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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잡종교배 어디까지 가능한가

닭과 메추리의 속간잡종 '메닭' 개발 계기로 알아본다


메추리알과 함께 사육되고 있는 메닭. 모양새는 메추리에 가깝고 깃털 등은 닭과 비슷하다.


사자와 호랑이의 잡종 라이거, 말과 당나귀의 잡종 노새는 모두 종간 잡종이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메닭'은 종(種)뿐 아니라 속(屬)이 다른 속간잡종이라 주목을 받았다. 계통이 다른 동물간의 교배는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아직은 크게 내세울 만한 것이 못됩니다. 보통 닭의 경우 발생률이 80-90%에 이르는데, 메닭의 경우는 5%에 불과한 실정이니까요. 세계에서 처음 있은 일도 아니고요."

닭과 메추리의 속간잡종인 메닭(Quicken) 국내 생산에 성공한 농촌진흥청 축산시험장 가금과 정일정 박사는 이 연구성과가 아직 실용성이 없다는 점에서 가급적 떠들썩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발생률 5%란 달걀 1백개를 부화시켰을 때 알을 까고 나오는 메닭이 5마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므로 사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가 결실을 맺어 우리 연구실에서도 속간잡종이 생산되었다는 점에서는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두번째로 '메닭'생산성공

앞서 정일정박사도 지적했듯 이번 메닭 생산이'세계최초'는 아니다. "지난 91년 독일의 다메(K. Damme)가 한 학술지에 이같은 실험의 보고를 한 바 있는데, 그 이후로 연구가 진척되지 못했다고 최근 확인했다"는 정박사의 말이다. 그래서 우리 축산시험장은 상대적으로 쉽게 실험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로 태어난 메닭은 지난해 5월17일 이래 모두 5마리. 이중 3마리가 죽었고 아직 살아있는 것은 두마리 뿐이다. 메닭의 영양소 분석은 아직 안했으나 메추리와 닭고기의 영양 성분이 칼슘 각 9㎎ 4㎎, 비타민 중 티아민(B₁)이 0.09㎎ 0.90㎎, 리보플라민(B₂)이 0.39㎎ 0.15㎎임을 감안하면 칼슘과 비타민 등의 미량요소가 많이 함유됐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닭 개발의의로 개발 당사자들은 닭고기의 새로운 소비형태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마리에 2천 5백g이나 되는 일반 닭에 비해, 한 마리 6백g 남짓한 메닭은 한사람이 한마리씩 먹을 수 있는 소형 고품질 닭이라는 것이다.

염색체 수가 서로 비슷한 육계용 수탉 정액을 산란용 메추리 암컷에 주입, 부화시켜낸 메닭은 그 성장속도가 메추리의 약 4.5배에 이르렀는데, 일정 크기까지 자란 다음에는 더 이상 크지 않았다. 메추리는 8주간 키우면 1백36g, 닭은 2천5백g에 이르는데, 8주된메닭은 6백17g이었다. 부모세대에서 닭이 수컷이고 메추리가 암컷인 이유는 메추리가 워낙 작아서 그 정액채취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 앞으로 반대의 경우를 시도해보려 한다고.

다른 모든 종간, 속간 잡종들이 그러하듯 메닭의 경우도 생식능력이 없다. 지금까지 생산된 메닭은 모두 수컷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개발 여하에 따라 생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거의 모든 잡종이 불임이 되는 이유는?

여기서 메닭이 '속간(屬間)잡종'으로 생산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속간잡종이란 분류학상 속이 다른 생물 사이에서 교잡이 이루어지는 일을 말한다. 본래 종(種)이란 것이 분류학상 교배로 번식이 가능한 분류의 마지막 단계라는 정의를 떠올려 볼때,종간잡종도 그리 흔치 않은데 속간잡종은 이보다 더 드문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생물분류법에서 보는 종속과목강문계(種屬科目綱門系)를 떠올려보라. 속간잡종이 가능하다면 동물에서 계통을 뛰어넘는 교잡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사람과 물고기가 합쳐진 인어공주 같은 상상도 가능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한번쯤은 떠오를 것이다.

닭의 학명은 갈루스 갈루스 도메스티쿠스(Gallus gallus domesticus), 메추리는 코투닉스 코투닉스 자포니카(Coturnix coturnix japonica)로 속이 다르다. 이런 두 조류가 어떻게 교배가 가능했을까.

"닭과 메추리는 일단 염색체 수가 39쌍으로 같습니다. 물론 염색체수가 같다고 해서 속간교잡을 시켰을 때 항상 염색체가 결합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드문 경우지요. 그러나 그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축산시험장 김종대 박사의 말.

생식세포는 2n의 체세포와는 달리 감수분열로 인한 n상태의 염색체를 가지고 배란되거나 사정되며 암컷생식기 도관 내에서의 수정을 거쳐 개체로 발생된다. 따라서 염색체의 개수가 틀릴 경우 불완전한 융합으로 발생의 빈도가 낮아진다. 설사 DNA이중나선의 집합체이자 운반체인 염색체의 수가 같다고 하더라도 상보적인 DNA 재결합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대표적인 역의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 생식세포의 생산능력 장애"라고 정일정 박사는 지적한다.

