadusol)을 합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15년 국제학술지 ‘이라이프’에 발표했다. doi: 10.7554/eLife.05919.001 가두솔은 마이코스포린 유사아미노산(MAAs·mycosporine-like amino acids)과 더불어 대표적인 생합성 자외선 차단물질로 꼽힌다.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방출하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어류, 파충류 등 척추동물이 가두솔 합성경로와 유사한 대사 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전까지 가두솔은 박테리아와 진균 등만 합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두솔은 식물에서도 합성되지만, 식물은 동물처럼 햇빛을 피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외선 극복 전략을 쓴다. 식물이 선택한 방법은 자외선에 의해 손상된 DNA를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대표적인 실험용 식물인 애기장대에서 자외선에 의한 돌연변이를 교정하는 새로운 기작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018년 4월 1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외선에 의해 손상된 유전자 부위에서 빠르게 돌연변이 교정이 일어나고, 유전자 돌연변이 교정이 일주기 리듬에 따라 햇빛이 강한 낮에 더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doi: 10.1038/s41467-018-03922-5
동식물의 생존 전략은 지구온난화 속도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교수는 “동식물이 더위에 적응해나간다고 해도 강수량 변화를 비롯한 외부환경 변화는 이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외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양서류와 파충류, 고산지대 식물 등은 기후변화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