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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부산측후소(현 부산지방기상청)에서.
 

필자가 국립중앙관상대에 처음 근무를 시작한 것은 1959년 1월이었다. 막 결혼한 신혼시절이고 직장도 잡은 터라 설을 맞이해 처가에 인사차 들렀다. 당시 직장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따기인 때여서 나름대로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필자를 본 장모는 짐짓 화난 표정이었다. 그 많은 직장 중 하필이면 관상대를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는데, 옆에 있던 처형이 그 이유를 설명해줬다.

해가 바뀌자 장모는 친구들과 함께 새해 길흉을 알아보기 위해 점을 보러 갔었다. 장모는 집안어른들의 1년 신수를 쭉 알아본 뒤, 사위인 필자에 대해서도 물었다. "사위 이름은 김동완이고 직장은 중앙관상대" 라고 장모가 말하니까, 점술가는 잠시 멈칫하다가 책상 위에 있는 두툼한 책을 한참동안 들춰 보더니 "그런 사람은 없는데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모와 같이 점을 보던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우리 사위 이름이 거기에 있을 리가 있겠느냐" 고 묻자, 그 점술가는 "중앙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 여기에 기록돼 있다" 고 말했다. 그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챈 장모가 오해를 풀어주자, 그 점술가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아, 그렇군요" 라고 말했다. 그 점술가는 날씨를 살피는 관상(觀象)을 얼굴 보는 관상(觀相)으로 착각을 한 것이었다. 함께 점을 보던 사람들로부터 박장대소가 터져나왔음은 물론이다.

그 시간부터 장모의 별명은 관상대가 됐다. 이제 관상대가 기상청으로 기관명이 바뀌었으니, 장모에게 관상대라는 별명을 선사할 수 있는 후배는 없게 됐다.

한국 날씨예보의 마스코트 김동완
 

김동완
 

1935년생. 기상전문가.
대구공고 기계과, 국제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기상대 통보간, 예보과장을 거쳐 현재 MBC 보도위원(기상 캐스터)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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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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