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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컴퓨터 산업, 환경보호·파괴의 두 얼굴

 

전자제품의 주회로 기판을 만드는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물질로 시꺼멓게 변한 물 위로 거품이 떠다닌다.


컴퓨터 산업과 환경의 관계는 대단히 미묘하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파괴자의 입장이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수호자의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

어느 제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컴퓨터 산업 역시 환경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 산업과 환경의 관계는 보통 제조업과는 다소 다르다. 대부분 제조업이 환경을 파괴하는 일방적 효과만 갖고 있는데 비해 컴퓨터산업은 환경을 파괴하는 요소와 보호하는 요소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컴퓨터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환경파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환경보호라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할수 있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이란 기기의 제조·판매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이 경우 모든 제조업이 그렇듯이 환경을 오염시키게 된다.

하드웨어적으로 나타나는 환경파괴요인은 크게 다음의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 요인, 유통과정에서의 환경파괴 요인, 그리고 제품이 판매된 후 소비자들이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환경파괴 요인 등이 그것이다.

제조과정상의 요인은 주요부품인 반도체나 컴퓨터 주기판용 PCB에서부터 플로피디스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재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유통과정에서의 요인은 대개 컴퓨터 포장재나 매뉴얼 등에 의한 것이다. 컴퓨터가 진동·충격에 민감한 기기인 점을 감안, 가전제품에 비해 훨씬 많은 포장재가 소요되며 매뉴얼 또한 가전제품 등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분량이 많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컴퓨터 사용에 따른 전력 에너지 낭비도 중요한 환경파괴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요소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활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환경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활용하거나 환경정보망 등을 통해 환경보호에 기여할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내 전자결제시스템이 구축돼 제대로 활용될 때 종이 사용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경우처럼 컴퓨터를 활용함으로써 다른 물자를 절약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소모에 따른 에너지 낭비

외국에서의 한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산업 역시 공해유발 및 에너지소비형 산업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즉 33kg짜리 워크스테이션 한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60kg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세척 등에는 3만3천L의 물이 필요하며 이때 2천3백kW의 전력을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반도체칩의 생산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10g의 칩을 만드는데 20kg의 액체화학약품이 사용되는데, 독성이 강한 이 화학약품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별도로 11kg의 화합물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또한 칩을 만드는 클린룸을 유지하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게다가 이처럼 만들어진 컴퓨터가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에서만 오는 2천년까지 버려지는 PC나 워크스테이션이 1억5천만대에 이르지만 이들 대부분이 재활용될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따른 전력낭비 또한 만만치 않다. 컴퓨터를 사용할 경우 소비전력은 보통 1백W로, 이는 보통 백열전구 한 개를 쓰는 것과 맞먹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컴퓨터사용에 따른 전력소비량은 93년말을 기준으로 연간 14억7천6백만kW에 달해 전력 요금만도 8백 86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3년말 기준으로 국내 PC보급대수는 4백 만대. 여기에다 연간 근무일수 3백일에 일일 근무시간 8시간 중 실제 PC사용시간을 1.6시간 정도라고 하고 전원을 끄지않고 퇴근하는 비율을 30%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연간 컴퓨터로 인한 총사용 전력은 14억 7천 6백만kW가 되며 연간 실제사용 전력은 1억6천3백만kW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연간 총 낭비전력 규모는 무려 연간 13억1천3백만kW에 이른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총 전력사용 요금이 8백86억원, 실사용 요금은 98억원으로 실제 연간 낭비요금은 7백89억원에 이르게 된다. 만약 보급된 PC를 소위 절전형 '그린컴퓨터'로 교체하기만 해도 이같은 연간 낭비요금은 2백77억원에 그쳐 일반 PC를 사용할 때보다 무려 5백11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25만KW급 화력발전소 5개 정도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이다.

재활용 자재 사용 확대 추세

그린컴퓨터란 전력소모를 최소화하고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 날로 심각해지는 에너지문제와 환경문제에 대응한다는 목표아래 도입된 새로운 개념으로, 한마디로 절전형 PC라고 할 수 있다.

