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원반 등 던지기놀이에 쓰이는 장난감들은 나날이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이 장난감들은 모양새는 아주 단순해보이지만 실은 치밀한 연구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얻어낸 과학적 기구들이다.
부메랑, 원반 등 특별한 동력기관이나 날개를 가지지 않고도 하늘을 나는 장난감들이 있다. 해변가에서, 공원에서, 탁트인 들판에서 곡예비행을 하는 이 장난감들은 공기역학을 이용한 치밀한 연구의 산물이다.
하늘 높이 솟아오르거나, 밑으로 떨어지거나, 돌진하거나, 팔랑거리거나, 핑하고 날거나, 다시 돌아오거나 간에 갖가지 모양과 색깔, 크기를 가진 수백만개의 던지는 장난감들은 인간의 비행과 경쟁에 대한 관심을 증언이라도 하듯 하늘높이 솟아오른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는 공학자와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성취와 호기심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원반, 고리(ring), 부메랑, 날개 달린 장난감들을 만들어내도록 자극한다.
놀이의 물리학
디자이너들은 비행특성을 결정하는 물리적 성질을 조작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미묘한 디자인 차이를 통해 그들은 양력, 인력, 회전(spin), 각 운동량(angular momentum), 회전력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중반에 3백83m 비행기록을 세운 고리(ring)를 개발해 낸 디자이너 앨런 애들러는 원반(disk)에 작은 부리(lip)와 옴폭한 날을 다는 것이 날아갈 때의 안정성을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부메랑 디자이너인 에릭 다넬은 자신이 특허를 낸 세 날개를 가진 Y자 모양 부메랑이 전통적인 두 날을 가진 L자 형의 것보다 조절하거나 잡기에 훨씬 편하도록 돼 있다고 말한다.
어떤 새로운 기구들은 기존 장난감항공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전문가들조차도 왜 그리고 어떻게 이것들이 날 수 있는지 어리둥절해하는 경우가 많다.
비행 장난감들은 정밀한 디자인과 수천분의 1㎝ 이내의 오차만을 허용하는 제조 기술에 힘입어 물리학에 도전하며 나날이 발전하는 비행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국적인 부메랑과 지느러미(꼬리) 달린 미식축구공, 한번 던지면 수백m를 날아가는 비행 원통, 고리 등이 최신형 비행장난감들이다. 여기에 웸오(Wham-O)사의 프리스비 상표 장난감들이 가세하여 경쟁하고 있다.
"사람들은 물건을 던지고 그것이 나는 것을 보기를 즐긴다"고 전 원반던지기 챔피언인 카일 버크는 말했다. 그는 40년간 수백개의 비행 물체를 모으고 있는 자칭 '비행장난감 역사가'이기도하다. "어떤 물체가 날거나 도약하거나 어떤 공기역학적 성질을 지니고 있으면 인간은 그것에 매료되고 만다. 그것은 인간의 매우 원초적인 성질"이라고 그는 말했다.
국제프리스비 던지기대회의 다채로운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 마텔사의 운동용구부 지배인 댄 로딕은 사람들이 자신이 던진 원반이나 고리 등이 중력을 무시하고 돌며, 위로 솟아오르고 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마술같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곡예 비행하듯 날아가는 비행 장난감의 시대는 1957년 캘리포니아 샌 가브리엘의 웸오(Wham-O)사가 플라스틱 원반을 플루토플래터(Pluto Platter)라는 이름으로 내 놓으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기구는 플라스틱이란 새로운 물질로 장난감을 만들어보려 한 캘리포니아의 목수 프레드 모리슨이 1948년에 만들었다. 모리슨은 1955년 그의 창조물을 장난감 및 잡화 제조회사인 웸오에 팔았다.
웸오는 이것을 잘 다듬어서 1958년부터 프리스비란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프리스비란 이름은 예일대 학생들이 비행 장난감으로 처음 갖고 놀기 시작한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 소재 프리스비(Frisbie) 제과회사의 파이 접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35년이 넘는 동안 프리스비는 수억개가 팔렸다. 비행 원반의 인기는 수십 명의 발명가들이 더 멀리 그리고 더 직선으로 날아가는 원반을 만들도록 고무했다. 그 자신 발명가이자 장난감 제조사인 슈퍼플라이트(Superflight)사를 가진 애들러는 20년의 노력 끝에, 그의 말대로라면 비행할 때 원반을 옆으로 기울게 하는 고유의 불안정성을 상당히 극복한 디자인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수백개의 모형을 시험한 후 작년에야 에어로비 슈퍼디스크(Aerobie Superdisc)라는 플라스틱 원반의 최종 설계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른 대부분의 원반이 볼록한 테두리를 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에어로비 슈퍼디스크는 오목한 고무 테두리의 위와 아래에 스포일러(Spoiler)라 불리는 볼록한 융기를 갖고 있다.
"1985년에 이 비슷한 도안을 만들어냈지만 흡족하지 않았다. 정확한 치수와 비율을 손에 넣은 것은 1994년 9월 14일이었다. 디자인이 세련되면서 정확성이 더 중요해졌다. 어떤 부분에서는 수백분의 1 만큼의 오차만 있어도 잘 날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원반 디자이너들은 그들이 극복해야 할 중요한 장애는 회전 오차(gyroscopic precession)로 인한 불안정성이라고 말한다. 이는 원반이 회전하는 방향, 그리고 공기역학적 양력을 받는 위치에 따라 날아가면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성질이다. 원반의 무게 중심이 양력 중심에 가까울수록 비행은 안정되고 원반은 일직선으로 나아간다.
