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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급감-시대 문화적 배경까지 포함

벤츠가 우아한 이유

인간의 감성적 측면에서 본다면 고급스럽다는 것은 단지 희귀하거나 값비싼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인간의 감각에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치 비행기 조정석처럼 꾸밈으로써 고급감을 증대시킨 자동차내부.


지금까지의 품질은 객관적이며 물리적인 기준에 의해 관리돼 왔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품질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사용자의 감각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고급감이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인상이 결합돼 형성된 것으로, 개개인의 경험이나 배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고급=사치'의 관점에서 희귀하거나 값비싼 것, 신분이나 지위의 과시로만 '고급'을 치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성적 측면에서 본다면 고급스럽다는 것은 단지 희귀하거나 값비싼 것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급감은 인간의 감각에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품의 고급감이란 기술력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고급스런 자동차의 대표적인 예로 벤츠를 꼽는다. 여기에는 물론 자동차의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데 그 이유가 있지만 비싼 가격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사람의 눈은 매우 민감하다. 자동차 표면의 매끈한 정도를 파악하는데 현존하는 어떤 기계보다도 민감하다. 벤츠의 차체는 몇년이 지나더라도 표면의 매끈함이 유지될 정도로 구조적 강도를 지니고 있는데 반해 다른 차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체의 표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차체를 오랫동안 매끈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은 감성공학의 고급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신차종의 디자인이 멋지게 결정됐다고 하자. 그러나 하청 공장에서 생산한 뒷 램프의 플라스틱 커버 표면이 매끈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면, 비록 물리적 품질 기준에 전혀 문제가 없어도 전체의 0.1%도 안되는 요소 하나가 멋있는 디자인의 장점을 잠식시키면서 고급감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고급감이란 꼭 비싸고 희귀한 재료를 써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 감각에 의한 품질 검사(관능검사)를 통과시킬 수 있는 기반 생산기술력에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감성(소비자의 감각적인 품질 기준)=기술력'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급감을 창출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 제품의 스타일링이나 색상 등에 못지 않게 시각 디자인 요소의 개발도 중요하다. 제품의 의미를 담고 있는 심볼 로고 등은 단순한 치장품이 아니라 제품의 세련미를 높이는데 작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실 그동안 시각화 작업은 제품 디자인의 총체적 노력에 비해 우리가 간과해온 부분중 하나이기도 하다. 손목 시계의 경우 제품의 고급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는 문자판과 바늘의 형상인데,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은 이 부분에 대한 디자인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눈금의 모양과 문자판의 문자, 바늘 사이에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제품의 신뢰성이 아무리 뛰어나고, 제품에 보석을 치장한다 해도 고급품의 대열에 오를 수 없다.

감성공학적인 접근은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뿐 아니라 기술개발의 방향을 결정해준다. 많은 기업들은 생산기술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의 투자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위험에 빠지곤 하는데, 이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궁극의 품질 목표를 '감성 만족'에 둔다면 끊임 없는 기술 개발의 목표를 설정해 나가야 한다.


고급스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발자의 감성을 고급화시켜야 한다.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고급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쟁시에 개발된 지프형태의 차종은 레저가 중시되는 시대에 와서는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고급차종으로 변화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고급시계의 대명사인 롤렉스는 여전히 고가의 제품이긴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의 최고급은 아니다. 등산을 할 때 등산에 맞는 스포티한 디자인의 시계가 더 고급시계다.

고급감이란 또한 한 지역이나 시대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구현이 가능하다. 일본의 닛산 자동차는 세계의 지역별 고급감에 대한 연구를 통해 프랑스의 고급감과 영국의 고급감에 대한 개념이 다름을 조사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쪽으로 수출하는 차종과 영국으로 수출하는 차종의 스타일은 동일했지만, 영국 수출 차종에는 내부를 장미무늬목의 나무느낌이 나는 플라스틱을 이용하고 프랑스 수출 차종에는 벨벳질감의 직물로 장식했다.

고급감이란 소비자의 가치관에 접근해 가치사슬(value chain)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생활의 풍요로움을 원하는 소비자의 내면에 위치한 가치를 찾아내 이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같은 감성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인력의 감성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개발자의 감성 수준이 곧 제품 고급감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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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남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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