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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 기압ㆍ온도조건 따라 다양한 모양

눈의 결정

흰눈으로 뒤덮인 설경은 추한 것을 감싸주고 혹한 속에서도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우리 나라 겨울의 아름다운 모습의 하나다. 이 달에는 눈의 생성 과정과 결정 모양에 대해 알아보자.

눈의 결정의 크기는 대개 2-3㎜인데, 그 모양은 다양하고 아름다우며 똑같은 결정이 없다. 눈의 결정의 연구로 유명한 벤틀리(Bently)는 6천5백 종이라는 많은 수의 눈의 결정을 제시한 바 있다.

눈의 모양은 규칙적인가

1865년 미국의 한 농촌에서 태어난 벤틀리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농부로서 어린 시절 어머님께 선물로 받은 현미경으로 틈틈이 눈의 결정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 그때부터 일생을 눈의 결정의 조사에 바쳤다. 그는 농사짓는 틈을 타서 눈의 결정 관측에 열중해 1907년 1천3백 종의 눈의 결정을 촬영했고 1931년에는 6천5백여 종의 눈의 결정 사진을 모아 '눈의 결정(Snow crystals)'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그림1).

눈의 결정은 이처럼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생성 당시의 수증기압과 온도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6각형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는 것은 계산에 의하면 얼음의 표면장력이 6방향으로 극소치를 취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1)눈의 결정


물의 세가지 상태

대부분의 물질은 기체 액체 고체로 그 상태가 변한다. 1기압 아래서 물은 1백℃ 이상에서는 기체인 수증기, 0℃이하에서는 고체인 얼음이 된다. 수증기 속에서의 물분자는 큰 운동에너지로 공간을 자유롭게 운동하지만 1백℃ 이하에서는 운동이 완만해지고 분자간의 인력에 의해 2개 또는 그 이상의 분자가 결합, 체인 모양 또는 5각형이나 6각형의 구조로 응집해 액체가 된다. 온도가 더욱 내려가 0℃ 이하가 되면 물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해 얼음이 된다(그림2).
 

(그림2) 물의 세가지 상태


액체나 고체 상태인 물에서의 물 분자간의 결합 방식은 수소 결합으로 물과 얼음에서의 수소결합의 비율이 달라진다. 물이 얼음이 될 때는 수소결합에 의해 빈 공간이 많은 구조가 형성돼 부피가 커지게 된다.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작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그림3).
 

(그림3) 수소 결합에 의한 얼음의 구조 모형


눈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공기 중으로 들어간 수증기는 그때의 온도에 따라 작은 물방울로 돼서 안개나 구름 또는 빙정(얼음 알갱이)이 된다. 응결핵이 있으면 응결이 잘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빙정이 되는 데에도 빙정핵이 있으면 빙정이 많이 생성되는데, 자연 상태에서 빙정핵의 역할을 하는 것은 유성의 연소 생성물, 화산재, 점토, 황사 등이다.

지표에서는 0℃ 이하가 되면 물이 얼어붙지만 아주 작은 물방울 상태에서는 0℃ 이하에서도 물의 표면장력 때문에 얼음이 되지 않고 물의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과냉각물방울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기의 기온이 0℃ 이하인 곳에서도 빙정과 과냉각물방울이 함께 섞여 있게 된다. 이러한 물방울이나 빙정은 적당한 조건이 되면 비나 눈이 돼 지표에 내린다(그림4).
 

(그림4) 빙정의 모양
 

열대 지방에서 내리는 비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비는 고공에서는 대개 빙정을 핵으로 눈으로 성장했다가 하강함에 따라 녹아서 비가 돼 내리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대개 -25℃ 정도의 고공에서 빙정핵을 중심으로 빙정이 생성되는데, 지면에서 상공으로 갈수록 공기의 온도는 1백m마다 약 0.5℃의 비율로 낮아지므로 지상의 기온이 0℃라고 할 때 약 5㎞의 고도에서 빙정이 생성된다(그림5).
 

(그림5)눈의 발생 모형도


빙정이 바람에 날리면서 2-3㎞ 부근에서 과냉각상태의 구름을 만나면 빙정은 구름 입자로부터 증발된 수증기를 자기 주위에 응결시켜 급속히 성장한다.

