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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계톱10을 준비하는 KAIST

KAIST는 과학한국의 주역이 되기 위해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마가편이라던가. 잘 달리는 KAIST에게 더욱 갈 달리기를 바라면서 졸업생들이 가하는 채찍질을 들어본다.
 

KAIST 학생들은 국가와 과학계를 함께 생각해야 할 공인. 단란한 문유헌 조정관 가족들.


고객중심의 연구교육이 필요 명 문유헌

KAIST를 졸업한지 올해로 벌써 1년 모자란 20년이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지금까지 KAIST는 늘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며 나의 언행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자부심도 갖게 했다. 다소 비판적인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KAIST의 선후배 동료들이 각자 처한 자리에서 제몫을 잘해준 덕분이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는 KAIST 입학 전까지만 해도 학문이라는 게 무엇인지 몰랐다. 내가 갖고 있던 교수님 상은 누렇게 바랜 노트를 족보삼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내용을 가르치며 인생을 애기하고 상담해 주는 인생경험이 풍부한 분이었다.

그러나 KAIST는 내게 학문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왜 미분 방정식을 풀어야하고, 왜 상대성이론을 이해해야 하는지 알게 해줬다. 교수들은 인생상담자가 아니라 최근 국내외 연구동향을 철저히 살피고, 자연 제현상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수많은 실험결과를 통해 과학의 오묘한 법칙과 질서를 규명하는, 그리고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그래서 하루 24시간도 부족해 하는 연구 중독자들임을 깨닫게 해줬다.

KAIST의 오늘은 KAIST식구들의 노력과 아픔의 결실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과 안정적 예산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했다. 파격적인 우대조치로 훌륭한 교수님들을 모실 수 있었고, 병역특례 등의 특별조치가 있었기에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길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다. KAIST만을 위한 정부의 특별배려는 기대하기 힘들고 동등한 조건하에서 국내외 유수 대학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입장이다.

이제 KAIST는 정상에 만족하고 안주해서는 안된다. KAIST는 현재 세계 톱 10의 비전을 갖고 여러가지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설립과 운영, 기술경영대학원 프로그램, 전자도서관 설치 등이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이다.

그러나 세게 톱 10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있어 이런 양적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충분조건은 분명 아니다. 반드시 연구 교육의 방법과 내용에 있어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최소한 10-20년 후의 사회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인의 능력과 조건은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해 사회가 요구하는 ‘고객중심의 연구 교육’ 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학문간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면서도 동시에 분야별로는 분화가 심화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과학기술의 파급효과는 단순히 경제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방 사회 환경 보건 문화 예술 등 모든 영역에 그 미치는 효과가 지대하다.

KAIST가 앞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톱 10이 되기 위해서는 KAIST의 일방적 프로그램으로 양성된 과학기술인력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고급전문인력을 양성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과 중심의 교육에서 여러 학과가 함께 참여하는 학제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교과과정 역시 해당학과 교수만이 아니라 타학과 교수, 그리고 산업계 문화계 예술계 등 폭넓은 전문가가 참여가 절실하다.

끝으로 KAIST는 일반대학과는 달리 국가가 대부분의 재정을 부담하는 국가 공공교육기관이다. KAIST 학생은 자신의 목표와 자아실현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나, 과학기술계와 나를 함께 생각하는 공인의 자세를 지녔으면 한다.
 

KAIST의 재도약을 위한 진지한 검토와 계획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자 명정수

KAIST는 우리나라의 대학원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고,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첨단인력을 양성 배출하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제2의 KAIST를 창출하고 앞으로의 4반세기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평가와 점검이 여러분야에서 실시돼야 할 것이다.

KAIST가 그 많은 신설교육기관들 중에서 25년이라는 단기간에 오늘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KAIST는 자연과학이 아닌 응용과학, 즉 현실에 직접 적용할수 있는 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교육방향을 설정함으로써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질 수준의 고급인력을 양성, 공급할 수 있었다. KAIST 설립 초에 유행어처럼 입에 붙어다니던 말이 ‘Practical’이다. 우리나라에는 KAIST가 생기기 전에도 높은 수준의 이론을 공부한 석사와 박사급 인력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과 사회의 필요와는 이론과 현실의 연결 내지는 전이(轉移)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KAIST는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해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유의해야 할 사실은 KAIST가 이론이나 학문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현실 위주의 엔지니어들을 배출했음에도 졸업생들은 엔지니어로서 뿐만이 아니라 학문적인 수준에서도 우리나라의 최상위 수준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KAIST 상황은 주어진 여건에 너무 안주해 있다고 본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논문의 수나, 배출된 학위소지자의 수 등 양적인 면에서 KAIST는 비약적인 발전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10여년간은 다른 교육기관과 유사한 기능에서 약간 우위에 서는 결과밖에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양적인 팽창 이전에 우리나라의 과학과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교육방향의 선구자적 개척과 제시는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KAIST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첫째 이제부터는 미래지향적인 체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KAIST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초로 한 체계적인 분석 설계 등 토털 시스템을 다뤄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아갈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고급인력 양성을 해야한다. 물론 이론적인 기반과 경험적인 요소를 충분히 갖춰야 할 것이다.

둘째로 KAIST는 모든 이론의 가장 기본인 기초과학분야를 감당해야 한다. 이것은 수학 물리 화학 지학을 중심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KAIST가 순수 기초분야를 담당하게 되면 적어도 10-15년 후에는 선진 학문의 기반을 제공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핵융합이나 원자력과 같은 에너지분야 환경분야 의공학분야 공해분야 등은 자연스럽게 응용분야로 흡수될 것이다.

셋째로 KAIST는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연구 분야가 취약분야로 보완이 필요한가를 찾아 균형적인 연구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를 찾고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되면 다른 연구기관에 과제를 넘겨주는 발빠른 연구행보를 해야한다. 이런 연구분야의 설정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부산하의 정책부서와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넷째로 KAIST는 국제화를 통한 세계로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외국의 선진연구소는 물론 중진국 내지는 후진국과의 활발한 교류나 현지연구는 경쟁력 있는 연구 교육기관으로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선진국에 KAIST 분교나 현지연구소를 설치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빨리 제2의 도약을 위한 진지한 검토와 계획이 KAIST와 KAIST를 아끼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길 바란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명정수 전무
  • 문유헌 기계전자연구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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