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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3살 컴퓨터 입문-30대 미국 제일 재벌

약관의 나이에 마이크로 소프트란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 최연소 미국 최대 부자가 된 빌게이츠가 우리나라에 온다. 미래를 바라보는 탁월한 식견으로 첨단사업을 이끌어온 그와 회사의 속내를 살펴본다.

'컴퓨터의 살아 있는 신화' 빌 게이츠가 오는 12월 5일 2박3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방한기간 동안 그가 행할 강연회는 접수 시작 하루도 안돼 모두 자리가 동이 났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실력자들이 우리나라에 오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유독 그의 방한은 국내 업계를 소란스럽게 한다. 더구나 그는 6년 전인 지난 88년 홍콩 등 극동지역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지사를 방문하면서 잠시 우리나라를 찾은 적이 있어 처음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의 방한에 대해 벌어지는 이'호들갑'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오늘날 전세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 누구인지 따져보자. 교황? 미국 클린턴 대통령?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문의 초점을 컴퓨터에 맞춘다면 단연 '소프트웨어 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을 꼽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컴퓨터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기 힘든 요즘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도스나 윈도스같은 PC 운영체계로 세계의 컴퓨터를 '장악'한 그의 영향력은 유력 정치 지도자나 종교 지도자보다 결코 작지 않다. 또한 미래 정보사회의 흐름을 그만큼 짚어낼 인물도 많지 않다.

따라서 그의 첫 방한 당시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질적,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정보산업이 천재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과 사업감각으로 세계 소프트웨어업계를 주도하는 그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려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번 방한 기간동안 빌 게이츠는 각계 관계자들과의 면담과 기자간담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 등 숨돌릴 틈도 없는 바쁜 일정을 짜놓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의 창시자'로 꼽히는 빌 게이츠 회장. 그는 도스와 윈도스로 천하를 평정한 후 각종 응용프로그램으로 세계를 거머쥐었다.
 

경쟁자 없는 업계 1위

'하이테크 산업의 창시자' '소프트웨어의 황제' '21세기의 록펠러'. 이 모든 표현은 빌게이츠만이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모두 동의한다. 그는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가 놓일 것이라는 비전으로 최초의 소프트웨어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 30대 나이에 미국 최대의 부자가 된 신화적 인물이다.

첨단 산업의 최고 정점에 선 올해 39세의 이 천재 사업가가 가진 재산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을 현금으로 환산한 것만으로도 어림잡아 약 70억 달러 이상. 이 돈은 미국인 평균 수명인 75살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앞으로 그가 매일 4천만원씩을 써도 남는 액수다. 그의 회사는 지난 86년 기업공개를 한 후 최우량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도스는 28개 언어로 제작돼 1억5천만개 이상, 그림운영체계인 윈도스도 4천만개 이상이 팔려 명실공히 전세계 PC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75년 창업 당시 그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던 종업원수는 이제 전세계 42개국에 1만4천4백여명으로 불어났으며, 종업원들의 평균 연령은 31.2세에 불과하다.

매년 7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를 회계년도로 잡고 있는 MS사의 93년 수익은 37억5천3백만 달러, 이중 순이익은 9억 5천3백만 달러이고 올해의 경우 총 46억5천만 달러 매출에 11억5천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전세계 시장에서 볼랜드나 로터스, 노벨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개발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상대로 간주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작년까지의 경우에서나 통용될 뿐이다. 올해는 PC용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뒤따르고 있는 이들 회사들 총매출액을 더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지하는 비중을 쫓아오지 못한다.

창업 20년만에 이같은 고속 성장을 이룩한 것에 대해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연륜을 가진 개인용 컴퓨터소프트웨어회사이지만 결코 연륜이 길다고 해서 성장을 늦춘 적은 없다"며 앞으로도 회사는 계속 커질 것임을 자신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가장 유망한 하이테크산업의 선두주자이지만, 직원들에게 많은 급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노동강도도 대단히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고 경영자인 빌 게이츠조차 하루 15시간 이상을 꼬박 일에 매달리기가 다반사. 하지만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모여드는 '싱싱한' 젊은이들은 아직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마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본사의 주식을 소유한 종업원 가운데 현 시가로 1백만 달러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기천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젊은이들에게 무시못할 흡인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젊고 우수한 두뇌를 뽑아 이들이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회사의 '열린 분위기'야 말로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꼽는 커다란 요인인 것이다. 실제로 이같은 분위기는 회사의 고속 성장에 가장 큰 힘이 됐다.
 

시애틀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전경
 

열세살 부터 컴퓨터 만져

빌 게이츠(정식 이름은 월리엄 H 게이츠 3세)는 미 서북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1955년 10월 28일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시애틀의 저명한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교사출신으로 여러 회사와 자선단체, 시민단체에서 활약한 맹렬 여성이었다.

