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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타율 높고 왼손 부담 크다

두벌식 자판 문제 많다

두벌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기계식 타자기는 없어질 것이며 컴퓨터가 알아서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를 구별해 줄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지난해 부터 문맹없애기 운동가에게 주는 상의 명칭을 '세종대왕 상'이라 정했다고 하는데, 이는 한글이 완벽하고 과학적으로 우수한 글자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보화 전산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글은 이러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전산화에는 뒤떨어지는 문자'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한글전산화의 기반이 되는 코드와 자판이, 한글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짐으로써 그것이 한글전산화를 돕는 것이 아니라 걸고 넘어지는 바람에 '한글은 전산화와 기계화가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그것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전산화와 기계화를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코드와 자판이 한글의 구성원리와 특성에 합당하게 제정되어야 한다.
 

두벌식 컴퓨터자판
 

기계식타자기 사라질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현재 두벌식 자판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두벌식 자체의 문제가 아닌 현행 두 벌식 자판 자체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두벌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행 두벌식 자판이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벌식이 컴퓨터의 특성을 살린 것이므로 옳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의 기반이 되는 논리는 앞으로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기계식타자기는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어떤 사람은 자판논쟁 자체를 부인하며 "앞으로 문자인식 음성인식이 보편화될텐데 자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주장을 한다.

문자인식을 위해서는 이미 인쇄된 문서가 있어야 하며, 음성인식이 자판을 대체하기에는 곤란한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음성인식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그것을 입력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별 득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음성 인식이 문서작성과 입력의 수단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고가의 장비를 필요로해 보편적 입력수단으로 이용되지도 못할 것이며, 저가의 장비라면 손으로 타자 하는 것보다 느릴 것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전문타자수의 경우 보통 사람이 말하는 속도의 타자속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음성인식에 따라 자판이 없어지리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두벌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계식 타자기가 없어질 것이라며 기종간 자판통일을 문제로 삼지 않고 있지만, 기계식타자기는 그 고유영역과 특성이 있으므로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즉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로서는 작성할 수 없고 기계식 타자기로서만 작성할 수 있는 서류들이 있는 것이다. 이미 내용 일부와 줄이 그어져 있는 인쇄물이 이에 해당하는데, 타자기만이 글자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찍어 넣을 수 있다. 수동식 타자기는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원고를 작성할 수 있다. 에너지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 인간의 힘에 의해 사용되는 기계식 타자기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계식 타자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흡사 자전거와 손수레는 없어질 것이며, 여러가지 발전된 필기구가 있으므로 해서 연필은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와 같다 할 것이다.

두벌식은 네벌식

두벌식은 그 특성상 기종간 자판통일이 전혀 불가능하다. 한글이 자음과 모음으로 풀어쓰기를 하지 않는 한 반드시 그 글자는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를 구분해 주어야 하는데, 기계식타자기에서는 이것을 기계가 알아서 구분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글'이라는 글자를 입력하고자 할 때 컴퓨터에서는 차례로 'ㅎㅏㄴㄱㅡㄹ' 이라는 자판을 누르면 컴퓨터의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한글'이라는 문자로 모아 주지만 기계식타자기에서는 그것을 사람이 구분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현재 두벌식 수동타자기로 이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첫소리 활자가 하나, 가운뎃소리 활자가 끝소리가 있고 없음에 따라 둘, 끝소리의 활자가 하나로 모두 네벌의 활자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타자방식은 자판의 겉이 두벌식으로 배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자들을 네가지의 부류로 구분하여 네벌식으로 타자하는 것이며, 이러한 한계로 인해 두벌식은 기종간 자판통일을 결코 이룰 수없다.

이렇듯 두벌식 수동 타자기는 끝소리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구분해주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프트율을 자랑하며(?) 속도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국민교육헌장 전문을 칠때 두벌식과 세벌식의 누르개(시프트)를 누르는 횟수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두벌식에 비해 세벌식은 모든 기종간에 자판과 그 타자방식이 통일되어 있으며, 당연히 한 기종의 자판만 배우면 모든 기종을 사용할 수 있다.

네모꼴과 빨래꼴

우리들이 흔히 보아온 글자꼴-네모안에 꽉 차있는 글자꼴을 네모꼴 글자꼴이라고 말한다. 네모꼴 글자는 첫소리 가운넷소리 끝소리의 위치가 네모칸안에서 수시로 변동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첫소리를 네모칸안의 왼쪽 위에, 가운데소리를 오른쪽위나 가운데에, 끝소리를 아래쪽으로 위치시킨 글꼴을 빨래꼴 글꼴이라 한다. 세벌식 타자기는 글자의 모양이 빨래꼴이다.

