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생명의 신비에 관한 이 원초적 질문은 수천년에 걸쳐 과학자와 철학자들의 논쟁거리였다. 기원 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발생설부터 19세기 파스퇴르의 생물속생설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기원에 관한 역대 논쟁을 정리해보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중략)-하나님이 가라사대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그대로 되어-(중략)-하나님 가라사대, 물들은 생명으로 번성케 하라, 땅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하나님이 큰 물고기와 물에서 번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후략)"
성경에 나오는 창조의 기원이다. 그러나 과학의 세계에서 창조설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에는 우연과 비약이 너무 많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그러면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여러 연구자들이 행한 실험과 논쟁을 통하여, 최초의 생명이 어떻게 탄생되었는가에 관한 의문점이 해결되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중심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의 활력설
고대 그리스에서는 물질을 이루는 것이 4원소(공기 물 불 흙)라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4원소에 어떤 활력이 작용해서 동물이 생긴다고 하였다.
"이는 살에서, 빈대는 동물의 체액에서 저절로 생긴다."
"뱀장어는 알을 낳지 않는다. 늪의 물과 진흙이 말라 바닥이 완전히 드러났다가 비가 와서 다시 물이 고이면 거기에 뱀장어가 나타난다. 뱀장어는 진흙에서 저절로 생긴 지렁이가 변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은 무생물로부터 우연히 생긴다는 자연발생설을 주장하였으며, 이 주장은 기원 전 4세기부터 기원 후 17세기까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17세기 들어와 헬몬트(1577-1644)는 땀에 젖은 더러운 셔츠와 밀알을 함께 두었는데 21일 후에 쥐가 있는 것을 보고, 땀에서 유래한 활력으로부터 쥐가 자연히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오늘날의 여러분은 헬몬트의 의견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여러분은 쥐의 출현에 대한 설명으로 어떤 가설을 세울 수 있는가? 그리고 헬몬트의 주장을 부정하려면 어떤 방법으로 실험을 설계하여야 가능한가?
가설과 실험설계를 직접 만들어 보자.
〈해설〉가설:쥐는 외부에서 왔을 것이다.
실험설계:땀에 젖은 셔츠와 밀알을 쥐가 들어올 통로를 차단한 밀폐된 공간에 놓는다.
가설을 설정했으면 실험으로 이를 검증하여야 한다. 실험을 할 때는 실험상의 결점을 보완하고 결과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대조 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조 실험은 다른 조건은 동일하게 하고 한 가지 조건만 실험군과 다르게 처리한 것을 말한다.
헬몬트는 대조 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게 된 것이다.
밀봉한 고기에는 구더기가 안 생겼다
자연 발생설에 대한 의문은 레디(1621-1697)의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레디는 대조 실험이라는 방법을 최초로 시도한 사람이다. 그는 4종류의 생선 도막을 1가지씩 넣은 4개의 플라스크를 2세트 준비하여 1세트는 마개를 연 채로 두고, 1세트는 얇은 천으로 막았다. 얼마 후 마개가 열린 플라스크에는 구더기가 생겼는데 얇은 천으로 막은 쪽에는 구더기가 생기지 않았다.
이 실험을 하기 위해 레디가 설정했을 가설로 타당한 것은?
① 파리는 천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② 구더기는 생선도막에서 저절로 생길 것이다.
③ 더러운 생선 도막일수록 구더기가 잘 생길 것이다.
④ 구더기는 파리가 낳은 알에서 생길 것이다.
⑤ 파리는 생선도막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
〈해설〉레디는 "썩은 생선에서 생기는 구더기는 파리의 알로부터 생길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 실험을 실시하였다. 실제로 얇은 천 위에서 파리의 알을 발견하여 자기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였다.
〈정답〉④
그러나 레벤후크(1632-1723)가 행한 위대한 발견은 오히려 자연 발생설로 되돌아가게 하였다.
레벤후크는 1673년 자신이 만든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최초로 발견하였다. 레디의 구더기에 대한 실험이 있은 2-3년 후에 미생물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아무도 미생물이 존재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레디가 실시한 실험에서 구더기가 생기지 않은 플라스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결과 미생물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레벤후크는 레디의 생각을 부정하고 미생물은 빗물 등에서 우연히 생긴다고 하여 다시 자연발생설을 주장하였다.
