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세계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는 촉매. 화학반응에서는 물론, 생체 내에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촉매는 많은 일을 한다. 촉매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조건의 영향을 받을까.
과거에 사람들은 숨이 턱에 닿도록 헐떡거리며 고갯길을 오르내리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산에 구멍을 내 통과함으로써 힘들이지 않고 산을 넘어갈 수 있다. 터널은 산을 넘는 데 드는 시간을 단축하고 노력도 줄여준다. 이것과 비교할 만한 현상이 물질ㅇ 세계에는 없을까.
가파른 고갯길 대신 터널 통과
과산화수소와 타르타르산나트륨칼륨의 반응시 염화코발트(CoCl₂)(사진1)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와 사용했을 때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사진2) 염화 코발트를 첨가했을 때는 같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무풍선이 크게 부푸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반응시 염화코발트의 색깔은 붉은색에서 검은회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원래의 색인 붉은색으로 돌아온다.
(사진1) 촉매로 사용한 염화코발트.
(사진2) 염화코발트를 사용했을때(왼쪽)와 사용하지 않았을때(오른쪽)을 비교하면 과산호수소오와 타르타르산나트륨칼륨의 반응속도는 큰 차이가 난다.
과산화수소와 타르타르산나트륨칼륨의 반응에서 염화코발트는 반응 속도를 크게 증가시켰다. 이와같이 반응속도를 증가시키는 것을 촉매라고 한다. 촉매를 사용하지 않은 화학반응은 힘들게 고갯길을 넘어 가는 것이고, 촉매를 사용한 반응은 터널을 통해서 산을 넘어가는 것과 같다.
촉매인 염화코발트는 중간에 색깔이 변했지만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촉매가 반응에 관여하지만, 반응 결과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으로 촉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응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반응물질의 농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친구간의 우정이나 이웃간의 정분은 빈번한 접촉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물질세계에서도 반응물들을 빈번학게 만나게 해주면 그 만큼 반응속도가 빨라진다.
흔히 물질간의 반응은 충돌설로 설명한다. 두 물질이 반응을 일으키려면 먼저 두 물질을 이루고 있는 입자들이 충돌해야 되는데, 농도가 높을수록 입자들간의 충돌이 빈번해지므로 반응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온도도 반응속도에 영향을 끼친다. 물질이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의 에너지를 활성화에너지라고 한다. 온도가 높아지면 반응입자들은 에너지가 증가해 반응속도가 빨라진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10℃ 상승하면 충돌 횟수는 1.02배정도 증가한다. 이때 활성화에너지 이상의 에너지를 가진 분자수가 2-3배 많아져 반응 속도도 2-3배 빨라진다.
산소 내뿜는 감자
촉매작용을 생체반응에서 관찰할 수 없을까. 우리가 흔히 먹는 감자를 가지고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감자를 얇고 잘게 썰어 집기병에 넣고 감자를 덮을 정도로 과산화수소를 부은 후에 고무풍선으로 막는다. 그러면 (사진3)과 같이 고무풍선이 부풀어 오름을 볼 수 있다. 부풀어 오른 고무풍선을 빼내고 성냥 불똥을 집기안에 넣어보면 성냥불이 다시 피는 것을 봐서 그 기체가 산소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사진3) 과산호수소에 감자를 넣었을때. 감자의 촉매작용으로 금방 물과 산소가 생성된다.
과산화수소(2H₂O₂) → 물(2H₂0) + 산소(O₂)
이러한 실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웠던 내용이다. 공기 중에서 과산화수소는 이런 반응을 쉽게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과산화수소에 감자를 넣으면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난다. 과산화수소가 분해되는 까닭은 감자에 촉매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감자에 있는 촉매처럼 생물에서 촉매작용을 하는 것을 효소(enzyme)라고 한다.
효소는 세포에 의해 생성된 복합 단백질로서 세포내에서 화학반응을 조절하며 반응과정에서도 소모되지 않는다. 생체촉매인 효소는 염화코발트와 같은 무기촉매와 달리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화학반응을 돕는다. 효소는 극히 적은 양으로 수천번 같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감자는 식물의 성장 주기 모델, 전해질 실험, 생명체의 삼투실험 등 여러 과학실험에서 사용되는 재료다. 감자는 또한 위의 실험처럼 철을 함유하고 있는 카탈라아제라는 효소작용 실험에서도 훌륭한 재료로 쓰인다.
거의 모든 동물과 호기성 미생물에서 발견되는 카탈라아제와 식물에서 발견되는 카탈라아제의 일종인 페록시다아제는 지질의 물질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 산물인 과산화수소를 제거하고 있다. 식물의 경우 대사산물인 과산화수소는 페록시다아제에 의해 물과 발생기 산소기체로 분해되는데, 복잡한 실험 장치 없이 감자를 사용해 감지할 수 있다.
