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NFT(대체불가토큰)이 성장한 해
과학자들이 NFT를 이용하는 방법
내 작품으로 나도 부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
지난해 12월, 기자는 같은 해 여름에 찍은 멋진 하늘 사진을 가지고 작은 실험을 해봤습니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것입니다. NFT 거래가 가능한 지갑을 만들고, 사진을 거래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다음날 사이트를 열어봤더니, 맙소사! 하루 동안 조회수가 단 1회를 기록했습니다. 금세 작품이 팔려나가리라 기대했던 스스로가 무안해집니다.
NFT는 금전적 가치를 지닌 저작물의 디지털 원본에 대한 소유권 증명서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돼 있어 복제가 불가능하며 저작물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소유권을 사고팔 수 있으며, 소유권이 넘어갈 때마다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동시에 금전적 가치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저작물이 쓰이는 분야에서 특히 NFT를 반기고 있습니다. 미술품, 영상물, 스포츠 수집품 등 예술과 산업 분야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 이유죠. 지난해 3월에는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미술품 경매에 NFT가 쓰이기도 했습니다.
게임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게임 아이템은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실제 돈을 써서 귀한 아이템을 만들었다 한들, 그 게임 서비스가 끝나면 사라집니다. 그런데 NFT를 이용하면 게임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고, 호환되는 다른 게임에서 소환해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발명 문서를 NFT로, 다시 연구 자금으로
이런 흐름에 과학자들이 빠질 수 없습니다. 지난해 4월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게놈을 NFT로 판매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처치 교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공헌한 과학자입니다만, 매머드 부활 연구를 하고, DNA를 기반으로 한 데이트앱을 개발하는 등의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해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한 영국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도 지난해 6월 WWW 원본 웹 브라우저의 소스 코드를 NFT 경매에 부쳤죠.
개인의 금전적 이득이 아닌, 과학 연구 자금을 얻기 위해 NFT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는 지난해 6월 최초로 노벨상 연구를 기반으로 NFT를 만들어 경매에 내놨습니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면역학자 제임스 앨리슨 UC버클리 교수가 새로운 암 치료제 발명 과정을 기록한 10쪽짜리 문서를 디지털 아트와 결합해 NFT로 제작했습니다. 앨리슨 교수의 연구는 기존에 손쓰기 어렵던 15가지 유형의 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NFT로 제작된 초기 발명 노트는 5만 4360달러(약 6400만 원)에 낙찰됐는데요, UC버클리는 이를 연구 및 교육 자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UC버클리는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 연구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의 유전자 편집 기술 발명 관련 문서도 경매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마이크 코헨 UC버클리 이사는 “연구의 인지도를 높이고 연구자들의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성은 있으나, 모두가 돈 벌 생각은 NO
NFT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저작물의 종류에 제약은 없습니다. 트위터 창업자가 2006년 작성한 첫 트윗이 290만 달러(약 34억 원)에 판매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케빈 루즈도 본인의 기사를 NFT로 만들어 50만 달러(약 5억 9000만 원)에 판매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최근 한 연구는 누구나 돈을 벌 것 이란 기대를 무너뜨렸습니다. 지난해 11월 5일 영국 앨런튜닝연구소(ATI)의 연구팀은 NFT 거래의 폭발적 증가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038/s41598-021-00053-8 연구팀은 2017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이뤄진 NFT 거래 610만 건과, 구매자 및 판매자 50만 명의 네트워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NFT의 75%는 15달러(약 1만 8000원) 미만에 팔렸고, 단 1%만이 1594달러(약 190만 원) 이상에 팔렸음을 확인했습니다. 2번 이상 팔린 작품은 전체의 약 20%뿐이며, 10회 이상 재판매된 비율은 0.07%에 불과했습니다. 한마디로, 대부분은 큰 수요가 없는 작품들이었습니다.
10%의 소수 참여자가 대부분(85%)의 거래를 하고 있음도 드러났습니다. 마우로 마티토 미국 IBM연구소 연구원도 “NFT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맞지만, 이 시장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자의 사진 조회수가 그 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1인 이유도 아마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지요?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