한편 니담(1713-1781)은 실험을 통해 미생물은 고기즙 속에서 저절로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고기 즙을 끓여 시험관에 넣어서 밀봉하고 시험관을 통째로 뜨거운 재 속에 넣어 시험관 속 공기를 살균했다. 며칠 후 마개를 열고 양고기즙을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꿈틀거리는 수많은 미생물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그는 미생물은 고기즙 속에서 저절로 생긴다고 주장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실험에서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액체 준비물을 끓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은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그 이유를 (표1)에서 알 수 있다.
어떤 미생물은 끓인 상태에서도 오랜 시간 견딜 수 있으므로, 이들을 완전히 멸균하기가 쉽지 않다.
스팔란차니(1729-1799)는 니담의 실험결과를 부정했다. 스팔란차니는 니담이 충분히 살균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야채 스프를 용기에 넣고서 1시간 끓였더니 이 용기에서는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결과 생물은 생물에서만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니담은 스팔란차니의 실험 방법을 비판하고, 1시간이나 끓였기 때문에 스프가 지니고 있는 활력(생명력)이 파괴되어 생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자연발생설에 종지부를 찍다
자연 발생설과 이를 반박하는 논쟁은 19세기까지 계속되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자연발생설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파스퇴르(1822-1895)에 이르러서였다. 파스퇴르는 가열된 공기는 생명력이 없어진다고 하는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끓인 고기즙과 가열되지 않은 신선한 공기를 같이 놓아 두어도 미생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다음은 파스퇴르가 실시한 실험이다.
〈실험 Ⅰ〉다음 그림과 같은 장치로 공기가 솜마개를 24시간 동안 지나가게 한 다음, 그 솜을 알코올과 에테르의 혼합액에 담갔다가 끄집어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미생물과 포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실험 Ⅱ〉(1) 설탕물에 효모를 넣고 걸러서 얻은 용액을 플라스크에 담아 2-3일 두었더니 미생물이 발생하였다.
(2) 효모 추출액을 플라스크에 넣고 플라스크 주둥이를 그림과 같이 S자로 구부려 가열한 다음 냉각시켜 방치해 두었더니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았다.
(3) S자로 구부린 주둥이 부분을 잘라버렸더니 플라스크 속에 미생물이 발생하였다.
[1] 실험 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① 미생물이 증식하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② 물속에 미생물이 존재한다.
③ 공기 중에 미생물이 존재한다.
④ 솜은 미생물이 생활하기에 적합하다.
⑤ 알코올과 에테르는 미생물 살균 능력이 있다.
[2] 실험 Ⅱ에서 미생물이 발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① 생물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가 없어서
② 효모 추출액의 가열로 단백질이 분해되어
③ 효모가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에
④ 미생물이 플라스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⑤ 미생물의 생활에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설〉실험 Ⅰ 장치는 공기를 걸러내는 것으로 공기 중에 무엇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실험 Ⅱ에서 S형으로 구부린 플라스크 속의 고기즙을 끓이면 구부러진 부분에 수증기가 응결된 물이 생기므로 공기 중의 먼지나 세균이 플라스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는다.
파스퇴르는 이 실험을 통하여 효모 추출액 속에 미생물이 발생하는 것은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이나 미생물의 포자들이 들어가서 번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생물은 결코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하였다. 마침내 자연 발생설은 부정되고 "생물은 생물로부터 생긴다"는 생물 속생설이 확립되었다.
〈정답〉(1) ③ (2) ④
최초의 생명은 어디서?
파스퇴르에 의해 무생물에서 우연히 생물이 생긴다는 자연 발생설은 완전히 부정되었으며, 생물은 생물로부터 생긴다는 생물 속생설을 믿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부터의 문제는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탄생된 것일까? 하는 것이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자연 발생설이 부정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천체 비래설이다.
1865년 독일의 리히터는 다른 천체로부터 생명의 씨앗(코스모조아)이 운석에 실려 지구에 와서 원시 생명체가 되었다는 코스모조아설을 주장했다.
1903년 스웨덴의 아레니우스는 다른 천체로부터 판스퍼미아라는 생명의 씨앗이 빛의 압력에 의해 지구에 비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들 이론은 생명체가 그 천체에서 어떻게 생겼는가? 생명의 씨앗이 우주 공간을 지나올 때 부딪힐 강한 자외선이나 우주선의 영향, 그리고 우주공간의 저온 상태를 어떻게 오랫동안 견딜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방사능대(반알렌대)를 통과할 수 있었으며, 지구 대기권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을까에 관한 의문점을 설명하지 못해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면 최초의 생명체는 어디에서 출현한 것일까?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최초의 생명체는 지구에서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에 관한 설명은 다음 호에서 자세히 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