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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회사 넥스텔 대표 김성현

"서비스 차별화로 인터넷 정수 보여줄 터"

지난 6월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넥스텔의 김성현 사장은 남다른 '사명감'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바쁘다. 인터넷 서비스는 그에게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 몇년 사이의 지구촌 최대 관심가를 꼽는다면 단연 인터넷이다. 각종 매체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인터넷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고 E-메일 주소가 없으면 세상살이가 불가능이라도 할 듯이 호들갑이다. 인터넷이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연구소와 학교에서 업무상 필요에 의해 '앞선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과연 이같은 붐을 예상이나 했을까.

사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인터넷에 접근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지금만큼 절감하지 못했거니와, 하이텔이나 천리안 등 대형 PC통신 서비스 업체들도 시대를 이끌어갈 혜안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사정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대형 PC통신 업체들은 늦게나마-사업성을 따진다면 적절한 시간이 되겠지만-자체 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선 크고 작은 회사들도 붐을 이룰 정도로 많이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업체 수만 해도 대기업을 포함해 10여곳이나 되며, 올 연말쯤이면 이 숫자는 다시 두배로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하니 올 6월에 서비스를 개시한 인터넷 전문회사 넥스텔의 이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명성은 최근 들어 가입자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은근히 전해지고 있다. 개통 무렵 열린 한국 소프트웨어 전시회(SEK, 95)에 자사의 서비스를 출품해 주목을 받기도 했던 이 회사는 '이것이 인터넷이다'라는 회사의 슬로건에 걸맞는 안정적인 고속 접속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호평을 얻고 있는 것.
 

김성현 사장이 자랑하는 넥스텔 교육장. 전용선에 연결된 펜티엄 20대를 구비하고 막강한 강사진을 갖추었다.


"속도로 고객 잡고 서비스로 만족 준다"

이 회사 김성현 사장(46)은 간간이 들려오는 이같은 세간의 평가로 자신감이 붙었다. 비록 서비스 개시 이래 두 달 동안 5백여명 가량의 사용자를 확보했을 뿐이지만, "남들보다 뒤늦게 출발했는데 이 정도만 해도 어디냐"는 것이다. 9월 들어서는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그의 이런 느긋함을 더욱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 서비스는 속도가 관건입니다. 많고 많은 회사들, 특히 우리보다 많은 가입자를 가진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뭔가 특별해야 하지 않겠어요? 빠른 접속 속도를 제공하겠다고 한 애초 고객과의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 이상으로 가입자를 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현재 이 회사는 다이얼업을 비롯해 SLIP/PPP, 기관 가입자 전용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급격히 사용자가 늘어나는 바람에 이를 처리하기 위해 또다시 시스템을 사들였다. '속도 보장' 때문이다.

그러나 서비스의 질은 물리적인 통신 속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모든 일의 기본이 되는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보통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다. 넥스텔에는 김 사장을 포함해 총 25명이 있는데, 30세 미만의 인원으로 구성된 직원들은 모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를 자부한다. 이중에는 하버드와 콜럼비아 대학 출신의 미국인 인터넷 전문가 세명과 일본인 두명이 합류해 맹활약중이다.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인 IOS(Internet Online Service)와 제휴하고 있는 넥스텔은 전세계에 인터넷 보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최대의 비영리단체인 국제인터넷협회(IIA)의 한국 공인 인터넷 제공사로 인증받기도 했다.

넥스텔 서비스는 연결 직후부터 매 단계마다 메뉴 방식을 제공한다. 관심은 많지만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을 위한 배려다. 그동안 영문으로만 제공되던 메뉴를 한글화하는 작업도 9월15일 끝났다.

그는 많은 회사 업무중에서도 고객 지원과 교육에 큰 관심을 두고 일을 챙긴다. 연중 무휴 24시간 운영되는 고객 지원팀에는 6명의 직원과 아르바이트 요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저녁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상담자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사용자중에는 의문을 풀러 고객 지원팀을 찾아왔다 아예 이 회사에 합류한 경우도 있을 정도라는 것.

또한 7월 말 문을 연 교육센터는 펜티엄급 PC 20대를 구비한 시설을 갖추고 1인 1대의 실습환경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중에는 오후 6시부터 3시간씩 총 9시간과 토요일 종일 과정이 개설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수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을 열 예정. 혹 수강생 중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와도 좋다고 한다.

"가입자 중에는 이전에 전혀 통신을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도 더러 있더군요. 이런 분들이 전화로 문의를 하면 꼬박 몇시간은 진땀을 빼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도 저희에겐 귀한 손님입니다. 전체의 10%도 안되는 매킨토시 사용자들을 위해 전담팀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지요. 다른 업체들이 대부분 돈 안된다고 안하지만, 저희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성패를 쥐고 있기도 한 인터넷 이용의 저변 확대를 위해 그는 출판에도 관심이 많다. 인터넷을 전문으로 다루는 외국 잡지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늦어도 11월까지는 창간호를 낼 생각이고, 또 이와 함께 단행본 발행도 병행할 예정이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단행본 출판 계획에는 인터넷 학습 만화도 포함돼 있다.