그가 천부적인 컴퓨터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엄격한 학풍으로 명성이 자자한 레이크사이드 중고교 재학 때였다. 1976년 열세살의 나이로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그는 당시 9학년이던 폴 앨런과 함께 학교의 컴퓨터를 이용해 수업 계획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맡아 4천2백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한 15세 때는 역시 폴 앨런과 함께 트래프 오 데이터란 회사를 차려 자신이 살고 있는 이웃 마을의 교통시스템을 연구, 신호체계를 바꾸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2만 달러에 파는 사업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부모의 권유로 73년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그는 전공인 법학보다는 컴퓨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그와 앨런은 75년 최초의 미니컴퓨터인 MITS 알테어용 베이식을 개발해내기에 이른다. 알테어 컴퓨터를 직접 본 적도 없는 그와 워싱턴 대학에 다니던 앨런이 개발에 착수한 지 6주만에 만들어낸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가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장난감으로 취급되던 시절 베이식을 사용해 PC의 개념을 바꾸어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PC가 전세계 컴퓨터를 장악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도구라는데 확고한 믿음을 가진 그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를 중퇴,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다. 두 사람은 새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애플과 코모도사에 프로그램을 짜주는 등의 일을 해주고 수십만 달러를 모았다.

80년 7월은 그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명에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 시기로 기록된다. 이 시기는 MITS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막 문을 닫을 닫아 그동안 만들었던 MITS용 언어들이 빛을 잃어갈 때다. 그런데 이번에는 컴퓨터왕국 IBM이 PC쪽에 눈을 돌리면서 자사의 제품에 사용될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그에게 맡긴 것이다. IBM이 그를 선택한 것은 이미 그가 베이식으로 명성을 날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그의 어머니가 IBM의 존 오펠 회장과 같은 사회사업 단체에서 활동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說)도 있다.

여하간 대형과 중형 컴퓨터에 주력하던 IBM은 애플의 성공을 보면서 뒤늦게 PC 시장에 뛰어들 준비중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체스'란 암호명으로 불린 IBM의 PC 개발 프로젝트는 기계를 움직일 언어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래서 CP/M을 만든 게리 킬달이란 인물과 판매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 게이츠에게 제작을 의뢰했다.

게이츠는 IBM PC를 움직이는 운영체계를 완성시키고, 설계 사양을 공개하도록 설득해 마침내 IBM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냈다. 그 결과 다른 프로그래머들도 운영체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게 돼 그에 맞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쉽게 개발할 수 있었다. 즉 81년 IBM PC의 운영체계인 MS-DOS가 탄생하자 IBM 제품과 호환성을 가지려는 무수한 회사들은 MS-DOS의 라이센스를 얻어 제품을 만들었으며,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돈을 주워담기만 하면 됐던 것이다.

시장은 이내 애플을 따돌리고 IBM 호환기종이 휩쓸었다. 결국 애플도 그에게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는 애플 Ⅱ용 소프트카드를 비롯해 매킨토시용 멀티플랜 등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엔 운영체계뿐 아니라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분야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그에게 일감을 맡겼던 IBM은 개방형 운영체계로 호환업체들의 거센 반격에 시달리면서 몰락의 길에 접어든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캠퍼스'라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내부는 잘 정돈된 대학 구내를 연상케 한다. 이곳에서 사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호흡하며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한다.
 

정보고속도로 장악 위해 통신사업 눈독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은 이전까지 하드웨어 중심 사고가 팽배하던 컴퓨터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우위의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빌 게이츠는 이 같은 회사의 성공에서 항상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의 구상은 지금까지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 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됐다. 수년 전 그는 CD-ROM에 매료돼 많은 시간을 이 저장장치의 연구에 골몰하는 것으로 보냈다.

작은 디스크에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는 이 신기술이 엄청난 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당시로선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정은 여전히 그의 전망처럼 진행돼 이제 CD-ROM 없는 멀티미디어시대는 무의미할 정도가 됐다. 이로 인해 그의 회사에서 나온 CD-ROM 타이틀들은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며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은 마치 대형 컴퓨터가 전부였던 시절 집집마다 PC를 올려놓겠다던 그의 비전이 들어맞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개발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그는 앞날을 여는 또다른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이다. 이 사업의 귀재는 올 3윌 그가 아니면 도저히 생각지도 못할 계획을 발표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 최대의 이동전화사인 맥코사와 함께 오는 2001년까지 90억 달러를 투입해 8백40개의 통신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것이다(위성 통신 특집 참조).

사람들은 모토로라사가 계획한 이리듐 프로젝트보다 세 배 큰 규모를 지닌 이 엄청난 계획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닷새 후 또 하나의 엄청난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역시 미국 최대 무선호출서비스업체인 모빌사와 제휴, 무선데이터통신서비스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판매만으로도 세계 최고의 부자를 고수할 수 있는 그가 이처럼 무모하리만큼 위험 부담이 큰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은 미래의 부(富)가 어디에서 창출할 것인지를 정밀히 예측한 결과의 산물이다. 즉 전세계를 포괄하는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업체가 정보산업 최후 승자가 될 것이며, 네트워크와 통신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운영체제의 등장을 모든 사람들이 고대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읽은 것이다.

그동안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이 통신의 개념에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온 그는 요즘 오락과 교육 기술정보 등을 다루는 온라인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BBS 시장을 전전긍긍하게 하고 있는 '마블(marvel)'이란 이름의 이 멀티미디어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한창 개발중인데, 본격적으로 이 서비스가 개시하면 인터네트까지 '접수'할 공산이 크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빌 게이츠, 시대의 흐름을 읽는 첨단 정보사회의 예언자가 내놓을 다음 계획이 궁금하다.

199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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