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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증 환자, 성전환수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다. 여기서는 성전환증 환자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를 꺼리는 여러 문제들을 여러 각도로 조명했다.

1 성전환수술이란 무엇인가

영어 사용권 국가에서는 성별을 말할 때 두 단어를 사용한다. 하나는 섹스(sex)이고 다른 하나는 젠더(gender)이다. 섹스란 신체의 겉모습에 따른 여성 또는 남성을 말한다. 젠더란 행동이나 태도 등에 의한 남성과 여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상인은 육체적인 성(sex)과 행태적인 성(gender)이 일치하므로 자신에게 맞는 성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생활한다.

그러나 인구 5만-10만명중 한명은 육체적인 성과 행태적인 성이 서로 달라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바로 성전환증(transsexualism) 환자들이다. 쉽게 말해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10만명중 1명 꼴)와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남자(3만명중 한명 꼴)가 그들이다. 일반적으로 성전환증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많이 나타난다(5대 1의 비율이라는 통계도 있다).

성전환증 환자들은 자신의 육체의 성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늘 반대편 성의 행동양식을 취하고, 자신의 성적 특징에 대한 심한 혐오감을 나타낸다. 그래서 잘못된 육체의 성을 반대되는 성으로 고쳐주기를 계속해서 요구한다. 이들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성전환수술이다.

고대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성전환증 환자는 존재했다. 약 20년 전에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테니스선수가 당시 세계 최고의 여성 테니스선수였던 킹여사와 성대결(?)을 벌여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결과는 성전환선수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났다. 당신 전문가들은 만약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에 시합에 나섰다 할지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성전환수술을 받는다 할지라도 테니스 실력이 떨어질 까닭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성전환수술을 통해 남성으로 바뀐 사람은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기 때문에 약간 체력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운동기능에 큰 변화는 없다. 또 그의 염색체는 남성의 염색체인 XY를 소지하게 되므로 여자선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 성전환증의 원인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지금까지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성전환증 환자를 선천성과 후천성 환자로 구분할 수 있다. 선천성 환자란 유전적 및 내분비적 문제로 인해 태어나면서부터 반대 성을 갈구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유전적 문제란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남성이 XY 성염색체를, 여성이 XX 성염색체를 소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중 육체적 성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Y 염색체이다. 이 Y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거나 분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남아로 출생한 후 성전환증 환자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유전의 총본부인 염색체의 이상으로 인해 성전환증 환자가 될 수 있지만 성전환증이 후대로 유전된다고 내세울만한 증거는 없다. 염색체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성전환증 환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고환이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배 속에 잠복돼 있는 상태(흔히 잠복고환이라 한다)로 태어나는 남아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이때는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극도로 적어진다.

남성호르몬의 분비는 감소하고 여성호르몬의 분비는 상대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에 여성 생식기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이는 남녀의 생식기가 수정된지 2개월 후부터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면서 분리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태아기에 신체의 한 장소에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고환이 되고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넘치면 대음순이 된다.

성전환증이 후천적인 질환이라고 믿는 학자들이 더 많다. 유아기 소아기의 가족환경 또는 심리적인 면이 육체적 성과 행태적 성의 불일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필자의 임상경험을 통해서도 유전적(염색체) 및 내분비적(호르몬) 이상 보다는 소아기의 가족환경이나 심리상태가 성전환증 환자가 되는데 보다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성전환증 환자의 거의 대부분이 염색체 검사나 호르몬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는다. 또 완벽한 육체적 성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어린 시절의 어떤 가족환경이 성전환증의 원인이 되는지 알아보자. 딸만 있는 가정에서 아들을 기다리다가 또 딸을 낳고 실망해 딸을 아들처럼 키운 경우, 이 아이가 자라서 남성이 되려는 강한 집념을 보일 수가 있다. 반대로 아들만 있는 가정에서 아들을 딸처럼 키운 경우에도 성전환증의 유발동기가 될 수 있다. 아버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모권이 강한 가정에서 자란 남성이 성전환증 환자가 되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

성전환증 환자들은 자신이 잘못된 성을 갖고 태어났다고 믿는다. 그래서 반대 성의 행동을 어릴 때부터 보인다. 자신의 성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면 어릴 때 (3, 4세)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부모는 때를 놓치거나 방치한다. 실제로 성전환증 환자와 함께 병실 문을 두드린 직계가족이 성전환수술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3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어떻게 바꾸나