빨래꼴글자는 우선 네모꼴의 글자에 비해 글자의 특징이 두드러져 윤곽만 보고도 글자를 알 수 있어 가독성이 우수하다. 현재 빨래꼴 글자는 '공한세벌체' '안상수체' '샘물체' 등으로 모양도 예쁜 글자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세벌식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바로 세벌식의 이 빨래꼴 글자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러는 사람들이 많다. 네모꼴에 익숙한 사람들은 빨래꼴이 낯설다는 감정을 넘어 그것을 거부감으로까지 표현한다.

세벌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네모꼴의 글자는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가 모여 글자가 만들어지는 한글의 원리를 무시하고 한글을 도형문자화한다고 말한다. 즉 두벌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빨래꼴을 '낯설다'라고 하는 반면 세벌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네모꼴을 '잘못됐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네모꼴이 잘못되었고 빨래꼴이 한글 창제원리에 부합된다고 말하는 것이 무리이고 비약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빨래꼴의 가독성이 우수하다는 점과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를 글자꼴에서 구분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글의 기계화와 전산화를 앞당겨 과학성이 우수한 한글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다.

우선 빨래꼴은 네모꼴에 비해 자형의 변형이 극히 적거나 아예 없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인쇄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아울러 전산화에 있어서도 자형의 변형이 적다는 것은 크나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빨래꼴의 가독성이 높다는 장점은 문서인식을 실용화하는데도 크게 기여하리라는 점이다.
 

한글문화원에서 내놓은 세벌식 개선글자판
 

입력과정의 문제

첫소리와 끝소리를 구분할 수 없다는 문제는 컴퓨터에서 두벌식으로 한글을 입력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문제'라는 단어를 두벌식과 세벌식으로 입력할 때의 과정을 짚어 보자.

두벌식:ㅁ→무→문→묹→문제
세벌식:口→무→문→문ㅈ→문제

두벌식이 첫소리와 끝소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문제는 네번째 '묹'자로 드러나는데, 자판을 보고 타자하는 것이 아닌 화면을 보면서 타자하는 사람에게 이런 잘못된 글자는 적지 않은 혼란을 주며, 오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컴퓨터 자판은 그래도 화면에 잘못된 글자라도 나타나지만, 전자타자기에서는 입력된 글자가 완전히 완성되기 전에는 첫소리인지 끝소리인지 알 수 없으므로 종이나 그림판에 문자가 바로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타자를 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타자한 글자가 올바로 입력되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없어 불안감을 주는 동시에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된다.

좌우가 뒤바뀌었다

앞서 말한 것들은 현행 두벌식 자판 자체의 문제가 아닌, 두벌식 자체의 문제점들이다. 즉 자판 자체의 논의가 아닌 벌식에 관한 논의라는 것이다. 물론 현행 두벌식 자판 역시 두벌식임이 분명하므로 이 문제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와 아울러 현행 두벌식 표준자판은 아주 주체적으로(?) 독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그 배열이 왼손의 부담이 커서, 오른손에 비해 약한 왼손을 많이 쓰게되어 쉽게 피로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행 두벌식 자판이 연타율이 높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인데, 느린 속도로 타자하는 것이 아닌 경우 연타는 바로 오타로 직결된다.
우리의 뇌가 우리몸의 많은 부분의 동작을 지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길을 걸을 때 그것이 분명히 뇌가 시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속에서 '걸어라' 하면서 걷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타자를 처음 할 때는 자판을 보면서 '이것을 눌러야지' 하는 식으로 의식을 하면서 타자하게 되지만 어느 정도 배워서 자판을 익히게 되면 거의 무의식의 상태에서 손가락이 움직인다. 이때 손가락은 연타를 하지 않으려 하게 되고 연타가 있는 글자의 경우 오타가 자주 발생한다.

두벌식이 오타가 많다는 것은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산하 한국중등상업실기교사 협의회에서 연구한 '컴퓨터용 한글자판의 학습진도에 관한 연구'에서도 드러났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1글자 1오타로 적용했을 때 두벌식은 세벌식에 비해 50%나 더 오타가 기록되었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

현행 두벌식은 인체공학이나, 많이 쓰이는 글자가 기본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점, 자소의 결합관계 비율을 따져서 손가락을 되도록 덜 움직이도록 배치해야 한다는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타에는 한손가락 연타와 한손 연타라는 것이 있다. 한손가락 연타는 한손가락으로 두번 이상 연속해서 치는 것이고, 한손 연타는 왼쪽이나 오른쪽 손을 두번이상 연속해서 사용하는 경우다. 이들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한손가락 연타인데, 손가락은 되도록 연타가 없어야 한다. 한손가락 연타가 두번 이상일 때 문제가 되는 것과 달리 한손연타는 두번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세번 이상 연타가 계속될 때 문제가 된다. 현행 두벌식 자판은 이 두가지의 연타가 많다.

