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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검색 어떻게 활용되나

최첨단 과학수사

최근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맞는 유전자형 검색방법이 개발 돼 활용되고 있다. '과학수사의 꽃'이라 불리는 DNA감식법은 어떻게 범죄수사에 활용되는 걸까?

도쿄 근교 도치키현 아시카가 경찰서는 1991년 12월 2일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사 스가이에를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스가이에는 시내 빠찡꼬점 앞에서 혼자 놀고 있던 마쓰타(유치원 여아, 당시 4세)에게 자전거를 태워주겠다고 꾀어 인적이 없는 강변으로 데리고가 폭행하려다 울면서 소란을 피울 것이 두려워 살해했다. 범인은 처음 범행을 완강히 부인 했으나 여아의 사체에 묻어 있던 침(타액)과 체모를 수거하여 유전자형을 감정한 결과 범인의 유전자형과 일치한다는 근거를 제시하자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우리나라에 유전자형 검색 방법이 도입된 것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이와같은 사례가 없으나 경찰이나 검찰에서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유전자형 감정을 의뢰해 오고 있어서 멀지않아 이와 유사한 예가 있을 것으로 본다.

85년 영국에서 시작

유전자형 검색을 활용해 범인을 검거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은 85년 레스터대학(University of Leicester)의 제프리(Allec J. Jeffreys)교수다. 제프리 교수는 인체의 혈액이나 조직에서 추출한 DNA를 DNA의 일정부위 효소(제한효소라고 함)를 이용해 자르고 아가로스(agarose : 한천과 유사한 물질로 DNA를 전기영동할 때 사용한다)에 넣고 전기영동(전기장 내에서 물질의 하전량을 이용하여 크기 순으로 배열하는 장치. DNA는 음전기를 띠고 있어 음전기 쪽에서 양전기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분자량이 큰 DNA는 음전기 쪽에서 멀리 이동하지 못하나 분자량이 작은 DNA는 큰 것보다 양전기 쪽으로 더 이동하므로 이를 이용하여 잘라진 DNA를 크기 순으로 배열시킬 수 있다)을 걸어 DNA를 크기 순으로 배열한 후 나일론 종이에 옮겨서 방사성 동위원소가 붙어 있는 특수한 탐식자 DNA(probe DNA)를 붙이면 여러 개의 밴드(band)가 형성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 밴드는 (사진 1)에서 보듯 사람마다 그 형태가 다르다. 다시 말해 사람마다 DNA형이 다르다는 것을 실증한 셈이다.

이와 같은 관찰 소견은 바로 범죄 수사에 응용됐다. 여자가 강간을 당하면 여성의 질 내에는 다량의 정액이 있기 마련이고 정액에는 다량의 DNA를 함유하는 정자가 있다. 강간을 당한 여성의 질을 생리식염수로 씻어 내어 정자를 분리한 후 DNA를 추출해 제프리 교수의 방법에 따라 유전자형을 판별하고, 용의자의 혈액을 채취해 백혈구의 DNA를 분리한 후 같은 방법으로 유전자형을 검색해, 질내 정액의 유전자형과 용의자의 유전자형이 동일하면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방법이다.
 

(사진1) 사람마다 형태가 다른 DNA밴드
 

난관을 극복하고
 

(그림1) DNA염기서열
 

이때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범인과 똑같은 유전자형을 나타낼 확률은 5X${10}^{-19}$보다도 적어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제프리 교수의 방법을 이용해 강간범을 잡고 벌을 준 예도 있다. 제프리 교수가 특정 탐식자 DNA를 개발한 이래 많은 학자들이 유사한 탐식자 DNA를 개발해 유사한 범죄 수사에 응용하고 있다.

탐식자 DNA를 이용한 유전자형 검색방법은 강간사건 이외의 범죄에서는 별다른 활용가치가 없었다. 왜냐하면 탐식자 DNA 방법은 비교적 많은 양의 DNA가 필요하여 적어도 마이크로그램(㎍) 단위의 DNA가 있어야 유전자형 감별이 가능한데, 실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혈흔이나 머리카락 음모 등에서는 이와 같은 많은 양의 DNA를 추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수사에서 탐식자 DNA에 의한 유전자형 검색 방법이 난관에 빠져 있을 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준 사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세투스(Cetus)회사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DNA의 특정부위만을 증폭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 이름지었다. DNA는 A(adenine) G(guanine) T(thymine) C(cytosine) 네개의 염기가 특정조합을 이루며 선상으로 배열되는 구조가 기본골격이다. (그림 1)과 같이 A와 T, G와 C가 서로 대칭되게 두개의 선상구조가 나선형을 이루며 순서에 따라 배열돼 있는 상태를 DNA염기서열(DNA seguence)이라고 한다. (그림 2)에서 진한 회색인 DNA 부분을 증폭시키려면, 처음시작 부위(까만색)의 염기서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이렇게 만든 것을 primer라고 함) 증폭시키려는 DNA에 넣어준 후, 기본 염기인 A G T C와 중합효소(polymerase)를 가한다. 그리고 나서 열을 가하고 식히는 일을 일정 시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반복하면 원래 DNA 염기서열과 A-T, G-C가 대칭되게 형성되는 DNA가 만들어지게 된다(갈색 부분이 새로 만들어진 DNA 임).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혈흔이나 정액흔 모발 등과 같이 추출될 수 있는 DNA양이 적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형태를 보이는 DNA부분을 증폭해 그 차이점을 검사함으로써 가검물의 고유한 유전자형을 식별해낼 수 있다. 또 용의자의 혈액을 동일한 방법으로 검사해 범행현장에서 채취한 가검물의 유전자형과 동일하다면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일본 도치기현 아시카가 경찰서가 스가이에를 구속한 것도 여아의 시체에서 발견한 침과 체모에서 추출한 DNA를 PCR증폭법을 이용하며 유전자형을 검사하고 스가이에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그 유전자형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림2) PCR법에 의한 DNA증폭
 