성전환증 환자를 수술 외의 다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없다. 약물치료도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일단 성전환증 환자로 진단되면 이들에게 정신치료를 시도해도 뾰족한 효과가 없다. 성에 대한 주체성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료방법인 성전환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성전환수술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는 두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남성을 여성으로 바꾸는 수술은 비교적 쉽다. 6개월 정도 여성 호르몬을 투여한 뒤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겠다는 결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여성의 성기인 유방을 만들어준다. 또 얼굴 윤곽 조정술을 이용해 여성의 얼굴 형태를 갖게 해 주며 눈썹 부위에 돌출된 뼈와 광대뼈, 턱뼈 등을 깎아준다. 2차수술시 질을 만들어 주는데 여기에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과거에 사용한 방법이 부분층 또는 전층 식피술법이다. 이 방법은 먼저 남성의 음경을 자르고 (미치 미국의 보비트 사건에서 처럼) 지혈한 뒤 여기에 대퇴부 등의 피부를 이식해 질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이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남성 성전환증 환자의 음경을 자르는 수술은 간혹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자신의 성기에 심한 혐오감을 나타내는 남성 성전환증 환자는 음경제거만으로도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두번째로 장을 이용해 질을 만드는 방법, 즉 장관분절이전법이 있다. 장에는 점막층이 잘 형성돼 있고 분비액을 많이 내기 때문에 장의 일부로 질을 만들면 실제 질과 유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분비액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외상에 약하며 성교시 통증을 일으켜 지금은 활용빈도가 적다.

최근에 널리 쓰이고 있는 질제조법은 음경 피판내번법이다. 이 수술은 음경의 속 내용물을 비우면서 시작된다. 겉피부만 남은 음경을 뒤집어서 안으로 집어 넣어줌으로써 질이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질은 음경보다 길이가 길고 내용적이 넓다. 따라서 성전환수술 후 원활한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음낭의 피부를 이용해 충분한 질의 깊이와 넓이를 확보해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음경과 음낭의 피부를 함께 이용,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한 경우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생식기능은 갖지 못한다. 여성이 아이를 갖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자궁과 난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궁과 난소는 혈액순환이 매우 많은 장기이므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할 수도 없다. 만약 이식한다면 거부반응이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 자궁과 난소를 인공장기화할 수도 없다. 자궁과 난소는 심장처럼 단순한 일만 하는 장기가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장기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는 수술은 그 반대 경우보다 훨씬 어렵다. 성전환을 원하는 여성의 몸에서 자궁과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은 비교적 쉽지만 음경을 만들어주기가 힘든 것이다. 음경은 질을 만드는 작업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음경을 만들 때 피판(flap)을 주로 사용한다. 팔뚝의 피부를 이용하는 전완부 피판법이 가장 보편적인 음경제조법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동맥 정맥 신경을 포함하는 팔뚝의 피부로 음경의 모양을 만들어낸다. 팔뚝의 피부가 음경제조에 활용되는 이유는 피부의 두께가 얇고 성형(모양 만들기)이 쉬우며 혈관분포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팔뚝피부로 요도와 음경을 동시에 만든 뒤 환자의 음부에 위치하는 동맥(요골동맥이나 하복벽동맥) 정맥(요골정맥이나 하복벽동맥) 신경에 연결시켜준다. 이때 동맥은 동맥에, 정맥은 정맥에, 신경은 신경에 정확하게 이어줘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따라서 이 수술은 현미경을 이용하는 미세수술로 진행된다. 이 인조음경은 발기기능이 없으므로 안에 요골을 넣어 딱딱하게 해준다. (개 등 몇몇 동물은 음경 안에 뼈가 들어 있다.) 또 환자의 음순피부를 이용해 음낭을 만들어준다.

음경만들기가 용이하지 않은 만큼 100% 성공도 보장받지 못한다. 성공률은 90% 또는 그 이하로 봐야 한다. 동맥과 동맥, 정맥과 정맥, 신경과 신경 사이의 연결이 잘못 됐거나 혈관이 막히면 음경이 2주 내에 녹아버리게 된다(피부에 흡수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 성전화 수술 전에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근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사지의 털이 빠진다.


4 성전환수술 후 재성전환수술로 원상회복 가능한가

성전환증 환자들은 성전환 수술을 통해 자신의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의 일치를 보았다고 생각하며 수술 후 심리적 안정을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마음이 변해 다시 반대편 성으로 재성전환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만약 이렇게 쉽게 마음이 변한다면 그를 성전환증 환자로 분류할 수 없다. 사회생활도 수술 후 제 자리를 잡아간다. 오랫동안 육체의 성과 반대되는 행동과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수술 후 만족스럽게 사회에 적응하게 된다.

현재의 의학기술로 재성전환수술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실행한다 할지라도 외양이나 기능적으로 보아 거의 만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성전환수술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중히 생각한 다음에 결정해야 한다.

