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업들이 풀지 못하는 연구개발(R&D) 난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에게 짭짤한 보상금을 주는, 과학자를 위한 온라인 네트워크 ‘이노센티브’(InnoCentive)가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 2월 9일 이노센티브의 한국어 사이트(kr.innocentive.com)가 문을 연 것이다.
지난 2001년 처음 선보인 이노센티브는 기업과 전세계 과학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지식중개 채널이다. 현재 기업은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연구자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과학자 중에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접하지 못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노센티브가 유용한 통로가 된다.
이노센티브는 의뢰자인 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을 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문제를 받아 웹사이트에 게시한다. 전세계 과학자들은 이노센티브에 게시된 다양한 문제 중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도전한다. 문제를 해결하면 과학자는 5천달러(6백만원)에서 10만달러(1억2천만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받는다.
기업의 기술혁신(innovation)에 과학자의 성과금(incentive)을 결합시킨 이노센티브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윈윈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 외부 전문인력을 활용해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과학자는 지적인 만족과 물질적인 보상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해 6월 30일 ‘세상을 바꿀 10가지 발명품’ 이란 특집 기사에서 이노센티브를 10가지 미래기술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세계적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투자해 만든 이노센티브는 현재 화학과 생명과학 관련 기업과 과학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한국어 사이트 개설을 기념해 내한한 이노센티브의 대런 J. 캐럴 사장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캐럴 사장은 일라이 릴리의 우울증치료제 프로작을 담당했던 기술변호사 출신으로, 일라이 릴리에서 신규사업개발 담당이사로 일하다가 이노센티브를 출범시킨 인물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다. 어떻게 탄생했나?
기업이 당면한 연구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자가 전세계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물리적인 위치에 상관없이 전세계 과학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노센티브를 만들었다. 이노센티브는 과학자에게 미래 R&D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기술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어 사이트를 출범한 이유는?
한국은 과학이 상당히 발달했고 교육수준이 아주 높은 나라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상위 5개 대학 중 2개가 한국대학이다. 특히 화학분야는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포함돼 있다. 이노센티브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많이 활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년 전 이노센티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 과학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한글 사이트는 한국 과학자의 참여 기회를 넓힐 것이다. 홈페이지에서 적절한 용어 선택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노센티브는 어떤 장점이 있나?
모든 과학자들은 자신의 과학적인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어한다. 또 과학자는 과학 자체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파트너를 찾기를 원한다. 이런 과학자의 요구들을 만족시키는게 이노센티브다. 이노센티브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온라인 가상연구소다. 현재 1백20여개국 5만명의 과학자들이 등록돼 있다. 이처럼 소중한 인적자원을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기억에 남는 해결과제가 있다면?
화학회사에서 연구팀장을 하다가 은퇴한 화학자가 있었다. 30년 넘게 연구하다가 은퇴했는데 개인 연구실을 갖고 있었다. 그가 심부전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중요한 분자를 만들었다. 또다른 예로 독성학과 관련된 문제를 이 분야와 거리가 먼 단백질 결정학자가 해결했다. 편견이 없는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쉽게 해결한 것이다. 이처럼 이노센티브는 현역 과학자뿐 아니라 은퇴한 사람, 대학 재학생 등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다.
연구개발이면 보안이 중요할 텐데?
기업에서 내놓는 문제들은 최종 제품이 아니라 중간 단계에서 풀어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목적인지 알기 쉽지 않다. 그래도 확실한 보안을 위해서 어떤 기업에서 의뢰한 문제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결자가 되고 싶은 과학자는 문제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만 훑어볼 수 있다. 문제를 자세히 보고 싶으면 기밀정보보호계약서에 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해결된 문제의 경우 기업과 과학자가 모두 동의할 때는 공개될 수 있다.
보상을 받지 못할 위험은 없나?
과학자를 보호하는 방법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과학자가 도출한 해결책을 평가하는 자체 과학팀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자의 해결책을 평가해 기준에 부합했을 때 의뢰인인 기업에 보내준다. 기업은 해결책에 대해 보상을 한 이후에 지적재산권을 의뢰인으로부터 받는다.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모든 지적재산권은 과학자가 갖는다. 이노센티브는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믿을 수 있는 기업하고만 일하고 있다. 바스프(BASF), 다우케미컬, 일라이 릴리, 피앤지(P&G), 신젠타 등이다.
지금까지 몇건이나 해결됐나?
총 45건의 과제가 해결돼 55만달러(6억6천만원)가 보상금으로 지급됐다.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현재 이노센티브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발전하려고 하는 중요한 단계에 있다. 한국은 세계 과학계에서 20위권 이내에 속하는 학문적으로 뛰어난 나라다. 그러나 아직 한국 과학자가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 우선 한국 과학자 가운데 해결책을 제시해 상금을 받는 사람이 빨리 등장하길 기대한다. 한국 과학자들이 이노센티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이노센티브가 더 발전하고, 또 한국 과학분야도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