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초기 호모 속(속은 종의 상위 개념)은 약 200만 년 전후에 처음 등장했다. 그런데 당시 하나의 종이 아니라 여러 종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최근 화석 연구 결과 밝혀졌다.
미브 리키와 루이스 리키 미국 스토니브룩대 인류학과 교수팀은 2008~2009년 사이에 발굴한 초기 호모 속 턱뼈 화석 세 구를 연구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그 결과를 8월 9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미브 리키 교수는 1972년 아프리카 케냐 북부 쿠비 포라 화석지에서 ‘KNM-ER 1470’이라고 이름 붙인 화석을 하나 발굴했다. 두뇌 크기가
700cc 대로 당시 존재하던 다른 친척 인류에 비해 컸다. 비슷한 시기에 존재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는 뇌 용량이 400~500cc 정도였다.
이 화석은 단 한 구의 화석만 발굴됐다. 그래서 기존에 존재하던 종의 약간 다른 형태(이형)인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논란거리다.
ER 1470은 약 200만 년 전 지층에서 나왔다. 당시에 ‘호모 하빌리스’라는 초기 종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ER 1470 화석은 생김새가 하빌리스와 달랐다. 얼굴이 길고 평평했는데, 이것이 하빌리스의 성별이나 장소 등에 따른 이형인지 아예 다른 종(호모 루돌펜시스)인지를 둘러싸고 40년째 논쟁이 이어졌다.
리키 교수팀은 2008~2009년 사이에 발굴한 턱 화석 세 개의 크기와 형태를 조사해 3차원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복원했다. 첫 번째 화석인
약 195만 년 전 지층에서 발굴한 어린이 호모 화석은 ER 1470과 구조가 비슷하고 크기가 작았다. 각각 180만 년 전과 195만 년 전에 발굴한 또다른 화석둘은 턱 구조가 특히 잘 보존돼 있었는데, 앞니 부분이 평평해 턱이 전체적으로 U자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는 끝이 뾰족해 V자 모양을 한 하빌리스와는 크게 다르고, ER 1470과는 비슷한 모양이었다. 리키 교수팀은 세 구의 화석이 모두 ER 1470과 비슷한 특징을 지닌다는 점을 근거로, “ER 1470이 하빌리스의 우연한 이형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종(호모 루돌펜시스 )”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이언스’는 이 연구에 대해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소개했다. 팀 화이트 UC버클리 고인류학과 교수는 “우리는 아직 호모 하빌리스도 제대로 모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