"성을 결정하는 것은 수정시 결정되는 염색체 수준과 뮐러씨관 억제인자에 의한 내분비적 수준, 모체에서 분비되는 내분비적 수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특히 염색체 수준에서의 성결정은 가장 기초적인 요인입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종간, 속간 잡종은 불임이 되지요."

그러나 잡종으로 태어나는 개체는 경우에 따라 비록 생식능력은 없어도 '잡종강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잡종강세란 두 품종간의 교배에 의해 태어난 자손이 그 부모의 능력에 비해 우수한 것을 말한다. 우량형질 A 유전자를 가지는 AAbb인 생물과 우량형질 B유전자를 가지는 aaBB인 생물을 교잡하면 AABB인 생물을 만들어지는 원리다.

노새·라이거는 종간잡종

식물의 경우 잡종이 흔하고 이중에는 자가생식이 가능한 경우도 적지않다. 그러나 동물의 경우는 다르다. 종간잡종은 라이거, 노새 등 몇가지 사례가 있다. 우선 노새의 경우를 보자. 말과 당나귀는 모두 말과(科) 에쿠우스속에 속한다. 그러므로 노새는 종간잡종이 된다. 노새의 경우는 잡종강세의 대표적 사례다. 몸무게에 비해 체질이 강건하고 거친 먹이에도 잘 견디며 지구력이 강해 농경·운반용 등으로 사역돼 왔다.
 

잡종강세의 대표적 사례 노새


국내 용인 자연농원에도 있는 '라이거'의 경우는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라이거는 사자를 아버지로, 호랑이를 어머니로 둔 잡종을 말하는데, 분류법에 따라 사자와 호랑이가 같은 속으로도, 다른 속으로도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박사의 경우 사자는 펠리스속 레오종(Felis leo), 호랑이는 펠리스속 티그리스종(Felis tigris)으로 따지는 분류법에 따라 라이거가 종간잡종이라 보고 있다.

반대로 잡종약세도 있다. 부모의 암수가 바뀌면 노새대신 버새, 라이거 대신 타이온이 태어나는데, 부모의 염색체에서 열등형질만 물려 받아 약한 개체가 된다. 잡종강세, 잡종약세의 원리를 근친끼리의 결혼이 많은 집안의 경우 기형아가 많고, 혼혈일수록 외모가 아름답다는 일반의 평가와 연관시켜 생각해봐도 좋을 듯하다.

종(種)보다 한단계 위인 속간(屬間)에 잡종이 생기는 경우는 훨씬 드물다. 식물에서는 속간교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밀과 라이보리의 경우 속간잡종인 라이밀은 주로 내(耐)병성의 도입에 성과를 보였고, 무와 양배추의 속간잡종에도 잡종강세가 있다고.

그러나"동물에서는 메추리와 닭,닭과 꿩 등에서 가끔 교배가 이루어지지만 닭과 꿩의 경우는 염색체수의 차이로 인해 발생빈도가 낮다"는 게 정일정 박사의 말.

서울대 자연대 분자생물학과 김원(동물분류학)교수는 이같은 인위적인 교배는 정규적인 분류학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나의 품종이 만들어지는 의미는 일단 자체 생식능력이 있어야하며 자연 생태계에서 생태적 역할을 가져야 하는데, 인위적인 교잡에 의해 만들어진 잡종의 경우는 생식능력조차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용인 자연농원에서 태어난 라이거^사자 아버지와 호랑이 어미니 사이에서 태언난 라이거는 1대로 생존이 끝나는 불임동물이다.


인위적 교잡, 정통 분류학적 의미 없어.

메닭을 둘러싼 향후 연구계획은 어떻게 세워지고 있을까.

"이번 실험은 산란용 메추리를 대상으로 성공여부를 판가름해 본 것으로, 더 높은 발생률을 얻을 수 있어야 실용화가 가능합니다. 발생률이 낮은 이유 중에는 앞의 염색체 문제 외에도 암컷생식기도관내에서의 이종(異種) 정자 거부 반응으로 인한 정자 사멸도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미를 한번도 하지 않았던 개체를 사용한 실험을 계획중이며, 산란용 메추리가 아닌 육용 메추리를 사용한 실험도 계획되고 있습니다." 정일정 박사의 말이다.

그러나 농민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항상 수익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고충이다. 학문적인 연구에 바칠 만한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일정 박사, 김종대 박사 등 가금과에는 13명의 연구진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9년 3배체 염색체를 가진 '슈퍼닭' 개발의 개가를 올렸던 바로 그 팀이기도 한데, 정작 슈퍼닭은 생식이 불가능하다는 점 외에 경제성이 낮아 지금은 후속연구가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영남대 여정수 교수가 꾸준히 슈퍼닭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생식력을 가진 4배체 닭을 개발하는 데서 막혀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종대 박사의 말이다.

농촌진흥청 축산시험장 가금과에서 현재 개발중인 것은 이밖에도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오메가 계란과 닭고기, 계사시설 분뇨처리 방법 개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최근의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용한 것으로 꼽는 것은 닭의 체외배양 실험이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시험관아기와 같은 개념인데, 포유류는 밖에서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뜻하지만 닭의 경우는 다른 닭이 낳은 난각으로 병아리를 부화시킨다는 뜻이 된다. 다른 닭의 난각에 수정된 난황을 넣어 인공부화시키는 실험을 통해 달걀의 형질전환 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유전자를 넣는 실험이나 수정란 차원의 복제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다.

199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서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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