만약 어렵게 만든 음경이 녹아버릴 경우 재수술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성공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설령 음경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수년의 시간이 흐르면 음경 속에 삽입해 두었던 요골이 흡수돼 사라져 버리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렇게 요골이 흡수되는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이처럼 성전환수술을 통해 여성이 남성으로 바뀐 경우 정상적인 성생활이 힘든 경우가 많고 생식기능은 갖지 못하게 된다.

또 성교시 질의 분비물이 적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에게서 질분비물이란 이식한 피부의 지성(脂性) 성분이다. 피부의 바솔린선(bartholine gland)에서 분비되는 지성 성분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아서 성생활에 약간의 장애를 준다. 수술 후 시간이 오래 경과하면 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이식피부의 성분이 실제 질의 피부성분을 띄게 된다.

여성을 남성으로 바꾼 후에는 그 후유증으로 오줌이 중간에서 새는 요도누공이 종종 관찰된다.

5 성전환수술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되는가

성전환수술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하므로 수술대상자의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두어야 한다. 자신이 성전환증을 갖고 있다고 호소한다 할지라도 다음의 11가지 기준을 통과해야만 성전환수술을 받을 수 있다.

첫째 적어도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전환수술을 요구하는 사람, 둘째 적어도 12개월 이상 바꾸고자 하는 성에 대한 정신적 사회적 적응이 이뤄져 있는 사람, 셋째 21세 이상인 사람, 넷째 정신병과 우울증이 없는 사람, 다섯째 6개월 이상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아도 전혀 성과가 없는 사람(성전환증은 근본적으로 정신과 질환이므로), 여섯째 수술 전에 6개월 이상 반대편 성이 뚜렷하게 발현되도록 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사람, 일곱째 친가족의 승락을 받은 사람, 여덟째 자신의 육체적인 성의 상태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 아홉째 범법 사실이 없는 사람(자신의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성전환수술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열번째 약물이나 술에 대한 습관성이 없는 사람(약물이나 술에 중독된 상태에서 별 생각없이 성전환수술을 원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열한번째 신체의 외형이 성전환수술 결과로 바뀌는 성에 어울리는 사람을 성전환수술의 대상으로 꼽고 있다.

6 성전환수술 뒤 어떤 후유증이 있나

식피술로 질을 만들어준 경우 혈종이 생겨 이식피부가 손실될 수 있다. 또 이식피부가 수축하면서 만들어준 질강(질의 넓이와 깊이)이 줄어들어 성생활이 어려워지는 사례도 가끔 목격된다. 직장과 질 사이에 통로가 생기는 직장질루, 요로와 질 사이에 통로가 생기는 요관질루 등도 자주 보고된다.
 

영국의 모델 툴라(가운데). 그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이다. 오른쪽의 파멜라와는 원래 남매 사이였으나 지금은 자매가 되었다.


7 성전환수술을 받으면 성염색체도 바뀌는가

성전환수술과 성염색체는 서로 무관하다. 성전환수술을 통해 남자로 바뀌었다 할지라도 그의 성염색체는 XX이며, 여자로 바뀌었다 할지라도 그의 성염색체는 XY이다.

그러나 고환이나 난소가 제거되기 때문에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난다. 또 성전환수술 전후에 2주에 한번 꼴로 받는 성호르몬 치료의 결과 몸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다. 남성 성전환증 환자는 경구(經口), 항문(직장), 근육주사 등을 통해 여성호르몬인 프로제스테론(progesterone)을 투여받는다. 프로제스테론약제(medroxyprogesterone acetate, 상품명 Depo-Provera)를 투여하면 근육질이 부드러워지고 털이 빠지며 남성의 2차 성징이 사라지게 된다. 몸의 골격도 여성화된다. 또 유방확대술이 불필요해질 정도로 유방이 커진다. 현재까지 이 약제의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여성 성전환증 환자에게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제(상품명, Depo-Testosterone)가 투여된다. 이 약을 투여하면 여성의 2차적인 성징이 사라진다. 또 근육질 체격을 갖게 되며 털이 많아진다.
 

거리낌없이 애정 표현을 하고 있는 미국의 동성연애자. 동성연애자와 성전환자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8 성전환수술후 호적상 성별문제는 어떻게 처리되나

반양반음 등 신체해부학적으로 이상이 있어서 성전환수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한 성전환증 환자에게 성전환수술을 해주면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행법 하에서는 호적상의 성별정정이 불가능하지만 국내에서도 극히 예외적으로 호적을 다시 써준 사례가 있다. 성전환수술을 담당하는 의사로서, 선진국과 같이 호적상의 성별정정이 용이해지기를 기대한다.