연타의 문제는 타자를 쉽게 할 수 없고, 오타의 원인이 된다는 타자와 관련된 문제뿐만이 아니라, 인체공학을 무시한 결과로 사람의 인체 그러니까 건강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타자기나 컴퓨터 금전등록기 전화교환기 등을 오랜 시간 사용할 때 팔이나 어깨에 이상이 생기는 펀치 병이란 병이 있다. 비슷하거나 똑 같은 부위만 계속 사용하게 되므로 피의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근육이 수축되거나 경직되어 어깨와 팔에 통증이 오고, 심하면 감각마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는 손이 떨리거나 염증이 생기고 붓기도 한다. 이것이 심하면 물잔 하나도 들지 못하고 불구가 되는 수도 있다. 이 병은 한번 걸리면 수술을 해도 완치가 불가능 하다.

현행 두벌식 자판이 이처럼 펀치병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두벌식 자판이 수동 타자기에서 새끼 손가락의 부담을 가장 많이 받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새끼손가락은 누르개를 누르는데 이용되는데, 두벌식 자판은 시프트율이 높으며, 기계식 타자기에서는 받침있는 글자마다 누르개를 눌러야 한다.

세벌식 자판의 단 한가지 단점을 말한다면 그것은 두벌식보다 자판이 많음으로써 처음 배울 때 두벌식보다 약간 늦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배워서 평생을 사용할 자판을 단지 처음에 조금 배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남북한글 자판통일 추진위원회 송현 회장 "어느쪽을 따르더라도 후회할 겁니다"

남북교류가 최근 활발해지면서 남북한간에 서로 다른 컴퓨터 타자기의 글자판을 통일시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얼마전 남북 학자들이 모여 한글의 로마자표기법을 통일시킨 적이 있지만 자판통일작업은 이보다 훨씬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북측이 지난 3월 남한과는 아무런 상의없이 국제표준기구(ISO)에 한글 자판 표준안을 제출했고, 당국에서 이를 뒤늦게 전해듣고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민간차원에서 남북한글자판 통일추진위원회를 결성하게 됐습니다." 이 위원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송현씨는 지난 69년 최초로 한글표준자판이 제정될 때부터 표준자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3벌식으로 자판이 표준화돼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

국내에 북한의 타자기 자판이 처음 소개된 것은 불과 3년전의 일이다.

한글문화원의 공병우박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교포로부터 북한의 천리마 타자기를 구해 그것을 국내 신문에 소개했다. 그런데 이번에 ISO에 제출된 자판은 천리마자판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북한의 자판은 우리 자판보다 키(key) 수가 많은데 아마 영문 알파벳보다 문자수가 많은 러시아 쪽의 영향을 받은 것같아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두벌식을 채택하고 있는데다 자음이 왼쪽에 배열돼 왼손에 부담을 주는 등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한글자판도 남한의 표준자판에 못지않게 '엉터리'라고 그는 주장한다. 따라서 남과 북의 어느 한쪽이나 또는 두가지의 절충형이 국제적인 한글표준자판으로 굳어지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현재 그는 지난 82년 두벌식으로 확정된 표준자판을 세벌식으로 고치기 위해 국무총리실에 '한글글자판에 관한 공개청원서'를 내놓고 있다. 그는 현행표준자판을 폐지해야할 이유로 △글자판 통일이 불가능하다 △기계식 타자기를 기본으로 하지 않았다 △입력속도가 느리다 △손가락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다 △배우기와 치기에 문제많다 △자모벌수가 한글구성원리에 맞지 않다 △왼손잡이용이다 △전자타자기가 더 엉터리다 △전자타자기로 받침을 찍을 수 없다 △컴퓨터화면에 글자가 제때 제자리에 찍히지 않는다 등 열가지를 들고 있다.

또 북한 학자들과 자판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통일원에 교섭신청을 해놓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길림성에 있는 연변대학의 김진용교수(응용언어학)로부터 '추진위원회의 취지에 찬성하며 그 작업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의 편지를 받고 그는 무척 고무돼 있다.

연변대학에서 남북의 학자들이 모여 바람직한 한글자판에 관해 의견을 나눌 날도 멀지않았다고 그는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ISO에 제출한 한글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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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채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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