회전하는 원반이 날아갈 때 양력 중심은 원반의 선두면에 가까이 위치한다. 이는 원반을 위쪽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원반 가장자리 지점에 미치는 양력의 상당량은 회전으로 인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현상은 원반의 옆면을 위로 밀어올려 옆쪽으로 돌게 만든다. 이것이 원반을 테니스의 백핸드처럼 던졌을 때 원반이 공중에서 보아 시계방향으로 돌며 날아가면서 왼쪽으로 휘게 되는 이유이다.
각고의 개발과정 거쳐 얻어진 단순함
애들러는 그의 새로운 원반은 날개 앞부분의 공기 흐름을 갈라놓아 앞쪽의 양력은 줄인 반면, 날개 뒷부분은 양력을 증가시켜 이런 현상을 완화시킨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 효과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양력 중심이 원반의 중심에 근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비행 장난감 제조 회사인 스카이 디자인사의 데이비드 실버글레이트는 같은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여 우슈(Woosh)라는 비행 고리(ring)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고리 바깥 가장자리는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으로 둘렀는데, 이 테를 다시 원형으로 된 스판텍스 옷감으로 덮었다. 그리고 스판텍스 옷감은 안쪽에 고무밴드가 있어서 팽팽하게 고정되어 있다.
"우슈를 개발하는 데 5년 걸렸다. 지금의 형태와 재질로 결정하기 전에 다른 많은 재료들로 이런저런 시도들을 했었다"고 실버글레이트는 말한다. 이 디자인은 고리가 비행하기에 충분한 양력을 주면서도 옷감 구멍으로 공기가 통하게 하여 회전 오차로 인한 불필요한 측면 양력을 감소시켜 준다. 천구멍으로 공기가 새는 것이 고리가 휘어서 날아가면서 방향이 휘는 것을 방지해 주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지난 20년간 또 다른 비행장난감인 회전원통을 완성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 짧은 통은 안정성이 있고 미식축구공처럼 던지고 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기를 끄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투비 플라잉 캔(Toobee flying can)이라 불리는 원통형 장난감은 시장에 나온지 15년만에 적잖은 성공을 거두었다. 맥주 깡통을 잘라놓은 것 같이 생긴 이 알루미늄 기구는 뻥 뚫리고 둥근 앞모서리를 하고 있는데, 86m나 날아간 적이 있다. 투비 플라잉 캔을 생산하는 회사의 사장 그레고리 스트롬버그의 말에 따르면 투비는 던졌을 때 회전하는 원통의 위 아래 면을 지나는 공기가 마치 비행기의 날개에서처럼 물체를 들어올리기 때문에 날게 된다고 한다.
'X-자일로'(X-zylo)라 불리는 새로운 기구는 이런 종류의 장난감의 수준을 한차원 높였다. X-자일로는 속이 빈 플라스틱 원통으로 길이는 5.4㎝, 직경은 9.525㎝이고 무게는 30g도 안되는데 2백m나 날아간 기록이 있다. 이는 미식축구 경기장 길이의 두배가 넘는 것이고 1백 94m라는 프리스비 비행기록을 능가하는 것이다.
이 기구는 4년전 당시 베일러대 경영학과 학생이었던 마크 포티가 발명했다. 그는 친구들과 종이 날개로 실험을 했었다. 요즘 포티는 전에 항공 우주 산업에 종사했던 아버지 윌리엄 포티와 함께 이 장난감의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그는 미항공우주국(NASA) 소속기술자를 포함한 전문가들도 그 원통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를 자신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쪽에 무게가 나가는 금속-플라스틱 테두리가 있어 앞모서리가 두꺼운 이 기구는 공기역학과 회전력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원통의 회전운동량이 공중에서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고 양력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간단한 기구지만 알고보면 간단치 않다"는 게 X-자일로에 대한 포티의 설명이다. 원통은 모든 치수와 특성이 정확하지 않으면 날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날 가진 부메랑
원통 디자인에 이용된 성능개조법은 신형 부메랑 개발에도 중요하다고 국제 부메랑 대희 우승자이며 트리-플라이(Tri-Fly)라 이름 붙여진 세 날 가진 부메랑을 고안해 낸 에릭 다넬은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 기원을 둔 부메랑은 대개 굽고 각이 진 두개의 날을 가진 날개로 수직에 가깝게 던지면 수평으로 돌며 비행하다가 원을 그리며 던진 사람에게 되돌아 온다. 그 형태로 인해 부메랑이 적절히 회전하고 돌아오게 하려면 오른손으로 던져야만 한다.
다넬은 양손으로 던질 수도 있고 오래 날 수 있도록 양력이 좋으면서도 돌아올 때에는 안전하고 잡기 쉽게 속도가 줄어들 수 있는 부메랑을 개발하려 했다. 그는 15년간의 연구 끝에 끝부분은 넓고 납작하다가 중앙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노 모양의 날이 세 개 달린 Y자 모양의 디자인을 개발했다. 또 각 날의 끝부분에 구멍을 뚫음으로써 끝 부분에 난류를 일으켜 비행 마지막에 부메랑의 속도가 줄어들도록 하였다.
"던질 때의 각도, 회전, 힘, 바람의 상태 등, 부메랑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무척 많다. 나는 1백개가 넘는 트리-플라이 모형을 만든 후에야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얻었다"고 다넬은 말했다.
1991년 트리-플라이가 처음 시판되기 시작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이를 비방했다. 심지어 그 새로운 디자인으로 인해 각종 경기에서 이것을 던지는 것을 금지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트리-플라이를 만들어낸 '나는 장난감'(Toys that fly)사의 부서 책임자인 존 플린은 지금은 각종 부메랑 던지기 대회 참가자의 60% 이상이 트리-플라이나 그 비슷한 것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약간 저항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부메랑의 모든 기능을 다 가지고 있고 오직 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점만이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자 팔리기 시작했다." 플린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