9 성전환증 환자와 동성연애자는 어떻게 다른가

성전환증은 성도착증(sexual deviation)이나 동성애, 의상도착증과는 엄격히 구별되야 한다. 성도착증이란 성행위시 비정상적으로 편향된 (새디즘, 매조키즘 등)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동성애란 같은 성의 사람끼리 성행위를 하면서 한쪽이 반대편 성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성적인 만족을 얻은 것을 가리킨다. 또 의상도착증이란 반대 성의 옷(의상)에만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이다. 성도착증 환자, 의상도착증 환자, 동성연애자는 성전환증 환자와는 달리 자신의 육체적 성에 혐오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육체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을 갖게 되기를 계속 갈구하지 않는다.

동성애란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서 성적 욕구를 느끼는 상태이다. 남성 동성연애자 커플이라 할지라도 어느 한쪽이 여성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연애자들이 이성에게 동시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성연애자와 성전환증 환자는 서로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성전환을 원하는 동성연애자, 동성연애를 즐기는 성전환증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사람이 다른 남성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즉 성전환증 환자가 동성애를 느낀다면) 이는 정상적인 사람이 이성애를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양반음(중성)은 여성반음양, 남성반음양, 진성반음양으로 구분된다 여성반음양 환자의 성염색체를 조사해보면 틀림없는 여성(XX)이다. 그러나 외부의 생식기를 보면 남성에 가깝다. 남성반음양 환자의 성염색체는 남성(XY)이지만 생식기는 여성화돼 있다. 진성반음양 환자의 성염색체를 검사해 보면 남성과 여성의 염색체(XX/XY)를 공유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진성반음양은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고환관 난소)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염색체 이상을 진성반음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확실한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성확정(sexual determination)이 안된 경우 보통은 수술을 통해 한쪽의 성을 갖도록 확정해 준다. 반양반음 환자에 대한 성확정 수술은 3, 4세 이전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여성으로 확정지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으로 확정해줄 경우 장래에 남성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술절차도 복잡하며 호르몬 문제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대체로 반양반음 환자는 여성에 더 가깝다. 고환이나 난소의 흔적만 남아있는 반양반응 환자는 일반인보다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춘기 이전에 고환, 난소제거수술을 받아야 한다.

어느 여성 성전환증 환자의 편지

(중략) 저는 성전환증 수술을 받기를 원하는 환자입니다. (중략) 저는 인식이 싹트기 이전에도 생물학적인 성, 즉 여성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심리적 정신적 성인 남성으로서의 삶을 살려고 애쓰고 노력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애쓰고 노력하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답습된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개인의 삶,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하고 호도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저를 괴롭혀 죽음을 선택하려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제 자신을 지켜왔다고 자부합니다. 저같이 심신이 이원화된 상태에서 마음을 신체에 맞출 수 없기에 신체를 마음에 맞추기로 아주 어릴 때부터 소망하고 기원했습니다.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져왔으며 이제는 도저히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습니다. 이제는 수술을 받는 것 외에 저에게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의사의 환자 심리검사 결과

편지를 보낸 후 병실을 찾은 환자는 남자 양복에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검사실에 들어왔다. 그는 굵직한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그는 남들이 남장을 한 자신의 외모에 처음엔 호기심을 보이다가 곧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별 차이없이 대해 주어서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결심하게 된 것은 비록 늦기는 했지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검사가 시작되지 정신과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를 주치의로부터 들었다면서 상당히 긴장돼 있었다. 잘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성하려고 애쓰는 동기수준이 매우 높고 진지했다.

지능은 보통(전체 지능 1백8, 언어성 지능 1백16, 동작성 지능 98)의 수준이었다. 대략 IQ 115-120 정도로 추정되는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인지기능의 저하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탓인지 다소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검사 도중 주의집중이 잘 안되었고 만성적으로 심리적인 성과 신체적인 성 사이의 갈등을 겪으면서 긴장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은 많이 약화돼 있었다.

인지적 유연성을 발휘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었으나 특별히 인지적 혼란이나 왜곡을 나타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3세 때 어머니가 지어주신 색동저고리를 가위로 오려 버렸다고 말했다. 자기보고식 검사에서도 남성성-여성성을 나타내는 문항들에서 남성적인 흥미나 관심을 주로 나타냈다. 인물화 검사에서도 반대 성인 남자의 그림을 먼저 그렸다.

검사결과 환자는 오랫동안 남성으로서의 정체감을 지니고 살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서 대인관계가 매우 피상적이었고 그것도 주로 남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글 대신 환자는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는 것에 몰두해 왔다.

가족들 역시 묵시적으로는 환자를 남성으로 인정해 온 것으로 보였다. "나의 꿈은 완전한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다", "나의 평생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완전한 나를 찾는 일이다" 등의 표현을 통해 볼 때 성전환수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의 결심은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뒤 내려진 것으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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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조선경
  • 최희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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