확률을 높이는 방법

미국은 87년 처음으로 플로리다주에서 유전자형 검색 결과를 법정증거로 채택한 후 현재 50개주에서 활용하고 있다. 일본도 91년 1월 처음으로 법원에서 유전자형 검색결과를 인정해서 지금까지 여러건의 사건해결에 활용하고 있다.

DNA의 특정부위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해서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것은 아니다. 사람의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부위에는 A형 B형 O형의 세개 유전인자 중 두개가 들어가 A형 B형 O형 AB형으로 나누듯, 사람에 따라 다른 유전자형을 나타내는 특정 DNA 부위도 그 조합이 달라지므로 사람에 따라 다른 유전자형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이 일정 유전자 부위에 바꾸어 들어갈 수 있는 유전자를 대립유전자라 한다.

대립유전자를 만드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특정부위에서 사람에 따라 염기 서열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유전인자가 생기는 방법과, 특정부위 유전자가 사람에 따라 그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 유전자 부위에서 서로 다른 유전인자가 생기는 방법이다. 이를 집짓는 방법과 비교하면 집을 지을 때 다른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집모양이 달라지는 방법과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사용한 양에 따라 집모양이 달라지는 방법이다. 염기서열이 달라짐으로써 한 유전자 부위에서 서로 다른 유전인자가 생기는 예로는 조직적 합성 항원형(HLA형)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특정부위의 길이가 달라짐으로써 한 유전자 부위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를 만드는 유전자 부위는 다수 알려져 있다.

유전자형 검사가 실시되어 범행현장의 혈흔과 용의자 혈액의 유전자형이 동일하다고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범인이 아닌 사람이 범인과 동일한 유전자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립유전자의 수가 많고 그 유전자가 고르게 분포하면 할수록 또 여러 개의 유전자 부위를 검사할수록 동일한 유전자형을 가질 확률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범죄수사에 활용될 수 있는 유전자 부위는 대립 유전자를 많이 가져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분포해야 하며 동일인이 나올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서 표본 집단에 대한 대립유전자의 발현빈도가 검사돼야 한다.

오차 1백만분의 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인구에서 대립유전자가 28개 알려진 pMCT118, 대립유전자가 14개인 pYNZ22, 대립유전자가 18개인 apoB 유전자 부위에 대해 5백명 이상을 대상으로 PCR증폭법을 이용 검사를 시행하여 각 대립유전자의 발현빈도를 조사했다.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검찰 및 경찰에서 의뢰하는 유전자 감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개 유전자 부위가 모두 검사 됐을 경우 동일한 유전자형이 나타날 확률은 많게는 1백명중의 1명, 적게는 10억명중 1명이고 평균잡아 1백만명중 1명꼴이다(혈흔에서 채취한 혈액형으로 동일인이 나올 확를은 70분의 1). 범죄현상에서 발견되는 혈흔이나 정액 등은 오염되어 있거나 부패로 인해 DNA가 파괴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온전한 DNA를 추출할 수 없고 유전자형 검사도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범죄수사에 유전자형 검사가 완전하게 활용되려면 DNA가 파괴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실험을 거쳐서 어떤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기간내에 유전자형 검사가 가능하다는 예상을 하고 있어야 한다. 필자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대기중에서 건조된 DNA는 비교적 변형을 일으키지 않는다. (사진 2)에서 보면 11개월이 지나도(3,4로 표시된 것) 원형의 유전자형(1,2로 표시된 것)을 보였으며 정액은 여자의 질내에서 성교후 76시 간까지로 원래의 유전자형을 나타냈다.

유전자형 검색을 범죄수사에 보다 완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유전자 부위를 검사하여 유전자형으로 각 개인이 다르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5년 이내에 이와 같은 시대가 올 것으로 보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 교실에서는 20여개의 유전자 부위에 대해 범죄수사 활용가능성을 검색하고 있다.
 

(사진2) 원형유전자(1,2)와 11개월이 경과한 유전자(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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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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