탐구실험-효소반응의 조건
생체촉매인 효소는 아무 조건에서나 항상 촉매작용을 할까. 효소의 촉매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효소작용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인들을 찾아보자.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으로 pH, 끓는 물, 중금속, 소금의 농도과 알코올의 영향등을 꼽아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실험재료로 효소를 포함하고 있는 감자와 효소의 반응 대상물인 과산화수소를 준비한다.
pH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난 과학동아 3월호에서 pH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다. pH는 수용액 속에 들어있는 수소이온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보통 순수한 물에는 수소이온이 1천만분의 1(${10}^{-7}$)의 농도로 들어있다. 이것은 무척 사용하기 불편한 단위이므로 로그로 표시해 사용한다.
pH=-log〔${H}^{+}$〕
보통 중성인 물의 경우 pH는 7이다. 산성인 경우는 7보다 작고, 알칼리성인 경우는 7보다 크다. pH1의 차이는 수소이온 농도의 10차이를 의미한다. 감자를 산과 알칼리로 처리하면 산성에서의 효과와 알칼리성에서의 효과를 알아볼 수 있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워왔듯이 대표적인 산성은 염산(HCl)이고 대표적인 알칼리성은 수산화나트륨(NaOH)이다. 그러므로 pH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10%의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을 준비하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끓는 물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물을 끓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중금속의 영향을 알아보려면 다양한 중금속을 준비할 수 있으나 실험실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은(Ag)을 포함한 0.1몰(M)짜리 질산은 (AgNO₃)을 준비하면 된다. 소금의 효과를 알아보려면 10%의 염화나트륨(NaCl)을 준비하고, 알코올의 효과를 알아보려면 에탄올을 준비하면 된다. (표1)은 이러한 실험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들이다.
준비가 됐으면 이제 실험을 시작해 보자. 우선 감자를 중앙부분에서 3mm정도의 두께로 세 조각을 잘라낸다. 이것 중 두개는 끓였을 때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사용한다. 하나는 약3분간 끓이고 다른 하는 끓이지 않고 과산화수소에 반응시켜 비교해 본다.(사진4)
나머지 한 조각은 동일한 크기로 여섯도막을 내어(표2)와 같이 처리한다. 여섯 도막을 낸 감자 조각에서 하나는 처리를 한 나머지 다섯부분과 비교하기 위해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대조구로 쓴다(사진5). 효소효과에 대한 실험결과는 대조구에서 발생한 산소 기포의 양을 기준으로 해 나머지 다섯 부분과 비교하면 된다. 보다 원활한 관찰을 위해 감자 조각이 담겨 있는 페트리접시 밑에 흰종이를 까는 것이 좋다.
감자속의 생체촉매인 페록시다아제의 활성화 정도는 실험에서 알아보는 요인들 외에도 감자의 종류, 수확기 당시의 감자의 성숙 정도, 수확후 저장 상태, 실험시 실내 온도등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동일한 감자를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요인들은 큰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실험은 동일한 조건으로보고 비교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표3)은 실온에서 여러번 실행했던 실험결과다. 여기서 효소의 활성도는 가장 좋은 조건과 가장 나쁜 조건을 상대적으로 나타냈다.
연구과제
감자이외의 효소실험재료로 이용 가능한 식물들을 찾아보고, 감자 속의 효소의 양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하여 수행해 보자.
생활속의 금속 촉매
오염물질 줄이고 불길 없는 난로 제작
물질 문명의 대명사인 자동차는 그 편리함이 우리 생활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 편리함과 함께 자동차의 엔진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얼마전 현대의 엘란트라 승용차(DOHC)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로 인하여 리콜제도의 적용을 받은적이 있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에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이외에 환경에 유해한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 불완전 연소된 탄화수소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허용규제치를 상향 조절해 자동차의 주요 수출국인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대기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에도 촉매가 활용된다.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의 배기장치에는 촉매변환장치가 들어있다. 이 장치의 내부에는 세라믹으로 이루어진 수천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의 표면에 촉매가 얇게 피복돼 있다. 따라서 배기가스가 이 구멍을 통해 나갈 때 촉매에 의해서 유해가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배기장치에 사용하는 촉매는 백금(Pt)과 로듐(Rh)의 혼합물이다.
이촉매의 배기가스중의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변화시키고,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산소로 분해하며, 불완전 연소된 탄화수소를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변화시킨다. 이와같이 촉매는 환경을 지키는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CO + O₂ → 2CO₂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2NO₂ → N₂ + 2O₂
(질소화합물을 질소와 산소로)
2${C}_{8}{H}_{18}$ + 25O₂ → 16CO₂ + 18H₂O
(탄화수소를 이산화탄소와 물로)
불길이 일지 않는 난로도 있다. 메탄가스와 공기의 혼합물 속에 백금을 넣으면 백금 자신의 질량은 변하지 않고 빨갛게 달아 오르며 강한 빛이 난다. 백금이 메탄가스의 산화를 빠르게 일어나도록 하는 촉매작용을 한 것이다. 이러한 백금의 촉매작용을 이용하면 불길이 없는 난로를 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