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논란이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5g 이하로 섭취량을 줄이라고 권고하는데, 최근 반대로 저염식(低鹽食)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어떤 소금을 먹는지도 중요하다는데, 과연 몸에 좋은 소금이 뭘까.
“미국 국립의학학술원(NAM)에서 2013년에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소금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소금 줄여먹기를 주도했던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에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죠.”
함경식 목포대 식품공학과 교수(천일염연구센터장)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NAM은 2005년 나트륨 저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하루에 5.8g 이하로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게 건강에 좋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것이 많이 먹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면서 재검토를 하게 된 것이다. 결국 NAM은 ‘소금을 5.8g보다 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NAM으로서는 기존 입장을 뒤집어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소금 섭취, 정말 ‘과유불급’일까?
무엇이 NAM의 권고를 철회하게 만든 걸까.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과학적인 근거로 뒷받침 된 정설이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자는 운동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소금 섭취량을 줄였을 때 나타나는 인체 반응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소금을 적게 먹었을 때 몸에 생기는 문제가 없는지 알아 본 연구 결과가 2000년 전후로 하나 둘 발표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미국의학협회학술지(JAMA)’에는 유럽인 3681명을 8년 동안 추적 조사했더니, 소금을 적게 먹은 사람들의 심혈관질환사망률이 많이 섭취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doi:10.1001/jama.2011.574).
또 과거 연구에서는 나트륨 성분을 줄여야 하는 이유로 혈압 상승을 꼽았는데, 혈압은 떨어져도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예컨대 덴마크 코펜하겐대병원 니엘 그라우달 교수팀은 소금을 적게 먹으면 혈압은 낮아지지만 레닌이나 알도스테론,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는 물질들이 많아진다는 리뷰 논문을 ‘미국고혈압학술지’ 2012년 1월호에 발표했다(doi:10.1038/ajh.2011.210). 그밖에도 소금을 적게 먹었을 때 생기는 문제를 보고한 논문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왜 소금을 적게 먹으면 문제가 생기는 걸까.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나트륨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성지방을 예로 들면, 혈관을 타고 이동하는 중성지방은 필요한 조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트륨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나트륨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면 중성지방이 혈액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축적된다.
나트륨은 인체 세포막의 전위차와 체내 삼투압을 유지하며,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과 영양소 흡수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한다. 소금 부족이 인체의 다양한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면역력, 우울증, 비만까지 속속 밝혀지는 소금의 영향력
최근에는 소금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기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받는 것 하나는 소금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임상미생물학및위생연구소 요나단 얀쉬 교수팀은 소금이 몸에 침입한 세균을 파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세포 대사’ 2015년 3월 3일자에 발표했다(doi:10.1016/j.cmet.2015.02.003).
연구팀은 상처 난 피부에 소금이 축적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소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했다. 먼저 몸에 침입한 세균을 파괴하는 대식세포를 배양하는 배지에 대장균을 넣은 뒤 한쪽에만 소금을 첨가했다. 그 결과 소금을 첨가한 배지에서 자란 대식세포가 훨씬 빠르게 대장균을 파괴했다. 동물실험도 마찬가지였다. 두 그룹의 실험쥐에게 먹이는 소금량을 다르게 하고 피부병원균을 감염시켰더니 소금을 많이 먹인 쥐들의 회복이 빨랐다.
연구팀은 피부가 세균에 감염됐을 때 소금을 바르는 방법으로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금을 함유한 젤 등을 발라서 피부의 염분 농도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소금이 우울증, 비만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대 심리학과 미카 레셈 교수팀은 여성들에게서 우울증과 소금 섭취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울증인 경우 정상인 여성보다 소금 섭취량이 적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doi:10.1016/j.appet.2014.04.008). 또 미국 아이오와대 약대 저스틴 그로브 교수팀은 소금이 음식의 소화 효율을 떨어뜨려서 비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doi:10.1038/srep11123).
그렇다면 소금을 얼마나 먹는 것이 좋을까. 많은 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WHO가 권장하는 하루 5g 이하의 섭취량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5g 이하로 소금을 섭취하면 너무 많이 먹은 경우와 심혈관질환사망률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고, 인슐린저항성, 당뇨 등의 대사 이상이 생길 위험이 있다. 함 교수는 “여러 연구를 종합해 봤을 때 적당한 소금 섭취량은 하루 6~15g 정도로 볼 수 있다”며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약 12.5g으로 적정량의 상한선 수준”이라고 말했다.
소금이라고 다 똑같은 소금이 아니다
그렇다면 섭취량뿐만 아니라 소금의 종류에 따라 몸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는 않을까. 최근 그에 대한 연구도 시작되고 있다. 박건영 차의과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정제염과 천일염, 죽염을 대장암에 걸린 실험쥐에게 먹인 결과 죽염이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를 ‘약용식품저널’ 2016년 11월호에 발표했다(doi:10.1089/jmf.2016.3798).
연구팀은 실험쥐에게 대장암 유발 물질을 주입하는 동시에 사료에 소금 약 0.47%를 배합해서 8주 동안 먹였다. 0.47%의 소금은 몸무게 60kg의 성인이 하루에 5g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과 같은 양이다.
