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특성화중학교
❶ 무지개가 끊어진 곳에서 시작된 첫 번째 비밀
닥터베르 지음│리페 그림│뜨인돌
248쪽│1만 3000원
“나는 17명의 자식을 가진 사신(死神).
그대여, 나의 품으로 오라.”
‘신비아파트 시리즈’나 ‘명탐정 코난’에 나올 법한 문구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 글을 해독하면 어떤 비밀이 기다리고 있을까.
‘과학특성화중학교’에서는 과학지식이 미궁의 열쇠이자 단서다. 그래서 추리소설을 즐기면서 과학지식을 익힐 수 있다. 17명의 자식은 17개의 전자를 뜻한다. 강한 독성을 가진 17번 원소인 ‘염소’를 가득 품은 사신의 품. 그곳은 바로 표백제로 소독한 수영장이었다.
과학특성화중학교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천하전자가 만든 학교다. 첨단 설비가 가득한 이 학교는 학비도 전액 무료이고 100% 기숙사제로 운영된다. 신입생 규모는 150명. 전국에서 과학천재 학생들이 입학한다. 그런데 이 학교 곳곳에는 이런 이상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 비밀을 파헤치는 소년 주나기와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불꽃 유령은 길을 알고 있다.”
“금속이 아니면서 금속과 함께 있는 것의 발밑을 보라.”
“우리 셋은 서로를 두 팔로 붙잡고 곧바로 날아오른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런 문장을 쫓아가면서 비밀을 파헤치는 구조는 소설 ‘다빈치코드’를 떠올리게 한다. 빠른 전개 속도와 팽팽한 긴장감도 닮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지식을 소재로 이런 추리소설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주나기와 친구들은 금속 원소의 스펙트럼 등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 문제를 풀어나간다. 다음 단서를 찾기 위해 불 꺼진 학교를 수색하는 등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은 점점 고조된다.
책은 총 3권으로 이뤄져 있다. 다루는 지식은 고등학교 통합과학 과정을 기반으로 한다. ‘과학특성화중학교’는 앞서 성공을 거둔 과학추리 판타지 소설 ‘수학특성화중학교’의 후속작이다. 저자는 네이버웹툰 ‘닥터 앤 닥터 육아일기’로 유명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 박사 출신의 이대양(닥터베르) 작가다.
프랑스 작가 시몽 위로는 어느날 150평 정원이 딸린 시골집으로 이사를 한다. 정원이라고는 하지만, 축 처지고 말라비틀어진 나무 몇 그루만 덩그러니 서 있는 공터다.
작가가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는 생태 위기의 절박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손으로 직접 생태 다양성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결심한다. 정원에 방치된 홍자단 덤불을 뽑아버리고, 길가에 버려진 붓꽃과 물옥잠을 가져다 심는다. 돌을 쌓아 작은 동물들이 욕조 연못에 올라갈 계단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빈틈이 채워지자 정원에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제 발로 찾아오기 시작한다. 장작더미는 파충류의 보금자리가 되고, 쌓아둔 나뭇가지에는 두꺼비와 고슴도치가 와서 쉰다. 하지만 늘 환영할 만한 손님들만 오는 건 아니다. 말벌이 나무에 집을 지었거나 달팽이가 너무 많이 생기면 정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방이 나무를 병들게 한다면? 작가는 발로 뛰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책은 자연으로부터 얻는 깨달음의 보고서다. 손으로 흙을 만지고 동식물과 교감하기 시작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뱀이나 거미를 봐도 씨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하늘소를 상처 하나 내지 않은 채 손으로 잡을 수도 있게 된다.
기자는 10년 전 어린이과학동아에서 지구사랑탐사대를 만들면서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곤충 채집에 처음 모인 어린이들은 곤충을 ‘벌레’라고 부른다. 그러다가 몇 달이 지나면 ‘곤충’이라고 부르게 되고, 그다음엔 ‘왕귀뚜라미’라고 이름을 부르게 된다. 소리만 듣고도 곤충의 이름을 맞출 때가 되면, 혼자 길을 걸어도 주위에 친구들이 가득한 느낌을 받는다. 자연이 그 자체로 경이로운 놀이터가 된다.
그래픽노블(그림소설)인 이 책은 식물과 동물의 세밀화가 담겨있어 때때로 도감 같기도 하다.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가 2022년을 살아간다면, 아마도 시몽 위로와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