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한글 베타판이 나온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우 95'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이 운영체제는 기존의 윈도우 3.1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회사측은 한마디로 "윈도우 95는 그 자체가 멀티미디어"라고 설명한다. 미국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워크숍의 발표내용을 정리해 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3.1 후속타로 개발중인 윈도우 95(코드명 시카고)는 지금까지 나왔던 이 회사의 운영체제 가운데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이전 버전으로 전세계 6천만 대 이상의 PC를 장악, 표준화를 이룬 이 회사의 운영체제가 다른 제품과의 경쟁을 크게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초점은 서서히 막이 오른 멀티미디어 시대를 반영하듯, 운영체제 차원에서 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것에 모아져 있다.
지난 2월 1일부터 이틀간 미국 시애틀 소재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윈도우 멀티미디어 리뷰어 워크숍'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소개된 원도우 95의 멀티미디어 지원 성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행사였다.
전세계에서 온 3백여명의 소프트웨어 비평가와 컴퓨터전문지 기자가 모인 가운데 열린 이번 워크숍에서 이 회사 개인용 시스템 부문 멀티미디어 기술 부장 폴 오스본은 "윈도우 95는 멀티미디어 운영체제다"라는 한마디로 윈도우 95의 성격을 규정했다.
멀티미디어를 구성하는 각 요소에 대한 윈도우 95의 기능 설명과 시연이 행해진 워크숍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윈도우 95가 지원하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Play, 이하 PnP) 기능. PnP는 말 그대로 전원을 켜면 곧장 PC를 작동시키게 한다는 개념으로, 93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제안으로 80여개 이상의 PC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연구에 참가한 신기술이다.
이 기술이 본격 적용되면 새로운 하드웨어를 장착한 후 점퍼세팅을 하지 않고도 다른 주변기기와의 충돌 없이 손쉽게 자신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상태로 구동시킬 수 있다. 따라서 PnP는 사용자들에게 PC의 가전제품화, 달리 말해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를 가능케 하는 한편, 컴퓨터 업자들에게는 사용자 지원이나 각종 디바이스 제작에 드는 비용을 절감케 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시연에서 윈도우 95는 자체의 디바이스를 통해 새로 갈아 낀 2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자동 인식했으며 동화상과 사운드의 재생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PnP와 함께 참가자들을 주목시킨 또 한가지는 '서라운드 비디오'. 이는 직사각형 형태로 제공되는 기존의 비디오와 달리 3백60도 전 각도를 포착해 어느 각도에서건 피사체의 모양을 볼 수 있도록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기술로, 이로 인해 멀티미디어 타이틀 제작자들은 새로운 유형의 인터액티브 기능을 구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미디어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CD의 미래 모습도 소개됐다. 멀티세션 CD, 혹은 CD 플러스라고도 불리는 확장 CD(enhenced CD) 한 장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 비디오, 아티스트의 연대기 등과 같은 데이터가 함께 저장돼 있으며, 윈도우 95를 통해 CD-롬 드라이브를 구동함으로써 재생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이같은 확장 CD를 현재 준비중인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일명 마블)'의 온라인 음악 포럼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멀티미디어 구현을 위한 향상된 오디오와 비디오 외에도 워크숍에서는 원도우용 게임 제작을 위한 라이브러리인 'WinG', 애니메이션 엔진인 'WinToon' 등도 선보였다. 특히 WinG는 새로운 그래픽 루틴들의 라이브러리로, 도스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중 유독 맥을 추지 못하던 윈도우용 게임의 실행력을 강하게 증대시킬 길을 열었다.
첫째날 저녁 행사장에서는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끈 ID소프트웨어의 게임 '둠(DOOM)' 윈도우 버전을 직접 실행시켜보도록 했는데, 참가자들은 빠른 스크린 갱신이나 자연스러운 이동 등 도스에서 즐기는 것과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왼도우 95를 무리 없이 수행하기 위해 권고하는 PC 사양은 일반 사용자의 경우 베사로컬이나 PCI의 버스 방식으로 운영되는 486DX2-66에 8MB의 메모리, 16비트 사운드 카드, 그리고 2배속의 CD-롬 드라이브 등이다. 이 정도의 사양은 이미 개인 사용자들 대부분이 구비하고 있는 것이어서 오는 8월로 예정된 출시와 함께 대부분의 PC에 윈도우 95가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