8주 후 실험쥐의 대장을 관찰한 결과, 소금을 먹이지 않은 쥐의 대장에는 평균 23개 안팎의 종양이 있었다. 정제염을 먹인 쥐에서는 18.2개 안팎의 종양이 확인됐고, 천일염을 먹인 쥐는 16.7개, 세 번 구운 죽염을 먹인 쥐는 10개, 아홉 번 구운 죽염을 먹인 쥐는 2.2개 안팎의 종양이 나타났다. 소금의 종류에 따라 종양이 최대 90%까지 억제된 것이다.
실험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염증이 생기기 전에 나오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의 혈청 농도에서 명확한 차이가 나타났다. 구운 죽염에서 낮게 나타났고 천일염과 정제염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소금을 먹이지 않은 쥐에게서 가장 높았다. 박 교수는 “대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죽염이 발암 과정을 억제하고(암세포의) 세포사멸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산 천일염의 경우 정제염과 달리 마그네슘과 칼륨 등의 미네랄이 들어있고, 해외에서 생산한 천일염에 비해서도 그 양이 많다. 한국산 천일염을 섭취했을 때 유해물질인 활성산소 발생량이 비교적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doi:10.1007/s10068-014-0128-y).
무엇이 한국산 천일염을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그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전남 신안군 증도의 염전지대를 찾았다. 증도에는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인 태평염전이 있다.
우선 한국의 갯벌 천일염은 다른 소금과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쉽게 접하지만, 전세계 생산량의 0.2%도 되지 않는 희귀한 소금이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61%는 암염이다. 암염은 과거 바다였던 지역이 지각변동을 거쳐 육지로 올라온 곳에서 채굴되는 암석 상태의 소금이다. 석탄처럼 채굴한 뒤 가공하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는 소금을 광물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8년부터 소금을 광물에서 식품으로 재분류했다. 암염에는 미네랄이 거의 없다.
두 번째로 많은 소금은 호주나 멕시코 등지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천일염으로,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37%가 여기에 속한다. 같은 천일염이지만 석회질의 바닥에 바닷물을 가둬 수개월 동안 건조시키는 방식이라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미네랄이 빠져나간다. 암염과 대규모 천일염 등을 다시 녹인 뒤 염화나트륨만을 정제한 것이 꽃소금이라고도 부르는 재제염이다. 이온 교환막을 이용해 바닷물에서 중금속과 이물질을 정제한 뒤 가열해서 얻어내면 정제염이 된다.
나머지 2%의 대부분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과 안데스산맥 등지의 호수에서 생산되는 호수염과 정제염, 재제염 등이다. 한국의 갯벌 천일염은 명품 소금으로 인정받는 프랑스의 게랑드 갯벌 천일염 등과 함께 약 0.2% 정도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한국의 갯벌 천일염은 대량 생산하는 천일염처럼 바다에서 물을 끌어온 뒤 그 공간에서 바로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증발지’라고 부르는, 갯벌을 다진 땅에 바닷물을 가둔 뒤 일정 시간 증발시키고 다음 증발지로 흘려보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만든다. 그 과정에서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점차 높아지다가 ‘결정지’라는 최종 단계에서 소금이 결정을 이루면 비로소 채취하는 것이다. 염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바둑판 모양의 땅에서 모두 소금을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결정지에서만 소금을 채취한다. 소금이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도록 첫 번째 증발지에서 결정지까지 약 5° 정도의 경사가 나도록 만들었다. 증발지를 거치면서 갯벌에 함유된 미네랄이 바닷물에 더해진다.
김치영 태평염전 차장은 “바다에서 막 끌어온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2.5도(2.5%) 정도인데, 하루 정도 증발시키면 염도가 1~2도 높아진다”며 “하루에 한 번씩 증발지를 옮겨가며 염도를 조금씩 높인 뒤 결정지에 투입하기 직전에 23~25도가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금은 바닷물의 염도가 27도가 됐을 때 결정을 이루기 시작한다.
소금을 채취하는 날의 기상 상태도 중요하다. 일교차가 10℃ 이상 나는 날은 마그네슘 함량이 높아지는데, 그럴 경우 소금에 쓴맛이 강해질 수 있어서 되도록 소금을 채취하지 않는다. 기온이 낮은 겨울과 초봄에는 증발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소금을 채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때 만들어진 소금은 무겁고 단단하며, 쓴맛이 강하다.
물론, 갯벌 천일염에는 정제염보다 이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로 천일염 채취 과정에서 섞여 나오는 물질들이다. 몇 년 전에는 결정지 바닥에 깔려 있는 PVC 소재의 장판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지적이 있었고, 과거 일부 천일염이 세균에 오염됐다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암염이나 대규모 천일염 등의 소금을 다시 녹여서 만든 재제염은 이물질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미네랄은 거의 없다. 정제염 역시 불순물이 거의 없다.
태평염전 공장 안에서는 대학 실험실이나 반도체 제조 공정에 있을 법한 장비로 소금의 이물질을 찾아내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금속성 이물질들은 강한 자석으로 제거하고 있었다.
소금은 무조건 적게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넘치는 것도, 부족한 것도 문제다. 또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의 종류와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야 과학자들은 적정수준의 소금 섭취량과 소금의 종류 별 차이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옛 조상들이 소금을 금처럼 귀하게 여긴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