그린컴퓨터는 지난 93년초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구의 날' 기념연설에서 정부기관의 구매 물량에 대해 에너지절약형 PC를 우선 구매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정부는 이에 따라 PC를 사용하지 않을 때의 전력소모량을 30W이하로 낮춘 제품에 대해 부여하는 '에너지스타' 규격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구매시 이같은 규격에 맞는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에너지스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갔다. 이같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은 곧바로 컴퓨터업계로 파급돼 이때부터 IBM, 인텔, 휴렛팩커드 등 세계 주요 컴퓨터업체들이 앞다투어 그린PC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 열기는 국내컴퓨터 업계에도 그대로 전달돼 같은 해 5월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보컴퓨터 금성사 대우통신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대거 그린PC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그린PC는 우리나라에서 환경보호 효과 뿐만 아니라 국내 PC산업을 침체국면에서 구출해내는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린열풍은 단순히 PC의 기능홍보 차원을 뛰어넘어 일반국민들의 PC구매욕구를 자극하게 됐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PC 내수시장이 전년대비 40% 이상 증가한 1백20만대를 기록, 처음으로 1백만대를 돌파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린PC의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환경보호와 관련된 컴퓨터업체들의 활동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컴퓨터의 그린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재활용 자재의 사용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관련 PC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를 자동저장한 후 본체전원을 아예 차단, 에너지스타 규격을 훨씬 능가하는 소비전력 4W의 초절전형시스템과 기존 니켈카드뮴전지에서 무공해 수소전지를 채용한 노트북PC가 개발되기도 했다. 또한 코팅되지 않은 포장박스나 썩는 비닐, 재생 종이쿠션 등 재활용 포장재를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고 매뉴얼에도 재활용종이가 일부 이용되고 있다.

통신망 이용해 환경보호 일조
 

이른바 '그린 컴퓨터' 에 부착되는 에너지 스타 로고


컴퓨터는 환경보호를 보다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환경보호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환경부도 최근 초고속정보통신망이나 지리정보시스템 위성통신기술 등을 결합해 환경관리체계를 선진화하고 환경감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환경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을 적극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환경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매우 소극적이었다. 대기관리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전국적으로 78개소의 자동관측소에서 각종 환경기준을 측정하고 있으나 측정소 수가 너무 적은데다 측정항목도 적고 자동화체계도 미흡한 실정이다.

전국 주요 하천에 수질오염측정기를 설치했지만 월별/분기별로 실시하고 있어 즉시 대응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무인자동 연속측정 체계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같은 수질문제는 지난해의 낙동강 등 취수·정수장 오염사건으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환경종합정보시스템이란 자연생태계관리 대기관리 수질(상하수도)관리 폐기물관리 등을 위한 별도의 하위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관리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한편 관계기관을 전산망으로 연결, 정보를 상호공유하는 총체적인 전산시스템을 말한다. 그리고 자연생태계관리시스템은 동식물 분포도, 하천이나 호수별 서식어류 등 자연생태계 자료와 인공위성을 통해 찍은 녹지자료를 종합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대기관리는 대기오염원관리시스템을 통해 공해물질 배출공장 등을 집중관리하고 대기오염측정망으로 대기상태를 상시 측정하며 심각한 오염발생시에는 경찰청 방송국 등과 연결된 대기오염경보시스템을 활용, 사전경보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게 된다.

수질관리는 각 하천이나 5대강 유역에 수질오염여부를 측정할 수질자동측정망, 해양오염을 다룰 해상오염관리시스템을 운용함으로 가능해지며 이밖에 최근 도입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쓰레기종량제도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컴퓨터는 이제 경제활동이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컴퓨터의 중요성과 활용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컴퓨터의 이용이 이처럼 늘어난다고 할 때 컴퓨터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보다는 환경보호 기능을 보다 잘 살리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컴퓨터는 환경보호의 첨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9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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