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도 7월 별자리 여행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오히려 가끔씩 소나기로 씻겨진 밤하늘은 1년 중 가장 깨끗하고 선명한 은하수를 보여준다. 이 시기 자정 무렵에는 은하수가 하늘의 천정을 가로지른다. 은하수를 관측하려면 달빛이 없는 이달 초순부터 17일 사이와 29일 이후가 좋다. 7월 밤하늘 여행지로 사수자리 북쪽 은하수 속에 잠겨있는 방패자리와 뱀자리의 꼬리 영역을 선정했다.
이슬람국가인 오스만투르크제국이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동남부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에 걸쳐 대제국을 이루고 있을 때다. 1683년 술탄 메흐메트 4세는 또다시 유럽 정복에 나서 합스부르크가의 수도인 빈을 공격했다. 이때 공포에 떨던 유럽 기독교세계를 구한 기적이 일어났다. 폴란드국왕 얀 소비에스키가 적은 수의 중유럽 동맹군을 이끌고 빈 포위망을 뚫어 이슬람군을 격퇴시킨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유럽에서 이슬람의 진군은 영원히 봉쇄됐다. 기독교국가들은 이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690년 하늘에 찬란한 십자가가 새겨진 소비에스키의 방패를 걸었다. 이것이 폴란드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헤벨리우스가 독수리자리와 사수자리 사이에 만든 방패자리다.
방패자리는 88개의 별자리 중 84번째에 해당하며, 하늘에서 가장 작은 별자리에 속한다. 북반구 하늘에서는 화살자리와 조랑말자리만이 이보다 작을 뿐이다. 방패자리가 만들어질 때 이미 신화에 등장하는 유명인물들이 은하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남겨진 틈바구니가 없었다. 또 어떤 천문가는 방패자리를 별자리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름 붙여진 별도 없고 4등성보다 밝은 별들도 없다. 눈에 보이는 별은 겨우 9개. 방패자리가 공식 별자리로 인정받은 것은 1930년 이후부터다. 그러나 방패자리에는 M11이라고 하는, 하늘에서 가장 큰 산개성단이 자리잡고 있다.
산개성단 M11과 M26
M11은 쌍안경이나 저배율의 망원경으로 보면 마치 구상성단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느 산개성단들보다 별들이 더욱 밀집돼 있는 곳이다. M11은 1681년 베를린천문대의 고트프리드 키르흐가 발견했다.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관측자였던 스미스 제독이 “이동하는 물오리떼와 닮았다”고 묘사한 후부터 ‘물오리’(Wild Duck)라는 애칭이 따라붙었다. M11은 황색의 8등성을 중심으로 별들이 부채살처럼 퍼져 있다. 성단의 크기는 25'(태양은 30')인데, 이 속에 8-14등급 사이의 별들이 6백여개 모여 있다. 추정거리는 5천5백광년이다. 이 지역 은하수는 M24 지역과 함께 별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 천왕성을 발견한 윌리엄 허셜(1738-1822)은 당시 망원경으로 M11 성단을 보면서 5도 시야(5도×5도) 안에 들어오는 별들을 모두 세어 33만1천개가 있다고 발표했다.
M26은 M11로부터 남쪽으로 약 4도쯤 떨어져 있으며, 희미하게 빛나는 얼룩처럼 보인다. 1750년경에 르 장티에 의해 발견됐다. 거리는 M11보다 조금 가까운 4천9백광년. 성단 중앙에 4개의 밝은 별이 연 모양을 이루고 있고, 남북으로 2개의 바람개비 날개와 같은 곡선을 따라 별들이 흩어져 있다. 사진 아래쪽 가운데에 보이는 밝고 작은 천체는 10등급 구상성단 NGC6712이다.
뱀자리 독수리성운 M16
뱀주인(땅꾼)에게 잡혀있는 뱀자리는 하늘에서 유일하게 머리와 꼬리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머리는 봄철 별자리로서 처녀자리와 맞닿아 있고, 꼬리는 여름철 방패자리와 궁수자리 경계의 은하수에 담겨 있다. 이 특징없는 별자리가 잊혀지지 않는 것은 오로지 독수리성운으로 알려진 M16 때문이다.
독수리성운은 산개성단과 이 성단을 둘러싼 거대한 성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성단 속에 있는 1백여개의 푸른 별과 흰 별에 의해 빛을 내고 있다. 소형망원경으로 M16을 보면 산개성단만 뚜렷하고, 남동쪽 아래로 펼쳐진 성운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알아보기 어렵다. 성단 중심에는 8등급의 쌍성과 8-10등급의 별들이 15개 정도 모여 있다. 성운의 북쪽은 암흑성운이 밀고 들어와 오리온성운에서 보여지는 물고기 입처럼 보인다. 전체 크기와 구조는 별이 탄생되고 있는 장미성운과 흡사하다. 성단의 크기는 25광년 , 성운의 크기는 70광년이나 된다. 거리는 8천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