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 조명의 화사함과 레스토랑의 은은한 불빛은 인간 감성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의 결과다.
지금까지 조명의 역할은 단순히 우리가 잘 볼 수 있도록 충분히 밝게 하는 양적인 효과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간의 쾌적성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면서 조명의 선택과 배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백화점 매장 진열대의 화사한 조명이나 레스토랑의 은은한 불빛은 정교한 조명 설계의 결과다.
최근에 문을 연 오사카의 간사이 국제공항은 쾌적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조명에 많은 신경을 쓴 결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아하고 쾌적할 뿐만 아니라 사용의 편리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간사이 공항은 모든 조명을 간접조명 방식과 앰비언트(ambient) 조명을 사용해 충분한 조도를 제공함으로써 전체적인 분위기가 부드러우면서도 눈의 성가심을 최소화했으며 각종 표지물의 가시성을 향상시켰다.
조명의 목적은 크게 대상물을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대상조명과 쾌적한 분위기를 얻기 위한 공간조명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표)와 같은 요인들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이를 중심으로 쾌적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명의 조건을 살펴보자.
조명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물체를 보기 위해서다. 조도가 낮은 상태에서의 시작업은 눈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특정 작업에 필요한 적정 조도는 작업의 성격이나 작업자의 연령 등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밀한 주의력이 필요한 작업의 경우에는 작업면에 7백50-1천5백Lx, 평상작업에는 3백-7백50Lx 정도가 요구된다. 그러나 노인들에게는 정상인보다 2배의 조도가 필요하다.
전체를 밝게 하는 면(面)광원은 대상물과 배경 사이의 대비(contrast)가 적으며 일발적인 사무실의 조명에 적합하다. 반면 방향성을 가진 조명인 점(點)광원은 대상물에 하일라이트 효과를 주며 입체 형상이 두드러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 진열 공간에 효과적이다. 귀금속이나 도자기 등의 광택은 발광면이 적은 높은 조도의 점광원에 의해 그 색채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음식의 경우에도 표면의 수분이나 지방이 잘 조명되기 띠문에 점광원으로 식욕을 돋울 수 있다.
한편 야간에 반대편에서 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야 내에 우리가 보고자 하는 목표 이외의 다른 밝은 빛은 전체적인 시성능 저하와 함께 불쾌감을 야기시킨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샹들리에처럼 인간의 쾌적 중추를 자극하는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작업장에서는 직접조명보다는 간접조명을 채택해 조명을 설계하고 있다. 특히 VDT(컴퓨터 단말기)의 사용이 급격히 늘고 있는 사무실 환경에서는 화면의 휘도가 주변 배경과 차이가 클 때 눈의 피로도 커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램프는 종류에 따라서 방출하는 빛의 스펙트럼이 다르다. 그리고 붉은 빛을 많이 포함한 백열전구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반해 청색을 많이 포함한 형광전구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빛의 스펙트럼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도 다르다.
광원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은 대상 물체의 색채를 태양광선 아래에서 볼 때와 얼마나 비슷해지는가, 즉 자연색에 얼마나 가깝게 되는가를 결정한다. 태양광에서는 모든 파장이 균형적으로 포함돼 있는데 반해 일반램프들의 빛은 특정 파장에 집중된다.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눈의 색채감각 반응이 가장 민감한 청색(4백60nm) 녹색(5백40nm) 적색(6백10nm)의 3가지 파장 영역의 빛을 동시에 낼 수 있는 램프나 사람 얼굴색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램프가 개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