돈벌이 이상 의미 가진 사업

인터넷 서비스는 초기 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무엇보다도 회사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게다가 호스트에 전용선을 물려놓은 상태에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매달 꼬박 꼬박 나가야 한다. 김사장의 경우 개통 전 1년여의 준비기간부터 지금까지 넥스텔에 8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한달에 그가 전화국에 지급하는 전용선 사용비용만도 2천5백만원. 하지만 두달간 그가 회수한 돈은 전용회선 사용료도 않된다. 돈도 돈이지만 그는 지난 6개월간 회사에 간이 침대를 두고 먹고 자기를 계속해와 요즘엔 건강이 걱정될 정도다.

김 사장이 이처럼 '투자에 비해 소득 없는사업'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개인적인 이력을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사업적인 면에서 보자면 언제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지 조차 예상하지 못하고 있지만, 인터넷 서비스 사업은 그에게 돈벌이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니 통신이니 하는 것과 전혀 무관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고,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을 해온 사업가였다. 대학 졸업 후 항공기나 선박의 구조재로 사용되는 파이버글래스(fiber glass)를 만드는 업체를 운영하다 크게 실패한 그는 86년 일본으로 건너가 모진 고생 끝에 다시 파이버글래스 제조공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넥스텔에 투입된 자금은 모두 일본에 있는 이 공장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어느 정도 사업 기반이 다져지자 다시 고국이 생각났다고 한다. 일본에서 자라 우리 말조차 서툰 자식들에게 조국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동기였다. 언젠가는 돌아와야하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그 스스로가 먼저 이 땅에 생활 근거를 마련해야 했던 것이다.

넥스텔이란 회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찾으려는 그에게 컨설팅 회사가 내놓은 결과물이다. 컴맹에 다름 없던 그였지만, 컨설팅 결과에 매우 만족했다. 파이버글래스 제조는 공해 산업으로 지탄받는 사양사업이었지만, 인터넷은 사회에 기여할 여지가 그 무엇보다 큰 최첨단 사업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속도만으로는 막족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고객 지원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관련 직원들을 독려한다.


"왜 그런 말 있잖아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간 돈 다시 주고 하라면 안할 것 같군요. 요 몇개월 동안 워낙 고생을 해서 말입니다. 사실 편안하게 먹고 살기로 작정했다면 일본에 있는 사업체로도 저와 제 가족이 남부럽지 않게 사는 데 불편하진 않았을 겁니다. 회사에서 먹고 자는 지금의 제 모습을 보고 아내는 요즘도 공연한 일 했다고 나무랍니다. 저는 이곳에 있고, 아이들도 모두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통에 아내 혼자 일본에 남아 있으니 불만이 없을 수 없겠죠. 하지만 저는 결국 제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말겁니다. 아, 이것 키워 물려줄거냐구요? 아니오. 제가 사업 망하고 일본 가서 그랬듯이 제 아이들도 모두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해야죠."

그는 작년 6월 법인을 설립하면서 뒤늦게 인터넷을 배웠다. 자신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면서 인터넷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에 직원들을 불러 앉혀놓고 익힌 것이 이제는 전문가 수준이다. 텔넷이니 유즈넷이니, 고퍼에 아키가 어떻다는 말이 이제는 술술 나온다. 물론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는 E-메일을 통해서 소식을 주고 받는다. 아내가 아직 네티즌 대열에 끼지 못한 것이 조금 불만이다.

인터넷을 어지간히 쓸 수 있게 되면서 그가 모처럼 만난 친구들에게 건네는 인사는 "인터넷 이용하느냐"다. 40대 중반을 넘긴 그와 비슷한 연배에 있다면 인터넷은 커녕 하이텔 정도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문 현실에서 그의 인사는 파격이다. 이를 알고 있는 그는 "내가 공짜로라도 가르쳐 주겠다"며 인터넷 익히기를 역설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꼭 써야 할 사람들이 인터넷을 모르고 있어요. 특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물건 파는데 국경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시대가 왔잖아요. 인터넷처럼 엄청난 잠재 고객이 모여 있는 곳을 놓친다면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의욕을 가진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이 돼야 제 사업도 성공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는 10월경부터 넥스텔에서는 현재의 인터넷 서비스와 함께 시내 통화요금으로 전세계에 문서를 보내는 인터넷 팩스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데, 이 '비장의 무기'가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컴맹이던 그가 전문가 수준에 육박하는 인터넷 사용자가 되면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배우라고 늘 충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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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지재만 기자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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