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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 암세포 하나씩 분석 생물정보학의 메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3세대 항암치료’로 불리는 면역치료법을 개발한 두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암세포 자체를 제거하려고 한 기존 치료법과 달리 이들은 암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3세대 항암치료가 등장했다고 해서 기존의 항암치료법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특히 ‘2세대 항암치료’로 불리는 ‘표적항암제’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암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암 치료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암세포의 항암제 내성 문제에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김종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는 “암세포가 항암제 내성을 갖는 세부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면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훨씬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세포마다 특성 달라 
 

암세포를 없애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같은 곳에 있는 암 덩어리라도 그 안의 암세포들이 유전자와 특성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이질성(heterogeneity)’이라고 부른다. 이로 인해 항암제를 투여해도 어떤 암세포는 사멸하지만, 어떤 암세포는 죽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암세포들이 여러 차례 항암제에 노출되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항암제 내성은 암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나면서 생기는데, 이 역시 골칫거리다. 암세포의 돌연변이가 다양한 패턴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간 과학자들은 항암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암세포 여러 개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방식이어서 이질성이 강한 암세포의 개별적인 특성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김 교수는 “가령 빨간색 암세포와 노란색 암세포를 한꺼번에 분석할 경우 이 암세포들이 주황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얻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암 덩어리에서 암세포를 하나씩 분석해 항암제 내성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 방법이 등장했다. 김 교수가 이끄는 ‘단일 세포 유전체 연구실’에서는 암세포를 하나씩 개별적으로 분석해 전사체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 단일 세포 유전체 연구실은 한 번에 암세포 수만 개의 전사체를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 분석이 끝나면 2차원 평면 위에 암세포를 특성에 따라 배열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항암제 내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은 뒤 이를 이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세포 수만 개 유전체 정보는 최대 1TB
 

단일 세포 유전체 분석 연구가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09년 처음 이 기법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생물학 연구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단일 세포의 유전체(또는 전사체) 양이 너무 적다는 점이었다. 유전체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보통 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의 유전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포 하나의 유전체는 이 양의 100만분의 1수준인 1pg(피코그램·1pg는 1조분의 1g)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단일 세포의 유전체를 증폭해야 하는데, 이때 증폭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으로 인해 분석이 잘못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치 안 좋은 스피커에서 소리를 키우면 잡음도 함께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문제는 2010년대 초부터 증폭 제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해결되기 시작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단일 세포 분리 기술도 자동화되면서 동시에 샘플 수만 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단일 세포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단일 세포 유전체 연구를 시작한 1세대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이는 그의 독특한 이력과도 관련이 있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면서 복수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선택했고, 부전공으로 생물학까지 이수했다.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생물정보학 연구에 최적화된 셈이다. 김 교수는 “크리스퍼(CRISPR-Cas9)로 대표되는 유전체 교정 기술을 함께 이용하면 단일 세포 수준에서 유전형과 표현형의 연결고리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는 있다. 수만 개의 단일 세포 유전체를 동시에 분석하면 최소 300GB(기가바이트)에서 최대 1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나온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김 교수는 분석 툴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생물학 연구와 컴퓨터 데이터 처리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우리 연구실의 강점”이라며 “단일 세포 연구에 좋은 성과가 나오면 암 환자별 맞춤 치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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