이때 빙정이 성장하는 것은 물에 대한 포화 수증기압과 얼음에 대한 포화 수증기압의 차이 때문이다. 즉, 물에 대한 포화 수증기압과 얼음에 대한 포화 수증기압은 (그림6)에서 보는 것처럼 0℃에서는 물에 대한 포화 수증기압과 얼음에 대한 포화수증기압이 4.58㎜로 같지만, -15℃에서는 물에는 1.43㎜, 얼음에는 1.24㎜로 얼음과 물에 대한 포화 수증기압의 차이가 가장 크다.
 

(그림6) 온도에 따른 물과 얼음의 포화 수중기압 곡선


따라서 -15℃의 대기 중에 빙정과 과냉각 물방울이 섞여 있을 때 물의 표면에서는 증발이 일어나 작아지게 되고 증발한 수증기가 빙정을 중심으로 응결해 점점 성장하게 된다. -15℃보다 높거나 낮은 온도에서도 이런 과정이 일어나지만 포화 수증기압의 차이가 적으므로 왕성하게 일어나지는 않는다(그림7).
 

(그림7) 포화 수증기압의 차이에 의한 빙정의 성장


이렇게 성장한 빙정은 당시의 기온과 수증기압 조건에 따라 다양한 결정 모양을 하며 점점 커져서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낙하해 눈이 된다.

눈은 바람이 심하고 기온이 지표 부근까지 낮을 경우에는 서로 부딪혀도 달라붙지 않아 작은 크기의 가루눈이 되고 지표 부근의 기온이 어느 정도 높으면 여러 개가 서로 달라붙어 수 ㎝ 크기의 함박눈이 돼 내린다.

눈의 결정 모양 분류

눈의 결정을 외형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는 일본의 나카타이 우키치로의 분류가 가장 유명하다. 그의 분류에 의하면 침상(針狀), 각주상(角柱狀), 판상(版狀), 각주와 판상의 조합, 측면 결정, 운립부착 결정(雲粒附着結晶), 무정형 결정(無定形結晶) 등으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세분해 40여종으로 나타냈다.
 

(표1)눈결정의 분류


예를 들어 침상 결정이며 단순한 바늘 구조이고 바늘의 다발이면 N1b로 나타내는 것이다(표1, 그림8).
 

(그림 8)눈결정의 분류 모양


눈 결정을 관찰해 보자

겨울에 눈 결정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눈이 오는 날 눈을 받아서 돋보기로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관찰하는 동안에 눈이 녹아서 결정의 모양이 변형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눈의 결정을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은 사진 촬영을 시도하지만 눈이 녹을 뿐 아니라 현미경이나 카메라의 렌즈에 김이 서려 촬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눈의 결정을 촬영하는 데에는 눈결정의 플라스틱 복사판을 떠서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눈결정을 영구히 보존하는 효과도 있어 이로움이 많다. 눈의 결정의 복사판을 뜨려면 폴리비닐포르말(포름바르) 가루를 염화 에틸렌에 1-3% 농도로 용해시켜 이 용액을 -0.5℃ 정도로 냉각시켜 두고 눈이 올 때 깨끗한 슬라이드 글라스에 이 용액을 적셔 수평으로 해 눈을 받는다.

이때 슬라이드에 용액이 적당한 두께로 덮여지도록 하고 또한 눈을 너무 많이 받아서 결정들이 서로 겹쳐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눈결정을 받은 슬라이드를 수분 동안 0℃ 이하의 온도에 두면 염화에틸렌이 기화하고 다소 시간이 더 지나면 눈 결정도 승화해 없어지므로 슬라이드에는 결정의 세세한 구조가 복사된 플라스틱 판이 떠진다.

이 슬라이드가 완전히 굳으면 배율이 낮은 현미경 하에서 방사광이나 투과광을 이용해 관찰하거나 촬영을 한다. 투과광을 이용하면 세세한 구조를 살피는 데 용이하며 반사광을 이용하면 눈 결정의 전체적인 모습을 촬영하는 데 용이하다. 반사광을 이용할 때 광원을 비스듬히 놓으면 입체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어 훌륭한 사진이 된다.

올겨울에는 한번씩 눈의 결정을 찍어서 그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자. 모든 과학 탐구가 그렇지만 남이 해준, 또는 남이 해 놓은 것보다 실제로 자기가 해서 얻어진 눈결정 사진이라야 좀 미흡하더라도 그 희열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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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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